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나라 산조도오리-사루사와이케

7시 반쯤 기상. 점점 여행이 익숙해지는지 일어나는 시간도 빨라지고 있당.
8시반쯤 신라면 컵라면과 전날 사온 매실 주먹밥을 먹고
디저트로 푸딩까지 먹었다.
이날은 여행 마지막날이니 각자 보고 싶은 곳을 보자고 하고
친구는 9시 반에 먼저 출발하고 난 10시에 출발했다.
나의 목적지는 여행 오기 전에 미리 알아둔 나라 인포메이션 센터.
거기 가면 기모노를 무료로 입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냐하하
참 별거 아닌데 거기까지 가서 그걸 입어보겠다…흠.. 그래도 난 마지막날을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기모노를 입어보고 나라공원에서 동대사를 좀 본 후
오는 길에 무지카 티하우스에 가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려고 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실패했다는 것이지만.T^T
이날 도쿄에 이 오사카까지 같은 민박집에 있었던 뉴질랜드에서 오신 아저씨가
호주로 떠나셨다. 나라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는 JR 나라역과 킨테츠나라역이 분명히
가깝다고 하셔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님. 적어도 2km는 떨어져 있다.-_-+

일단 하나조노쵸 역에서 남바 역까지 온 다음(200엔)
남바 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개찰구를 통과한 다음 27번 킨테츠 선을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10시 23분에 출발하는 쾌속급행을 타고 킨테츠나라 역에 도착한 것이 11시 10분쯤.(600엔)
JR 나라 역을 찾아서 내리막길을 따라 지도를 보면서 한참 걸어내려왔다.
웅… 20분은 걸었나…
이제 하도 헤매는 짓을 많이 해서 이 정도 걷는 건 아무것도 아니네.-_-;
저 멀리 JR 나라 역이 보이고 역 구내에 들어가니
무가지가 몇 개 보여서 집었는데 간사이 지방의 맛집 탐방에 관한 여성들을 위한
잡지처럼 보이는 것과… 웬 타키자와 히데아키가 갑옷을 입은 표지의 잡지가 있어서
그것도 집어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요즘 한창 NHK에서 방영중인
요시츠네의 주인공이 히데아키라고 하네.(덕분에 요시츠네에도 빠져 있음.;;)
어쨌든 역 구내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반갑게도 한국인이 있다.
한국어로 된 나라 관광지 지도를 얻었고
내가 그렇게도 찾던 산조도오리가 바로 JR 나라 역 맞은 편에 보이는 곳이라 하네.

20050608_01_sanjo

산조도오리란…
JR 나라 역에서 동쪽으로 사루사와이케까지 이어지는 나라 시의 메인스트리트로
이 거리를 계속 따라가면 고후쿠지와 나라코엔, 가스타이샤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길 양쪽엔 전통 공예품, 과자, 토속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했고
거기에도 무슨 중국 차관이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지나쳤는데… 그것도 후회되네.
12시 반쯤 나라 인포메이션 센터에 도착했는데..
기모노 입는 걸 문의하니 무슨 가게를 자꾸 알려준다.
아이, 공짜로 체험해보는 거라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걸 어찌한다..
그때 책상 위에 있던 전단지 중에 join Japan이라는 글이 보여서 그걸 집어봤더니
앗, 내가 말하려던 것이 이거였네. 이거요-하고 보니…
쿵! 외국인이 일본을 체험하도록 기모노를 입어보는 그것은…
매주 화요일만 가능하다고 한다.T^T
뭐냐, 또 여기까지 와서 삽질?! 으앙~
안 된댄다.. 화요일만 가능하다고…흑흑..
나 한국서 왔고 내일이면 돌아간다고 했더니 그쪽도 무척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미친다고. 또 이런 삽질을..
내가 묵던 오사카 이모네 민박집에서도 1000엔을 내면 기모노 체험을 할 수 있긴 하다.
그런데 인포메이션 센터와 연결된 기모노를 입어볼 수 있는 가게를 소개해주면서
1500엔에 다 입어볼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후리소데도 가능하냐고 했더니 분명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기모노보다는 돈을 좀더 내고 후리소데를 입어보자는 생각에 예약을 하기로 했다.
(후리소데는 미혼 처자만 입을 수 있는 기모노이고 비싸다.)
그리고 나라에서 또 유명한 요리로 차죽이 있다는 걸 봐둬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간 김에 차죽을 먹어보고 싶다고 물어보려는데
그 차죽이 또 일어로 뭐라 하는지 몰라서 책자를 꺼내놓고 보여줬다.
챠가유-라고 한다네. 그래서 그 챠가유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니까
또 친절하게 가게 이름과 약도까지 지도에 표시해준다.
join Japan 안내문을 복사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그걸 복사하는 김에
챠가유를 먹을 수 있는 히라소라는 식당 약도도 복사해준다.
그리하여 1시쯤 히라소에 들러 식사를 하고
기모노는 3시에 입으러 가겠다고 예약을 하고 나왔다.

20050608_02_sarusawa

천천히 산조도오리를 구경하면서 길을 따라가니
나름대로 산조도오리에서 유명한 사루사와 연못이 나온다.
저 왼쪽에 보이는 돌에는 이 연못과 관련된 여인의 고사가 적혀있고
이 연못은 일곱 가지 불가사의로도 유명하다.
진짜 그런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연못에 웬 청거북이 많은지 모르겠다.
바위가 물 위에 솟은 곳을 보면 청거북이 다닥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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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사와이케의 오른쪽으로 가면 연못이 끝나는 지점에 다리 아래로
저런 불상들이 보인다.
아참, 일본 어디를 가도 애기불상에 빨간 천을 둘러놓은 것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오사카 이모님께 여쭤봤더니
일본인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일찍 죽으면 저렇게 불상을 만들어 공양을 하고
추울까 봐 빨간 누빔천을 덮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난 볼 때마다 섬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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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오른쪽에 平宗 ひらそう라는 간판이 보인다.
굉장히 낡았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느껴지는 한적한 골목에 음식점이 즐비하다.
메뉴판을 가져다 주는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선 챠가유만 먹는 건 400엔 정도이고
식사가 1000엔대부터 있다고 했는데 어째 메뉴를 보니 다 1500엔은 넘는 것 같고
챠가유만 나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어차피 챠가유만 먹으면 양이 모자랄 거 같아서 좀 지출을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챠가유가 포함된 정식이 어느 건데?-_-a
하는 수 없이 주인을 불러서 챠가유도 먹을 수 있는 걸 물어봤더니 몇 개 골라준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영어 메뉴도 갖다주는데
일본어 메뉴처럼 무슨무슨 식재료가 있다는 것까지는 안 써 있어서
메뉴 좀 보겠노라고 하고 내가 먹기로 한 정식이 뭔지 식재가 뭔지 수첩에 적어왔는데
지금 보니..흠..잘 모르겠다.-_-;
어쨌든 챠가유가 포함된 오카이상 정식 미요시노라는 것을 시켰다.(2,52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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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yoshino 정식
special menu of nara with special rice gruel flavord tea
요게 영어 메뉴의 설명이었고
처음에 서빙되기론 이 쟁반과 오른쪽에 있던 챠가유를 담는 공기는 엎어진 채로 나왔었다.
내가 쟁반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사진 찍고 놀고 있는데
이윽고 주방장이 나와서 따끈하게 끓인 챠가유가 담긴 옹기 냄비를 가져와서
엎어놨던 공기를 뒤집어 거기에 나무 국자로 챠가유를 떠담은 다음
같이 갖고 나온 뻥튀기 같은 것 3개를 챠가유 위에 뿌려서 올린다.
죽 한 그릇이면 모자라겠지만 저 냄비 정도면..
이 정식… 양이 꽤 되겠는 걸? 이걸 혼자-_-;

먼저 왼쪽에 있는 누름초밥부터 먹어봤다.
생선을 초밥 위에 얹어 틀에 넣고 눌러서 만드는 누름초밥.
만화로나 봤지 실제 먹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딱히 무슨 맛이 크게 느껴지는 건 아니고 담백하다는 정도.
비린내 같은 건 안 난다.
아, 저 잎으로 싼 초밥도 나라에서 유명한 것이던데 이름이 가물거리네.
하여튼 보고 듣고 먹은 것들… 다 한국에 돌아와서 재확인하고 후회되는 것도 많더란 것이지.
초생강도 맛있고 누름초밥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즐겼다. 히히
참, 그 유명한 차죽 茶粥, 챠가유 ちゃがゆ.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정성껏 만드는 차죽이라더니
먹으면서 보니 정말 으깨진 밥알이 하나도 없었다.
차는 무슨 차인지는 몰라도 한약 냄새가 약하게 풍기고 있었고
젓가락으로 떠먹어야 하지만 밥알이 살아있으니 그다지 불편하진 않았다.
야금야금 먹다가 누름초밥 하나 먹고 반찬 집어먹다가 다시 챠가유 집어먹고
국물 마시고 냄비에서 떠서 또 먹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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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을 끈 것은 왼쪽 위에 있는 작은 요리들이었는데
교토 기온에서 먹었던 쿄료리 효우탄 벤토도 재미있었지만
이것도 뭔가 아기자기하니 무슨 맛일지 어떤 요리일지 무척 신기했다.
콩 꼬투리가 3개 있었는데 껍질채 먹는 건가 하고 다 먹다가 퉷!-_-;
이건 그때처럼 껍질채 먹는 게 아니었다.
단풍잎 아래에 가려진 저것들은 삶은 소라 3개였는데 같이 나온 이쑤시개로
쏙쏙 빼먹는 맛이 재미있네. 내장도 같이 딸려나오던데 그런 다 발라내고 속살만 먹었다.
왼쪽에 있는 허연 것은 매실을 말린 것이었던가?
노란 건 고구마를 저며서 튀긴 것이었고 종지에 들어있는 건
소고기를 양념해서 조린 것이다.
구운 생선을 뼈가 없어서 아마 통째로 먹으란 것 같은데
난 껍질채로 먹는 건 영…;; 살만 또 쏙쏙 발라내 먹었다.
챠가유 먹으면서 틈틈히 집어먹는데 양이 적어서 우습게 보이지만 이것도 꽤 된다.

이 접시 오른쪽 뒤로 보이는 수박은 사비스-라고 나온 수박 2쪽.^^
수박을 내와도 먹기좋은 사이즈로 예쁘게 썰어서는 단풍잎 하나를 살포시 얹어내오는
센스가 어찌나 이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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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두부는…깨두부가 아닐까 싶다. 콩두부 치고는 뭔가 상당히 꼬소한데다
식감도 좀 달랐거든. 내가 적어온 식재의 한자를 알아내야 정체를 알텐데.
두부 위에 얹어진 것은 성게알이었는데 붕산 냄새 같은 것도 안 나고 참 맛있었다.
뚜껑이 덮힌 채로 나왔던 공기를 열어보니
양파와 청경채 등이 소스에 푹 절여진 소고기와 함께 들어있었는데
소고기는 위에 얹어진 양겨자랑 같이 먹으면 느끼함이 그나마 덜하다.
양파는… 일본 요리만화들 보면 오뎅 요리하고 나서
모든 국물을 다 흡수한 무 조각을 무척 맛있게 먹던데
이 양파도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진하게 맛이 스며들어서 물컹거리는 것이…
문제는 내가 그렇게 국물을 다 흡수해 물컹거리는 야채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거지.;;

혼자서 천천히 뒤적거리면서 다 먹고보니 1시간을 먹었더라구.
화장실에 가보니 이런 인적이 드문데 있는 식당인데도 무척 깨끗해서 좋았다.
(아니 사실 유명할 수도 있지만..)
내가 먹을 때 히라소에는 나 밖에 없었는데 잠시 후 들어온 커플이 챠가유를 시켜서
먹고는 나보다 먼저 나갔다. 날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ㅂ^;;
슬슬 기모노를 입으러 가면서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 나라는 역사가 오래된데다 전란의 피해가 별로 없어서인지
곳곳에 유적지가 많아서 볼게 꽤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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