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이케부쿠로 – 레피시에
5시 5분쯤 표를 끊고 하라주쿠에서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이케부쿠로에 갔다.(160엔)
도쿄에 와서 레피시에도 못 보고 갈 순 없는데 지금 상황에서
가장 가깝고 찾기 쉬운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곳은
이케부쿠로 마루이 인더룸 2층에 있다는 레시피에 티룸.
참고로 레피시에는 판매만 하는 매장도 있고 티룸을 겸하는 곳도 있어서
잘 알아봐야 한다.
어쨌든 이케부쿠로 역에 내려보니…어라, 마루이 인더룸은 저 멀리.-_-;
도쿄 메트로를 탔으면 바로 그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있는데
JR 이케부쿠로 역은 좀 멀다.
멀긴 해도 찾기 쉬운 편이다. 골목 끝에 보이는 마루이 인더룸 4층 건물과
그 2층에 옹기종기 앉아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이는 티룸이 보인다!
인더룸은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도 봤는데
인테리어 가구, 용품 등을 파는 전문매장이다.
레피시에는 그중에서 2층 반쪽 정도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장도 저렇고 한쪽에서는 가구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좀 산만하긴 하다.
흐~ 생각해보니 크리스티에서 먹은 그 스콘 세트 이후 아무 것도 못 먹었구나.
어차피 각오한 점이기도 하고… 또 몇 가지 시켜 볼까.
여러 가지 메뉴판을 주던데 샌드위치가 있었다.
샌드위치 세트(1260엔)를 시키면
마실 홍차는 따로 모아놓은 선택 홍차 메뉴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난 페티아갈라 OP1을 선택했다.
맑고 빨~간 수색이 아주 매력적인걸.
약간 떫은 맛이 강한 편이지만 뭐랄까… 내가 마셔봤던 거라고 딱 구분짓기는
좀 모호하기도 하다.
한 손으로 따르면서 사진 찍고…옆 테이블에서 보고 웃겼겠지.-_-a
처음엔 차부터 나와서 빈 속이라 홍차는 아주 야금야금 마시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금세 약간의 샐러드가 곁들여진 샌드위치 2쪽이 나오는데 속도 푸짐하고 괜찮은 편.
흠…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양과 구성이면 나쁘진 않네.
일단 양상추를 야금야금 먹다가 콜리플라워와 당근, 피클으로 된 샐러드로
속을 달래주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기내식으로 먹었던 샌드위치에 껴있던 것 같은 두껍고 짠 치즈다.
근데 좀 덜 짜고 찝찔한 냄새가 나는 치즈보다는 차라리 이게 더 괜찮군.
샌드위치가 좀더 크면 더 좋겠당…
샌드위치랑 샐러드랑 깨끗하게 먹어치우고는 또 스콘을 시켰다.^^;
스콘은 420엔이고 5가지 맛 중 2가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서
난 밀크티, 밤맛을 시켰다.
살구잼이랑 무슨 크림이 나왔는데 앗..그러고보니.. 저 크림맛이 기억이 안 난다.-0-;
스콘 자체만으로는 타카노 스콘 다음으로 맛있었다.
그런데 밀크티맛 스콘이 어느 건지 구분도 잘 안 되고 차이도 모르겠던데.
스콘, 쿠키 등을 파는 것으로 볼 때 기성품을 데워서 내오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끝나는 시간이 다 되어가자 점원이 손님들 사이를 돌며 시간을 알려주고 다닌다.
자리 정리하고 일어나서 가게를 구경했다.
2005년 햇 다르질링을 인도풍 패키지로 판매중이었고
다루마..던가? 사쿠란보와 나란히 팔고 있는 신제품인듯한 향차도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여기선 그렇게나 사쿠란보를 사오겠다고 별렀는데
막상 눈앞에 가득히 있으니까 맛만 보고 싶은데 50g도 많다라는 생각에
머뭇거리다가 결국 못 샀고, 지금 와서는 엄청 후회하고 있다. 흑~
일단 남한테 사다달라고 부탁하기 어려운 부피 크고 무겁고 깨지기 쉬운
레피시에 티테스터 오렌지색 라벨이랑
(이것으로 세 가지색 라벨의 티테스터는 다 모았음. 사실 별로 쓰지도 않으면서-,.-;)
그레나데 티허니, 스리랑카 스파이스. 요것만 샀다.
홍차가 너무 많으니까…마리아쥬에서도 고르는데 무척 신경 쓰였지만
레피시에도 장난 아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흐뭇해서
막상 난 요것들만 달랑 샀다는 거지.
그런데 내가 산 것들이 다 깨지기 쉽고 무거운 거라서 그후 들고다니느라 고생 좀 했다.
많이 시켜먹고 물건도 팔아줘서였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계산하면서 혹시… 가게 내부를 찍어도 되냐니까 괜찮다고 하네.^ㅂ^v
어머낫, 신나라. 캄샤합니다~ 캄샤합니다~를 연발하며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미안하다보니 얼른얼른 도촬하듯이 찍었다.
사진에 보이는 왼쪽 벽면이 홍차, 오른쪽 벽면은 중국차다.
티앙팡 같은 게 보이면 사려고 했더니 녹목단, 해패토주 같은 것만 보인다.
이게 2005년 봄 신상품.
인도에서 가져온 듯한 진흙으로 빚은 차이컵도 있고…
가격도 꽤 하는데다 신상품 패키지, 이런 데에는 관심도 없고
아깝지만 다르질링은 그리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패스.
가게 카운터 앞쪽엔 구석구석 차를 진열해서 판매중이다.
이 매대에는 몇 가지 향차의 향을 맡아볼 수 있도록 해놨고
사쿠란보 캐디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아이스티용 유리포트, 다과용으로 뭐에 절인 건지 매실, 각종 다과 등등.
레피시에… 마리아쥬처럼 눈이 배부른 곳이었다.
홍차맛도 괜찮고 샌드위치와 스콘으로 배도 채우고..;;
이날 하루만도 도대체 몇 군데를 돌아다닌 건지. 알차게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나.
참, 이케부쿠로를 마지막 코스로 택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케부쿠로 세이부 백화점에 켄싱턴 티룸이 있다고 해서 거기도 같이 가려고 했던 건데
9시까지 한다고 알고 갔더니만
백화점 폐점인 8시에 맞춰서 가게 문 닫고 청소하고 있었다.ㅠ.ㅜ
아마 메이지진구를 안 봤다면 다 보는 게 가능하긴 했겠지만…
뭐 어디 있는지는 이제 알았으니까 언젠가를 기약하며 나오는 수 밖에 없었다.
세이부 백화점을 휙 둘러보다가
이케부쿠로에서 8시 50분에 개찰구를 통과해서 키타우라와까지 290엔 나옴.
밤에는 역 근처 노천온천에 갔다.
수조엄마 덕분에 할인쿠폰으로 500엔에 이용할 수 있었는데
1시간 동안 이탕 저탕에 들어가보면서 놀았고
3가지 거품이 나오는 탕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무릎이 아프던 것이 많이 좋아졌다.
일본 여행 중 온천은 필수가 아닐까 싶네.
음..아마도 우롱차에 절인 매실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