6월 3일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오전 8시쯤 기상.
아침은 한국에서 가져간 신라면 컵라면 4개 중 2개를 친구랑 하나씩 먹고
친구가 가져온 햇반 하나를 반씩 나눠먹었다.
보통 일본 올 때 몇 끼는 지어먹도록 반찬들 가져와서 남겨간다고도 하고
지어먹기 귀찮은데다-_- 이왕 여행 갔으면 일식만 먹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가끔 매운 게 먹고 싶지 않을까 해서 신라면 컵라면 4개만 가져갔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래 김치를 별로 안 먹던 터라 그런지
전혀 매운 게 먹고 싶은 적이 없더라는 거.

20050603_01_mitaka

이 티켓은 전날 로손 편의점에서 예약한 티켓들.
여행책자를 보니 미타카 역 앞에 있는 JTB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살 수도 있다는데
미술관은 화요일, 수요일은 JTB가 휴관이니 참조하기 바람.
로손에서 하려면 일어를 모를 경우 좀 난감하다.

어쨌든 10시쯤 숙소에서 나와서 미타카까지 갔다. (620엔)
에..키타우라와에서 미타카까지 어떤 경로로 갔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JR 노선표를 보니 키타우와라에서 아카바네까지 케인토후쿠 선을 타고,
아카바네에서 신주쿠까지 사이쿄 선을 탄 다음
신주쿠에서 미타카까지 츄오 선을 타고 간 것 같다.
아..아닌가? 아니라면 칸다까지 그대로 케인토후쿠 선을 타고 와서
칸다에서 츄오 선으로 미타카까지 갔을 수도 있다. 흠…
지하철이나 사철이 아니라 JR만 타는 것이라면 JR 노선도 안에서는 어떤 경로로든지
갈아타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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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반쯤 미타카 역에 도착했다. 남쪽 출구(南口)로 나오면 육교가 있는데
육교 아래로 내려가 이 커뮤니티 버스를 타고 가던지
(일반 편도 200엔, 왕복 300엔, 어린이 반액)
1km 정도밖에 안 되니까 바람의 산책로로 걸어가는 것도 좋다.
바람의 산책로가 그렇게나 이쁘다니까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기린 오후의 홍차 레몬맛 500ml도 구입했다. 157엔쯤이었던가.. 가물가물

Kaze no sanpo michi

울창한 나무가 길을 따라 있는 시원하고 멋스러운 바람의 산책로.
100m 정도의 단위마다 방향표지판도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길가의 각종 집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토토로가 찍힌 버스 표지판이 있다

앗, 미타카 시티버스 정류장마다 토토로가 찍힌 예쁜 표지판이…!
친구나 나나 신나서 찍어대고… 1km 정도면 보통 걸어서 15분 안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이래저래 집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시간이 꽤 걸리더군.

버스 표지판

요로코롬 생긴 거리 표시판이 100m 정도 단위마다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가다보면 미타카 시의 문화재 표지판이 있는데 그 중 아홉 번째가
이 지브리 미술관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미타카 지브리 미술관

우린 12시 입장권을 샀는데 거의 12시 정각에 도착했다.
입구에 있는 토토로 접수구를 보니 동생 생각이… 쿨쩍
관외는 괜찮지만 실내는 절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지브리 미술관 팜플렛과 영화티켓

들어가면 건물의 2층인 셈인데 5개 국어로 된 안내 팜플렛과
필름으로 된 영화티켓을 준다.
영화 티켓 받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친구는 센과 치히로,
같이 간 학생은 라퓨타였나? 나만 붉은돼지-_-;;; 으앙~ 랜덤 필름 티켓이다..
이 영화 티켓은 1층 상영관에서 하는 단편애니를 볼 수 있는 티켓이다.

1층 중앙홀로 내려가서 가장 먼저 들어가는 관에 들어갔다…(이름은 모르겠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입구 오른쪽에 있는 애니 원화, 작업실 미니어쳐 등이 진열된 진열장에
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람에 보느라 힘들었는데 닫혀있는 문을 꼭 열어볼 것.ㅎㅎ
중앙에 있는 라퓨타의 거신병이나
메이와 사츠키, 토토로, 고양이 버스와 박쥐로 애니메이션의
프레임 원리를 풀어놓은 부분 등을 보면서 등에선 소름이 막 돋으면서
전율을 느꼈다. 심지어 울 뻔 했다!
너무너무너~무 부러웠다… 입장료 1000엔…전혀 아깝지 않음!!!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에 보러 갈 사람한테 미안하니까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얘기 안 하겠다.ㅎㅎ

2층은 70년대 작품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 외 애니의 연필 데생화부터
미니어쳐, 원화, 콘티집, 작업실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기록에 미친(?) 일본인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물론 실록을 곳곳에 보관하는 치밀함을 가진 민족이지만
어째 일제 지나면서 기록물 보존의 중요성을 많이 잊은 것 같다.
로보트 태권V 원화…지금 100% 다 구할 수 있냐고…
2층은 애니메이션 관련된 사람이라면 1층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거다.
콘티집이며 설정 자료들, 원화 스케치 한 거 벽에 붙여놓은 것 등
볼 거 투성이다.

3층은 초등5학년까지 탑승 가능한 네코 버스(제한시간 5분) 룸과
기념품 판매장 맘마 유토가 있다.
난 이번에 일본 가서 지브리 미술관 보면 사진촬영이 안 된다니
그 내부 자세히 소개한 책자라도 사오려고 별렀는데… 없다!
웅.. 따로 책으로 나온 거라도 있나 모르겠다. 꼭 갖고 싶었는데.
여기서 동생한테 줄 스탬프나 뱃지 등을 좀 샀다.
한국 돌아와서 보니 뱃지에 韓國製라고 써있어서 속이 쓰렸지만.

1시 55분인가…
1층 영상전시실 토성 극장에서 매시 15, 35, 55분에 하는
16분짜리 단편 애니를 보러 갔다.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벤치형식의 의자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있고
천장은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보우의 방처럼 생겼다.
지브리의 숲의 영화 3종류 중 くじらとり를 볼 수 있었다.

밖에서 본 지브리 미술관

네코 버스엔 탑승할 수 없으니 옥상 구경.
지브리 미술관이 한 눈에 보인다.
파스텔톤에 곡선으로 처리된 건물이 너무 아기자기하지 아니한가!
생긴 것 자체가 그림이고 꿈이다.

거신병

옥상엔 이 지브리 미술관의 유명한 거신병이 있어서 기념촬영을 맘껏 할 수 있다.

막 올라갔을 땐 사람이 없어서 깔끔하게 찍었는데
막상 우리가 기념촬영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더군. 중국사람들까정..
난 거신병의 앞모습도 재미있었지만 뒷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등에 난 잡초가… 이 철덩어리에 온기를 주는 것 같아서…

지브리 미술관 옥외 시설물

2층 발코니에 있는 것이던가?
이것도 지브리 어디 애니메이션엔가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3층 갤러리에 이거랑 이 의자 옆에 있는 분수랑 나오긴 하니까.
다만 지브리 애니를 좋아하면서도 다 보지 못한 나로서는 뭔지 모르겠다.;;
저 손잡이를 돌리면 기묘한 기계 내부 울리는 소리가 난다.
애들이 신나서 계속 돌리는 바람에 시끄러워서 별로 못 찍은 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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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저 집은… 혹시 하울이 소피한테 모자 만들라고 준…그 집이 아닐까나?
(다른 데 나와도 할 수 없음. 아는 지식 선에서는 그렇게 보이니-_-)
너무 사랑스럽고 온화하게 생긴 집이라서 보기만 해도 흥겨워진다.
재미있는 건 저 집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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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고 저 집 구경을 하려고 내려가는데 계단 구석에 있는 화분 앞에
이런 귀여운 것이…!
하하, 잡초 하나도 보호한다고 예쁘게 실로 칸막이를 쳐둔 것을 보니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져서 이 미술관에 대한 호감도가 50%는 증가해버렸다.
잡초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미술관 내의 사람이 혹은 미야자키 감독이
한 것이라면 그 마음은 진정 어린이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걸 발견하고 신나서 찍고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별종 보듯이 하고 지나가서
좀 창피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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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면 그 집 앞에는 예쁜 펌프가 있다.
다들 저 앞에서 펌프질하면서 기념촬영을 하는데
저 펌프나 펌프와 이어진 벽돌길 끝에 있는 저 금속조각이나
어디 나오는 것인지-_-a
참고로 물을 마시지 말라고 되어 있으니 먹지 말 것.

거의 4시 다 돼서 나왔다. 배가 고픈데다 시간도 없어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더 구석구석 찍고 구경하고 싶었는데 정말 아깝다.
2시간이면 다 볼 줄 알았는데..웅~
안에 카페가 있긴 한데 양도 적고 비싸서 일단 그냥 나왔다.
지브리 미술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공식 사이트를 참조하길.
http://www.ghibli-museum.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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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람의 산책로를 걸어서 미타카 역으로 왔다.
오며 가며 보니 이 근처의 집들은 하나같이 럭셔리.
치과 하나도 어찌나 이쁘게 꾸며놨는지.
미타카의 위치가 우리나라로 따지면 일산쯤 되는 곳에 있는데
혹시 여기… 부촌이련가?;;
정원과 집들이 너무 깔끔하고 이쁜데 그 가운데 정원에 저런
깜찍한 조형물을 놓은 데가 있어서 찍어봤다.

일본의 근대작가 야마모토 유조가 살던 집을 복원

와.. 멋진 서양식 집이네…하고 찍고봤는데 누군가의 기념관 같다.
돌아와서 책을 보니 거기는 일본의 근대작가 야마모토 유조가 살던 집을 복원해
기념관으로 일반에 무료공개한 것이라고 하네.
으윽… 알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후~ 알아도 뭐 구경할 시간이 없긴 하다만.

또 와서 후회한 것은 아니, 지브리 미술관 근처에 이노카시라 공원이라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는 절경이 있다는 것이다! 끄앙~
언젠가 도쿄에 다시 가면… 새로 바뀌었다는 디즈니랜드를 보고
지브리 미술관에도 다시 와봐야지.
아쉬움만 남긴채 나는 이때부터 친구랑 찢어져서
카렐 차펙 본점이 있는 키치죠우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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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시엘 댓글:

    아..역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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