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티하우스 타카노

JR인줄 알고 탔는데 오치아이 지하역으로 빠지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서 보니까 도쿄 메트로였다.
아마 도쿄 메트로는 지상, 지하로 다 다니는가 보다.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하로만 다님.
여기서부터 우왕좌왕이 예고된 것일까. 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챠노미즈 역으로는 가지 말라는 것이다.-_-;
지하철 타고 진보쵸 역으로 가길 바람.

내가 일본에 가기 전에 도쿄, 오사카, 교토에 있는 찻집을 섭렵하겠노라고
찾다가 시간이 없어서 새벽 3시까지 일 마무리하고 짐을 싸다 간 거라서
일본 홍차책 뒤에 있는 찻집 소개만 복사해둔 게 다였다.
거기에 있는 약도에 따르면
지하철 진보쵸 역에서 도보 3분, JR 츄오선 or 소부선 오챠노미즈 역에서 10분 거리랬다.
10분 거리면 1km 정도겠다 싶어서 굳이 지하철 탈 거 없이
키치죠우지에서 JR 타고 가서 좀 더 걷지 뭐-했는데 이게 판단 미스였단 거지. 흐흑~

이 찻집이 9시까지 한댔으니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여유롭게
오챠노미즈 역에서 내린 것까진 좋았다고.
무작정 내려서 황거 앞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은
오챠노미즈 지역 지도를 들고 진보초역 부근까지 걸어 내려오는데
7시 넘으니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미아가 되어버렸달까.
무슨 고층건물이 잔뜩 있긴 한데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넘넘 무서웠다.T^T
아주 가끔 한문지도가 나와서 열심히 보다가 간신히 좀 제대로 된 지도가 나와서
그걸 보고 내 위치를 파악해서 꽤 내려갔다.
결국 YMCA 빌딩 근처에서 헤매다가 전화를 해서 찾아가야 했다.
또 전화비 100엔 사용.ㅠ.ㅜ
결국 전화박스 근처에 보이는 편의점 얘기하니까 거기에 물어보라고 한다.
그 편의점이…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물건도 안 사서 미안하긴 하지만 들어가서 물어보니 어떤 아가씨가
아주 열심히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친절히 알려줬다. 정말 고마웠어요.♡

비가 내린다. 꼴은 점점 추리~해지고…
그래도 매일 양산을 들고 다녀서 비를 맞고 다니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포기할 순 없지 않겠는가.
열심히 찾아가서 드디어 그 간판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외관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지하에 있네.-_-;
그래도 1974년부터 해온 찻집이라니 맛은 있을 거야.
8시 35분쯤 도착했다.

스콘과 밀크티

저녁이니까 실론 로얄 밀크티(500엔)랑 스콘(400엔)을 시켰다.
점심과 저녁 중간으로 아까 스파이시 면 먹은 게 다라서 스콘으로 배를 채울 생각이기도
했지만 어느 찻집에 가나 스콘은 꼭 시켜봤다구.
실론 로얄 밀크티는 한 잔으로 나오는데 살짝 우유향이 나지만 비리지는 않고
맛도 적당하고 약하지 않았다.

타카노 티하우스 스콘

내가 눈물나게 감동먹은 건 바로 이 스콘!
요리책에서나 볼 것 같은 이 이쁘고 완벽한 모양새!
게다가 같이 나온 장미잼과 클로티드 크림의 멋진 조화와 맛! 습~ 아..침 고인다..^ㅠ^
스콘 먹는데 손 닦으라고 물티슈도 주는 저 센스!
스콘이 서빙되자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막 사진 찍고
잼을 좀 떠먹어봤다. 뭔가 했더니…장미향이 난다.
게다가 살짝 장미 꽃잎이 씹힌다. 어머~♡
원래 장미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장미잼이라는 것이 이렇게 맛있는 건가?
더욱 예술인 것은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이었는데
스콘은 내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형태와 맛을 두루 갖춘 것으로
부서지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촉촉히 바스러지는(상당히 애매함) 느낌에
맛도 너무 느끼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반으로 쪼개서 향을 맡아보니 베이킹파우더 냄새도 거의 안 난다.
이..이런 멋진 스콘이 있다니…! 계란을 안 넣고도 질기지도 않게 적당히 촉촉하면서
바스러지지 않으면서 살짝 부서지는 이 애매함을 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클로티드 크림.. 꾸덕꾸덕하면서 고소한 이 맛…
버터 같지도 않으면서도 느끼하지도 않고 그냥 퍼먹어도 부담이 안 가는 맛.
스콘에 왕창왕창 발라먹고 떠먹으면서 크림은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저 잼을 담는 조개모양 그릇에 크림을 소복히 갖다줬다. 히히

천천히 음미하면서 수첩도 좀 정리하고 시간이 너무 금방 가니까 걱정돼서
여기 끝나는 시간이 언제냐니까 다행히 내가 알고 간 시간보다 30분 늦은
9시 반이었다. 그럼 좀더 먹어볼까 하고-_-a 티케이크를 달라고 했더니 메뉴를
다시 갖다준다.

타카노 티하우스

티케이크가 3종류 있었다. 얼그레이 티케이크랑 치즈케이크, 무슨 쵸콜릿 케이크였던가.
얼그레이 티케이크(270엔)를 시켰더니 저렇게 파운드케이크로 2조각이 나온다.
얼그레이 향이 은은하게 풍기면서 버터 풍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살짝 팍팍한 것이
버터를 좀 덜 넣은 듯도 하다.
뭐 티케이크는 그럭저럭…

있는 대로 시간을 끌면서 뭉개다가 9시 반 다 돼서 일어났다.
가게 카운터 옆이나 입구 옆에는 홍차와 다구를 판매중이었다.
그렇잖아도 타카노씨의 책에 나오는 그 길다란 티메저를 갖고 싶었기 때문에
그 티메저랑(좀 비싸다-_-) 밀크티용 홍차 2가지를 50g씩 샀다.
가격도 괜찮고 100g은 부담되다보니 조금 산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더 사왔어야 했다는 거지.ㅠ.ㅜ
계산해주시는 여자분이 넘 친절해서
아까 전화에 답변해주신 분이냐니까 맞다면서 날 알아보고 반색한다.
그리고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타카노씨)랑 자기들끼리 얘기하더니
(난 이 주인분이 타카노씨인 것을 집에 와서 알았다.
왜냐면 집에 이분이 쓰신 홍차책이 있는데 이분 말고 딤불라의 사장님도
일본 홍차계에서 유명해서 사진을 본게 기억나서 헷갈렸던 것)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한국이라고 하니까 바로 서울에서 왔냔다.
난 서울 근처이고 서울에서 1시간쯤 걸린다고,
홍차를 넘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다니까… 무척 반가워하네.(당연하지)
그리고 혹시 가게 내부를 찍어서 홈에 올려도 되냐니까 된다고 한다. 냐하~

티하우스 타카노 내부

가게는 꽤 넓고 좌석도 많다. 책에는 60석이라고 소개돼 있다.
고풍스럽거나 멋스러운 것은 없지만 부담없이 들러서 차 마시다 가기 좋겠고
혼자 와서 차를 홀짝이는 손님도 몇몇 있었다.
저쪽에 보이는 다구 진열장과 바 자리를 보니까 차야 생각이 났다.

티하우스 타카노 판매대

스콘에 나왔던 그 장미잼은 별도로 판매중이었다.
클로티드 크림도 파냐고 하니까 그건 또 안 판다고 하네.
여기서 직접 만드는 거냐고 한 번 물어나 볼걸.

타카노 티하우스 홍차, 책, 다구 판매대

타카노 사장님이 쓴 책과 가게 자체에서 판매하는 티메져와 티포트,
소분해서 파는 홍차들을 진열해서 판매중이었다.
캐디는 없지만 마스터의 노하우로 선별해 판매하는 홍차인데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니 더 사올 걸..이라는 후회만 든다.
여기서 산 홍차를 개봉 후에 그 생각이 더 증폭될지 어떨지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온 것까진 좋은데 또 진보쵸 역을 찾기 어려워서 물어봤더니
친절하게도 어디 식당에서 나온 전단지인지 좀 자세한 지도가 있던데 그걸로 알려줬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타카노를 나와서 진보쵸 역 근처까지 간 건 좋았는데
또 역 입구가 안 보이는 것이다.
지나가는 남자한테 물어보니 바로 옆 건물에 건물 입구처럼 애매하게 돼 있었다.-_-;
진보쵸 역 A2로 들어가(명함 받아온 것엔 A7로 되어 있음)
신주쿠 선이랑 미타 선이랑 헷갈려서 10시 7분에야 진보쵸에서 출발했다. 후~
지하철이라 중간에 JR로 갈아타려면 환승표를 끊던지 JR선과 만나는 역까지 가서
다시 표를 끊는 방법이 있는데 한자를 잘 모르다보니 환승표 끊는법이 어려워서
그냥 2번 요금을 내는 방법을 택했다.
진보쵸 → (지하철 미타 선) → 스가모(210엔) → (JR 야마노테 선 환승 10:24)
→ 타바타 10:30 → (JR 케인토후쿠 선) → 키타우라와(380엔)
11시쯤 도착했던가. 이것저것 정리하고 씻고… 새벽 2시 40분쯤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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