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나무사이로

12월 7일

이 추운 날, 대학로 티가든-동대문 에베레스트-광화문 나무사이로까지의 대장정..쿨럭
에베레스트에서 나올 당시 8시 좀 넘었고
나무사이로에 따라 갈까말까 하다가
막상 갈 때 아예 한번에 가버리자 하고 그냥 가게 되었다.
티가든이랑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구…
난방은 어떻게 할까, 화장실은 어떨까 등등.-,.-;;
차맛? 차맛은 아주 뛰어나거나 거기서만 맛볼 수 있는 그런 차가 아닌 한
크게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내가 자급자족이 되니깐…
차가 맛없어도 다른 요건들 충족하면 난 거길 간다니깐.

일단 우린 차부터 시켰다.
메뉴가 참 특이한 게 내용물은 인쇄물인데
겉의 표지는 손으로 직접 만든 천으로 된 커버… 오홋!
손때묻은 정감도 느껴지면서 메뉴에 각자 설명도 열심히 써놓고
재치있게 꾸며놔서 여기서부터 호감도 상승 시작.
밤이라 스트레이트는 좀 부담될 거 같아서 16번 인디안 차이를 시켰다.
여긴 또 의자가 등골 같은 걸로 되어 있었는데 방석 달라고 해서 깔 수도 있네.
우리 옆에 난로도 갖다주고 가게 내부도 그다지 춥지 않아서 좋았다.
딱 단점이라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있더란 거지.
뭔가 문인 분위기 나는 아줌마, 아저씨들…크윽, 카페 이마랑 비슷한 느낌?
그네들은 좋겠지만 난 눈이 따끔거리면서 얼굴이 막 붉어지고
머리가 띵하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다 그럭저럭 맘에 들었는데 담배 피우는 게 가능하면
왠만해선 점수 주기 어려운데 말야….
거기에 나 말고 다른 분들이 시킨 홍차는 20분이 넘도록 안 나왔다.
마스터가 자리를 비우고 다른 분이 계셨는데 그 차들이 어딨는지 못 찾겠다나.;;
넘넘 미안해하면서 서비스로 호두케이크와
서비스 홍차를 우려줘서… 용서가 됐다.-,.-v

20051207_10 20051207_09

인디안 차이는 아삼 베이스가 아주 찐~하게 느껴지고
향신료 향이 그다지 강하진 않았지만 맛있는 편이었다.
설탕도 유기농 설탕이 나오네?
유기농 설탕을 넣으면 살짝 캐러멜맛이 나서 밀크티에 타먹는 거 좋아하거든.
여기서 또 문제라면.음.. 난 밤이라 차이 시킨 건데
예상을 빗나가 아주 진하게 나와서 날 샜다는 거지만.
호두 케이크는 중간중간 황설탕 알갱이가 씹히고
호두도 듬뿍 들어있어서 홈메이드 느낌이 물씬 나는
어찌보면 소박하지만 정성과 함께 맛이 느껴지는 그런 케이크였다.
화사한 케이크도 좋지만 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이런 케이크가 좋더라~
게다가 크기도 크지 아니한고.. 홋홋

20051207_10

서비스로 내온 홍차에 덮어준 티코지가 특이해서 찍어봤는데
양모를 직접 축융한 천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일행 중 천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 티코지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다.
아참, 티코지 얘기하니까 생각나는게
여기 나무사이로에선 금속 티코지를 사용한다.
겉엔 금속이고 안에는 솜으로 코팅된 건데
마리아쥬 프레르 티룸에서 사용하는 그런 거 말이다.

화장실은 건물 공용 화장실을 쓰지만 건물이 새거라 그런지 깨끗하다.
좀 작긴 하지만 공용 화장실 쓰는 찻집들 중엔 젤 깔끔한 거 같은데.
금연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낮에 오면 괜찮다는데 우리가 간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마스터가 오셔서 봤는데 인상도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꼭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종로쪽에서 찻집 갈 때 더 이상 티포투에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 다시 생각해보니 아차, 티포투는 그래도 금연층이 있었구나…웅…
하~ 고민이야. 차가 맛없어도 금연이 되면 거길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우린 맨 처음 갔던 티가든에서 잡친 기분을 여기서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에베레스트의 친절한 서비스와 맛나고 적당한 가격의 음식들,
나무사이로의 포근한 분위기와 맛있는 차와 케이크…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막차 시간에 임박하고야 마는 사태까지 벌어졌다지.
그래도 처음은 별로였으나 갈수록 만족스럽고 재미있게 보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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