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교토 니조조
오사카 여행 첫날.
후… 그 전날의 삽질을 생각해서라도 남은 여행은 잘 보내야 한다.
오사카에서의 3박은 오사카 이모네라는 민박집에서 묵었는데
이모님이 일본에 오래 사신 분이라 오사카 관광에 대해 빠삭하셨다.
교토 관광 하루 일정을 여쭤봤더니 코스를 추천해주셨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 정도만 봤달까.ㅠ.ㅜ
9시반쯤 숙소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이 시간에 열려있는 식당이 별로 없다)
아침식사를 했다.
일찍 일어나서 빨리빨리 보고 다녀야 하는데 끝내 이렇게 늑장을 부리는구나.
그런데 관광지나 목적지 한두군데만 보는게 아니라
찻집도 보고 여기저기 늦게까지 다 보면
결국 이렇게 일어나는 것도 무릎이 아플 정도로 무리가 가더라.
쬐께 위생상태가 걱정이 되는 곳이었으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것도 귀찮다.
그리고 햄버거는 사절.
유리 진열장에 몇 가지 오니기리(삼각주먹밥)가 있고 가격이 표기되어 있어서
친구는 후리가케가 뿌려진 것을, 난 우메보시(매실)이 들어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사실 주먹밥이라는 것이 밥을 뭉친 것이라서 보기보다 양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평소 집에서라면 저렇게 많이 먹진 않겠지만
앞서 여행기에서도 밝혔지만 점심을 언제 먹을지 모르는 상황이고
아무리 많이 먹고 다녀도 여행이 힘들었는지 살이 빠지다보니
저 오니기리 3개짜리(301엔)에 면도 같이 먹기로 했다.
다만 면 한 그릇은 많아서 친구랑 반씩 나눠먹었지.
와카메 면(300엔*1/2)이라는 것인데 미역국에 소바 말아놓은 거다.
음.. 우메보시는 지금 회상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신맛이고..
친구가 먹은 후리가케가 뿌려진 것은 귀퉁이만 맛봤는데 그냥 맨밥에
슈퍼에서 파는 후리가케를 뿌린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마지막날 백화점에서 친구가 우메보시를 사간대서 같이 맛본 후
여기서 먹은 우메보시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맛이 별로였던데다 주방장이 요리 하고 나서 담배 피우는 것을 보고 먹은 것이 올라올 것 같았다. 우욱
가게 그것도 주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손으로 오니기리를 조물락거렸을 생각을 하니
여기 가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리고 싶으나 가게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흠… 하나조노쵸 역 4번 출구 근처다. 그냥 싸게 먹고 싶다면 모르지만 웬만하면 좀 …;;
하나조노쵸 → (요츠바시 선) → 다이코쿠쵸 → (미도스지 선) → 우메다
얼마가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그걸 다 알아보고 다니기도 힘들었던 것이
이날부터는 드디어 한국에서 미리 구입해 가져간
간사이 쓰룻토 패스를 개시했기 때문이지.
간사이 쓰룻토 패스는 킨키 지방의 몇몇 라인과 JR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간혹 관광지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는 패스다.
일본 가서 사러다니기 애매하고 제약도 있어서(그 제약이 이번에는 안 통하지만)
그냥 한국에서 사갔다. 친구가 비행기표 예약한 곳에서 사다줘서 고마웠지.
사진의 열차는 우메다에서 내린 후 10시 50분에 출발하는 카와라마치 행 특급이다.
교토까지 390엔이고 용산행 같이 몇몇 역을 지나치는 특급이랑 보통 열차가 있다.
다만 간사이 쓰룻토 패스를 사면 안에 킨키 지방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소책자랑
전철 노선표가 들어 있는데 교토에 가는 노선표가 우메다 역에 나와 있는 거랑
달라보여서 물어봤더니
카라스마 역에서 내려서 교토 지하철로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한큐 선 카라스마 역=교토시영지하철 시조 역
어쨌거나 1시간은 걸릴테고 좌석도 무궁화호마냥 되어 있어서 편히 자면서 갔는데
저 광고판을 보니 킨키까지 와서 다카라즈카도 못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에서 북서쪽에 다카라즈카 역이 있는데 이곳의 다카라즈카는
70~80년대 일본 순정만화 팬이라면 뭔가 호기심을 가지기 마련이랄까.
저 포스터를 보라고..-_-a
오사카 이모님이 전철 몇 번째 칸에 타서 내려서 어떻게 갈아타라-라는 식으로
자세히 알려주셔서 편했다. (올 때 까먹어서 문제였지-_-a)
추천받은 관광코스는…
① 니조조(이조성) – 4시까지 관람이 가능해서 가장 먼저 보라고 하셨다.
신발 벗고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이 가능해서 재미있을 거라고. 오옷, 정말?
② 킹카쿠지(금각사) – 4:30까지임. 안에서 말차를 500엔에 마실 수 있대!
③ 긴카쿠지(은각사)
④ 기요미즈데라(청수사) – 여기가 5시반까지 하므로 가장 나중에 보면 될 거라고.
긴카쿠지에서 기요미즈데라 사이의 테츠카쿠노미치(철학의 길)이라는 산책로가 유명하니
이 구간은 걸어가면 된다고 하셨음.
⑤ 기온
→ 강 다리 건너면 카와라마치 역에서 한큐 선 특급 타고 신사이바시 역에서 내려서
오사카 도톰보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걸어서 남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면
된다고 하셨다.
여기까지는 꽤 환상적인 코스라고 좋아했더랬지…
카라스마 역에 내려서(=시조 역) 교토시영지하철을 타는데
우리나라 7호선이나 2호선도 보면 가끔 이벤트 열차인지 특이하게 꾸민 지하철이
지나가던데 이것도 그런 건지 원래 이런 건지 특이해서 찍어봤다.
어쨌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고죠 역을 지나칠 때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앗…고..고죠?!
고죠라 하면… 내가 좋아하는 만화 龍에서 주인공이 교토 태생인데
결혼 때문에-_- 집을 나와서 생판 안 해본 구걸을 하면서 묘기까지 부리던 장소가
바로 고죠 다리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집에 와서 보니 일본인들이 무척 좋아하는..그래서 만화나 책으로도 많이 나오는
요시츠네와 벤케이가 처음 만나서 대결을 했다는 장소가 또 고죠 다리이다.
그건 천년지애 료우라는 순정만화를 보고 알았지만…
일단 교토는 역사적인 명승지라지만
내게는 만화와 관련된 장소라는게 더 우선이었나 보다. ^^;;;
교토 역에 내리니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역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현대적이다.
그냥 나와버려서 그렇지 집에 와서 보니 역 구내 곳곳에 또는 그 주변에
볼 데가 꽤 있는가 보더라고.
교토 역 구내에 타코야키 가게가 있길래 그렇잖아도 도쿄에서 초밥도 못 먹었고
오사카에선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가 유명하다니 그건 꼭 먹자던 참이라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타코야키 10개들이(500엔*1/2)를 샀다.
그런데 여기 웬 아톰이 이렇게 있냐…하고 지나쳤는데
교토 역 안에 데스카 오사무 월드-이런 전시실이 있었나 보다.OTL
딱히 아톰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오카노 레이코의 시아버지가
바로 데스카 오사무이기도 하고 일본 애니에 미친 영향 또한 크다보니.
교토 역 앞 버스탑승구 B2 플랫폼에서 50번 버스를 탔다. (220엔)
‘니조조마에(이조성 앞)’ 정거장에 내리면 된다.
입장료는 600엔이었고 거의 12시 반쯤에 들어갔다.
아까 구입한 타코야키를 못 먹은 상태였는데 혹시 걸릴까봐 숨기고 들어갔다.
이 문은 니노마루 궁전의 입구이다.
니조조 주변 역시 해자로 둘러싸여 있고
199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쳇
입구를 지나면 니조조에 대한 설명문이 있는 간판이 있는데
견학하러 온 학생들이 그 앞에서 일어로 된 음성해설을 틀어놓고 듣고 있길래
친구랑 기다렸다가 한국어 버튼을 눌렀다.
한 2분쯤 한국어로 니조조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우린 끝까지 들었는데
그 성 안에 한국어가 웽웽 울리니 기분이 묘했다. ㅋㅋ
다 끝나고 나니 우리 뒤에 서있던 외국인들이 영어 버튼을 누르더군.
아참, 이제서야 얘기를 하는 건데
첫날 우에노에서 그 카레 시켜먹던 날…
그때 내가 베지터블 스파이시 카레를 시키니까 내 뒤에 서 있던 외국인도
점원이 영어로 된 메뉴를 보여주는데도 내거랑 같은 걸 시키더라고.
하긴 어딜 가서 모르면 남들 하는 걸 따라하면 되긴 하는데 그걸 지켜보니
어째 좀…귀엽달까.^^a 나빠 보인다는 소리는 아니다.
저기가 바로 신발 벗고 관람할 수 있다는 니노마루고텐(니노마루 궁전)이다.
누각 부분을 찍으면서 ‘쳇… 돈을 쳐발랐네.-_-+’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일본의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어느 곳 하나를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문화유적의 수준이나 규모를 봐도 우리나라가 월등한 부분이 많은데
그걸 다 파괴하고 줄이고 왜곡해놨고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걸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니
정말 슬플 따름이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별거겠어…
성 안에 들어가면 복도의 정해진 코스로만 둘러봐야 하며
사진 촬영은 당연히 안 되고 스케치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응?
난 또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줄 알고(순진한..;;) 좋아했는데…
방 안에 가구 같은 건 하나도 없이 다 치워놓은 상태이고 간간히 중요한 방은
마네킹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벽이나 미닫이 문, 천장 등에는
당시 일본의 최고의 화가라는 카노(이름이 몇 몇 군데 다른 것으로 볼 때 집안인 듯)의
작품들이 있는데 바탕에 금박을 발라놓은 걸 보고 입이 벌어졌다.
진짜 돈을 발랐네..-,.-
돈도 돈이지만 뭐랄까…그 그림들에선 우리나라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그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느낌 같은게 안 느껴진다.
몇몇 그림은 멋졌지만 대부분 그냥 화려하네-라는 정도의 느낌.
참참, 마네킹들…후후.. 왜 그렇게 키가 큰 거지?
하긴 우리나라 박물관에 가도 옷걸이 마네킹들도 키가 좀 크긴 하다만
일본은 당시 무척 왜소했을텐데…
쇼군의 거실과 침실인 시로쇼인 침전에는 몇몇 여자 마네킹도 있는데
그 여자 마네킹 옆에는 각각의 직책이 있었다. 시녀장, 후궁..뭐 이런 식으로.
난 못 들었는데 내 친구가 우리 뒤에 오던 일본인 가이드가 영어로 외국인들에게
저 여자들은 쇼군의 아기를 갖고 싶어했다-라고 하더라나?
그거야 당시 동양권에선 당연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얘기가 왜 거기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니노마루 궁전 안에 마루는 일명 꾀꼬리 마루라고 특이하게 제작되었다.
아무리 조심해서 걸어도 끼륵~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우린 처음에 모르고 들어갔는데 특히 몇몇 마루는 그 소리가 심해서
이거 뭐야? 하고 몇 번이고 발을 살짝 굴러보며 소리를 확인하다가
안내 책자를 보고 아 이게 그거구나-하고 지나가는데
우리 뒤에 오던 일본 남자애들 여럿이 그걸 똑같이 따라하더라고…;;
하지만 뭐랄까. 일본의 각 성 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해자에
이런 소리가 나도록 만든 마루를 보면서
그렇게 피비린내 나게 자기들끼리 싸워서 이러고 살아야겠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군이 정무를 보는 방 같은 데에는 쇼군이 앉는 자리 옆에 붉은 태슬이 달린
문이 있는데 그 뒤에는 닌자들이 숨어서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같이 간 친구 덕분에 몇몇 그림들에 대해 해설도 듣고(어느 부분이 왜 마음에 드는지)
도움이 많이 됐다.
혼마루 궁전. 2층은 판자를 이어붙인 것처럼 생겼던데
1750년 벼락으로 소실되었고 1788년에는 큰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의 본채 내의
궁전터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니노마루 궁전을 둘러보고 나오니 배도 고프던 참에
바로 옆에 화장실과 휴게소가 있었다.
오옷… 중요문화재라고 아끼길래 그런 거 없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휴지통에는 도시락 먹은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되어 있었는데
일일이 다 사먹을 수도 없고 먹을 것도 없던 걸 뭐.
친구가 마요네즈를 이쁘게 짜서 사진 찍고 나도 찍고… 반씩 나눠먹고는 무척 아쉬워했다.
97년에 도쿄에서 저녁 때 장로님께서 사주셨던 것과는 달리
맛이..상당히 한국인 입맛에도 맞게 무난했다.
(그때 그건 정말 특이했음. 남은 건 내가 다 먹었지만.)
나만 맛있게 먹은 것도 아니고 친구도 맛있었다고 인정했으니.
웅… 또 먹고 싶다..^ㅠ^
니노마루테이엔(니노마루 정원). 연못 중앙의 돌은 섬을 상징한다고 한다.
햐~ 이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방에서 차 한 잔 마시면 정말 좋겠구나…
북쪽에 세이류엔이라는 정원이 있던데
혼마루까지 보고 나니 덥기도 하고 질려버렸달까.
잘 보존된 역사유물을 보는 게 분명 재미가 있어야 할텐데 뭔가 이상하게 질려왔다.
뭐 시간도 없고… 여기서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걸 또 보자라는 생각에 2시 반쯤에 나왔다.
니조조二條城 일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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