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쥬우린인, 나라코엔

히라소에서 나와서 기모노를 입어볼 수 있다는 사라라는 가게까지 가면서
이것저것 볼 게 많았다.
나라는 도시 자체가 문화재랄까. 오래된 유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몇몇 알려진 유적지 외에도 동네 한 구석에도 중요문화재라는 둥
크고작은 절이나 신사가 숨어 있으니 길을 잃어도 심심하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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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로 가면서 길을 헤매다가 대로에 21세기로의 비상이라는 석상이 보여서 찍었다.
사슴이 나라 시의 동물인가 보다. 어딜 가나 사슴 문양, 사슴 조각상, 사슴 인형 등등
사슴, 사슴 투성이다.

길을 헤매다가도 용하게 시간을 딱 맞춰서 사라에 도착했다.
집 안 한쪽이 벽장인데 형형색색의 기모노와 유카타가 즐비하고
반대편 벽에는 거울과 기모노를 입고 찍은 기념 사진들이 붙어 있다.
골라보라며 이것저것 대주는데 난 화려하던지 귀여운 게 좋은데 웬 검은색?-_-
그런데 자꾸 유카타나 기모노를 대주길래 카달로그에서 후리소데를 가리켰더니
그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어랏? 나 아까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후리소데도 된다고 듣고 왔다니깐
그럴 리가 없다며 전화를 해서 자기들끼리 막 얘기하더니 나한테 전화를 바꿔준다.
자기가 잘못 알아서 미안하다며 후리소데는 100달러가 넘는 옷이라 안 된다고.
사실 1500엔도 기모노를 입고 나가지 않고 사진만 찍는 조건으로 할인을 해서 온 것이긴
했지만 후리소데가 아니라고 하니까 갑자기 돈이 아까워졌다.-_-;
원래 그 돈이면 유카타를 입고 2시간 외출이 가능한 정도였던가 그런데
혼자 그거 입고 외출해서 뭐 하겠냐 싶었고
그걸 입고 동대사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쿨럭
후리소데가 아니라니 정말 미안하지만 됐다고 하고 나왔다. 힝~ 아깝구먼..
그땐 오사카 이모네서 입어도 되니까-하고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쁜 기모노를 선택해서 입어볼 수 있었던 것인지라 꽤 아깝긴 하다.
나중에.. 혼자 가면 재미없겠고..친구랑 다시 갈 일이 있으면 다시 들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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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맞은 편에 있는 十輪院 쥬우린인.
예정했던 1시간 정도가 붕 떠버렸다…. 그냥 무지카 티하우스에 가기는 애매하고
쥬우린인 외에도 눈에 띄는 사찰엔 다 들어가서 사진 찍고 놀았지만
하도 많이 보니까 이제 재미가 없다. 미술에 관심이라도 많으면 좀 더 재미있겠지만
자꾸 절만 구경하려니 미칠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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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에 들어가서 보니 바닥의 자잘한 자갈을 예쁘게 빗어놓은 정원이다.
꽃보다 남자에서 그런 정원이 있다는 것만 봐서 아는 정도라서 실제 본 건 이번이 처음.
실수로 살짝 밟았는데 아무도 안 보고 있어서 모른 척.-,.-
저 수풀로 가려진 곳에는 연못이라고 하기엔 뭣한 물웅덩이가 있다.
이 쥬우린인은 남문, 본당, 석불이 문화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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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아온 지도를 손에 들고 토오다이지(東大寺)로 향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하나 잘 한 것은 등산화를 신고 왔다는 것이다.
동대문 아웃도어 매장에 가서 구입한 운동화처럼 생긴 저렴한 것이긴 하지만
발목까지 싸는 모양이 아니라 편하기도 하고 운동화보다 쿠션감도 있는데다
마지막날이라고 소중히 아껴뒀던(-_-빨래가 잘 안 말라서) 등산용 양말을 신었더니
둘의 궁합이 좋아서인지 발이 배기지는 않았다.
어쨌든 토오다이지는.. 멀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나라의 명승고적 하나도 못 보고
갈 순 없어서 나라 공원까지 걸어갔다.
나도 참 대단하기도 하지..-_-;
어쨌든 이 연못은 아라 연못.
이 반대편에는 미카사 산이 보이고 더 광활한 풍경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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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우린인에서 한 2~3km는 걸어온 듯 하다.
저 빨간 문이 나라 공원 입구.
맞은편 횡단보도에는 아사쿠사에서 봤던 것 같은 인력거꾼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내가 지도판을 보는 걸 보고 말을 거는데 호객행위를 하는게 아니라
친절히 알려주는게 아닌가. 웅… 이게 나라 공원 입구인데다 토오다이지로 어떻게
가는지는 알고 있지만.. 친절히 알려주는데 막을 순 없어서 듣고만 말았다.
인력거 안 타서 미안하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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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공원 안에는 그 유명한 토오다이지를 비롯해 가스타이샤, 국립박물관 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 다 볼 시간은 안 되겠고…
욕심내지 말고 토오다이지만 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중간중간 사슴 출현을 조심하라는 팻말을 봤는데
드디어 내 눈앞에 나타난 사슴! 종이를 함부로 꺼내면 뜯어먹는대서
지도를 숨기긴 했는데… 문제는 내가 동물을 무서워하다보니
사슴을 보고 반갑긴 하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고 도망다니느라 애썼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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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인지 견학인지 공원 안에는 학생들로 붐볐고
누가 과자만 꺼내들면 사슴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개중에는 무서워서 피하는 학생도 있고 그걸 즐기고 같이 어울리는 학생도 있고…
이맛에 이 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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