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일본 도쿄 – 우에노

6월 1일부터 9일까지 8박 9일간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둘러보고 왔다.
해외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 그러나 97년에 센다이-도쿄에 갔을 때에는
교회에서 기독교 세미나로 간 것이라서
센다이 3일은 세미나, 나머지 4일은 도쿄 관광이었으나 단체로 다녀서
지하철도 타라는 대로 타고 어디 갈 때도 시간 제한 있었고
게다가! 그때 필름 4롤을 썼는데 3롤이 다 잘못 돼서 안 나왔다는 게 문제.
여행기도 제때 정리해놓지 않아서 나중엔 디즈니랜드랑 무슨 박물관, 아사쿠사
간 것 외에는 거의 기억도 안 났고
출발하기 전에 보니까 그때의 에도 박물관 티켓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엔 갈 필요가 없을 듯.
아, 근데 센다이-도쿄 이동시 먹었던 에키벤(역마다 파는 도시락) 포장 딱지를
보니까 이번에는 기필코 맛있는 것을 먹고 오겠다고 별렀다.

송내역에서 6시 40분쯤 리무진 버스가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7시 50분경 도착했다.
버스가 진입하면서 세 차례 내려주는데 마지막에 내리면 JAL기 탑승구와 가까운
L과 K 사이에 내리게 된다.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 티켓 예약한 것을
적어도 출발 1시간 전에는 보딩 패스로 바꿔야 한다.
이번 여행에 숙박은 내가 알아보고 티켓 예약은 친구가 해줘서 이건 편했다.
이때 짐도 그냥 같이 부쳐버렸다. 난 짐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고
가방도 제일 작은 걸 가져갔는데 친구가 새벽에 전화해서 가방이 커서 부친다고 했을 때
왜 나도 같이 부친다는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다. 흑흑
면도칼이며 손톱깎이 등은 기내반입이 안 된대서 아예 빼놓았으니.
건전지도 기내 반입이 안 된다고 하니까 기내에 들고갈 가방엔
여분의 건전지도 있어선 안 된다.
출국심사를 하는데 신발까지 벗게 하고 수색을 한다.
우린 별 수상한게 없는지 금방 통과했는데 뒤의 어떤 남자는 헤어 드라이기가
가방에 들어있는 거 보고 꼬치꼬치 묻더군.
처음에 공항 도착해서 친구 찾고 친구 면세점 물품 찾고 하는데 시간이 가서
오전 9시 출발인 JL950편의 보딩 타임이 8시 35분이었는데
58분인가에 꼴찌로 뛰어들어갔다.;;
9시 2분부터 이륙 준비하더니 10분에 하늘로 슝~
1시간 45분 걸린다고 하네.

10시가 되니 기내식이 나온다.
아아…기내식~ 맛이 없더라도 이것도 하나의 문화체험이 아닌가.

20050601_01_jal
왼쪽 흰색 봉투에 든 것은 ‘오츠마미’라는 술안주로 딱인 듯한 스낵류.
웬 우리나라의 쁘띠첼이랑 두껍고 짭짤한 치즈가 들어있는 크로와상 샌드위치.
크로와상 샌드위치는 좀 퍽퍽하고 별로 기름지진 않았으나 짭짤한 치즈가 마음에 들었다.
참, 저 숟가락은 쁘띠첼 떠먹으라고 나오는 것이니 밥 먹을 땐 젓가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뭐, 밥 먹던 스푼으로 쁘티첼을 먹거나 쁘티첼 먹고 밥을 먹거나
스푼 하나 더 주세요-라고 해도 되겠지만.
그리고 이름을 까먹었는데 어쨌든 다시마 육수에 단맛을 낸 국물로 밥을 지은듯한
달달하고 쫀득한 밥에 야채 지단과 장어 조각(버섯처럼 보이는 것) 등을 섞어서
동봉한 간장 소스를 뿌려먹는건데 난 이 자체로만도 달달하니 싱겁고 맛나서 안 뿌렸다.
다행히 싱겁고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내식부터 그럭저럭 만족,
앞으로의 여행에서 먹을 음식들에 군침이 돌기 시작하는데…
기내식 먹고 입국 신고서 미리 쓰고…
11시 25분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97년엔 무척 쾌적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엔 우리 인천국제공항이 더 좋네.
첫 비행기라 입국신고서, 입국심사 모두 금방 끝났다.
1층으로 내려가서 짐까지 찾는데 20분쯤 걸렸다.
지하로 내려가서 우에노행 케이세이 Limited Express 12:06 출발하는 것을 탔다.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는 빠른 대신 1,980엔에 1시간쯤 걸린다고 했는데
그냥 Limited Express 를 1,000엔에 타고 1시간 20분쯤만에 우에노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는 도쿄에서 북쪽에 있는 키타우라와에 있는
일반 가정집 홈스테이. 수조네집이라는 곳인데
비수기인데다 일찍 얘기가 돼서 4박은 침대방을 쓰게 되었다.
도착 첫날은 정리해야 하니 6시 이후에 오라고 하길래
우린 우에노역 구내에 있는 코인라커 중간 사이즈(600엔)를 둘이 나눠서 썼다.
어떤 아저씨가 굉장히 친절히 도와주길래 수상했는데 정말 친절한 것이었음.^^;

우에노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JR 우에노역을 지나 근처,
도보로 5분쯤 거리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에 갔다.
박물관 들어가기 전에 박물관 왼쪽에 있는 테라스가 있는 우에노 그린 살롱이라는
식당에서 스파이시 베지터블 카레라는 것을 먹었는데(670엔)
한국에서 이번에 쓰려고 가져간 1엔짜리 잔돈 10개를 섞어냈더니 안 받는다. 오잉?
결국 660엔에 먹은 셈인데….어쨌든 흠…의외로 매운 카레였다. 맛은 그다지…

입장료는 일반인 420엔, 학생은 130엔.
이 박물관의 야외에는 로뎅의 유명 작품들이 있었다.
난 이것들이 복제인가 했는데 친구 얘기로는 진품이라는 것이다.
로뎅 작품은 하나당 몇 개까지만 주물을 떠서 카피가 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일본은 돈이 많아서-_- 생각하는 사람, 칼레 시민, 지옥문 등등
거의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우에노 국립서양미술관 로뎅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흐흑…이날 여기서 문제 발생.
여행 가방을 라커에 넣고 건전지 꺼내는 것을 깜빡해서
야외의 조각 3개까지 찍고는…배터리가 다 되어버렸다.ㅠ.ㅜ
지옥문… 정말 멋졌는데… 으앙~

박물관 1층 로뎅 조각실부터 관람 시작.
로뎅의 초기 작품부터 순서대로 진열돼 있었고
구석에 무슨 목동같이 생긴 조각상만 조명이 집중돼 있었는데
눈동자 조각 표현이나 짖궂고 장난스러움이 가득 담긴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때 또 친구덕분에 알게 된 것은… 조각에서 눈동자나 표정 표현이 무척 어렵다네.
뻥 뚫어놓은 것으로만 보이는데도 시선이나 얼굴의 씰룩거리는 그것까지… 대단하다.

2층은 1422년부터의 여러 작가의 작품이 진열돼 있는데
관람 순서와 구분된 방별로 미술사를 알 수 있게 해놨다.
친구가 미술 전공이라서… 관람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1422년부터 16세기쯤까진 정말 밋밋하고 평면적이고 딱딱한 그림들 뿐.
너무나도 도식화된 그림이라서 재미가 없었는데
그것이 르네상스 무렵을 지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다.
친구가 이집트 조각상을 하나 예로 들었는데(뭔지는 아는데 이름 까먹음)
그 조각상이 발 하나를 앞으로 내딛는데만도 천 년이 걸렸다고.
생각해보면 미술이나 음악이나 르네상스 전까지는 발전이 지지부진하긴 했지.
아마 르네상스 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승의 그림 오른쪽 귀퉁이에 그린
그 살아나올 것 같은 천사 하나만으로도 미술사가 격변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하여튼 미술이나 역사 공부를 좀 할 걸. 비행기 타기 전만 해도
우에노 미술관에 갈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 라인에서 가까운 아사쿠사나 갈 줄 알았건만.
몇몇 작품은 프랑스에 공수돼 전시중이라고 비어있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제일 중요한 거라고 하네. 나도 안타까웠다.
마네, 고갱 등의 인상파 작품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하고 방대했다.
그에 비해 입장료가 420엔이면 정말 저렴한 것임.
아, 그런데 관람 중 성 안토니의 유혹이란 제목의 그림이 2점 있었는데
난 좀더 이전 시대의, 첫번째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본 그것은 안토니를 유혹하는 여자 한 명과
이상한 동물, 마수 등이 안토니를 둘러싼 것이었고
두 번째 본 것은 여자 8명인가가 안토니 주위를 빠르게 도는 것이었다.
이 미술관은 2시간쯤 관람한 것 같다.

관람 끝나고 5시 넘어서 우에노 공원 근처를 돌아봤다.
미술관 앞 대로를 따라 동물원 입구까지 쭉 가서 왼쪽으로 내려오면서 불상이나
신사(닫혀 있었지만)도 구경하고 찍었다.

7시 넘어서 아메요코 시장 헤매다가 별 관심도 안 가고…
전철 철로 아래에 있는 라멘집에 들어가서 츠케 라멘(470엔)을 먹었다.
간장국물로 맛을 내고 차슈와 뭔가 아삭거리는 것이 얹어진 라멘인데
그 아삭거리는 것이 나중에 멘마라는 것을 알았고 한국에 와서 보니
중국식으로 조리한 죽순이라고 한다.

우에노 역에서 키타우라와 역을 가야하는데 노선표에서 어느 것이
키타우라와인지 몰라서 헤매는데 어떤 만화책을 들고 있던
잘 생긴 남자한테 물어봐서 찾았다.
그때 내가 키타우와라라고 알고 있어서 헤맸던 것임.-_-;
역에 내려서 가르쳐준 장소로 찾아가 전화를 하고 기다렸더니
수조 엄마께서 데리러 나와주셨다.
홈스테이 집엔 거의 11시 넘어서 도착했던가…
어쨌든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사용한 금액들 정리
교통카드로 전철비(800원), 송내역-인천국제공항 리무진 버스(3,200원)
일본 홈스테이 예약비로 1일 숙박비 (20,000원)

친구한테 부탁했던 간사이 쓰룻토 패스 3일권 비용 : 5,000엔
나리타 공항 → (케이세이 Limited Express) → 우에노 : 1,000엔
우에노역 구내 코인라커 중간 사이즈 600엔*1/2=300엔
국립서양미술관 입장료 : 420엔
점심; 스파이시 베지터블 카레 :670엔
자판기 녹차 음료수 : 120엔
저녁; 츠케라멘 : 470엔
우에노(上野) →(JR 케인토후쿠 선) → 키타우라와(北浦和) : 380엔
공중전화비 20엔*1/2=10엔
면도기 : 315엔
일본에서 첫날 사용 금액 : 8,685엔

참고할 점…  오사카가 있는 킨키 지역을 다닐 때 유리한 간사이 쓰룻토 패스는
2일, 3일권이 있는데 오사카 공항에서 사야 한다던가…
게다가 일본 가서 사면 3일 연속으로만 사용가능하다길래
우리는 어떻게 할 지 몰라서 3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티켓을 사갔다.
오사카에 3일 이상 활발히 돌아다니실 분은 필수인 마법의 티켓.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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