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도다이지, 다도 교실

토오다이지 東大寺 (동대사) 가는 길에는 여느 절처럼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즐비했다.
나카미세도오리 정도로 많은 건 아니었지만.
다만 거기에 비해 기념품들이 상당히 조악하긴 하더라.
그리고 그 길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그만큼 먹이 얻기도 쉬운 건가
사슴들이 인파에 섞여서 정말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까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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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다이지의 대불전으로 가기에 앞서 있는 2층 누문인 남대문.
척 봐도 엄청나게 낡았지만 저 크기를 보라. 저기 들어가는 사람이랑 비교해서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유적지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정말 컸다. 25미터라고.
토오다이지는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대불전이 목조 건물로는 세계 최대이고
대불전 안의 청동 좌불상은 세계 최대라고 한다.

남대문을 지나서 본당인 대불전을 보려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500엔)
입장하려는데 뭐라고 하면서 뭘 걸치는 시늉을 하길래 뭔가 했더니
내가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있어서 어깨가 드러나 있으니
겉옷을 걸치라는 소리였다.
다행히 더워서 겉옷을 벗고 있던 상태라 다시 걸치면 되긴 하지만… 더워서 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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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대불전. 멀리서 봐도… 렌즈에 다 안 담길 정도로 엄청 크다.
대불전은 1709년 복원된 건물로 소실전 최초 건물은 서기 758년 건축되었고
대불전 높이만도 48미터나 된다고 한다.
본전 입구 오른쪽에 있는 빨간 천을 두른 것이 보이는지?
그때까지 봐왔던 빨간 천을 두른 애기불상과 달리 이건 목조로 된 노인이다.
한 장 찍어오긴 했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져서-_-
다시 보기 싫다보니 굳이 올리지는 않겠는데 왜 여기는 노인일까 궁금해서
오사카 이모님께 여쭤봤더니 일본인들은 노인이 죽으면 그 영혼이 어려진다고 믿는다나
그리고 빨간 천을 두른 건 애기 불상과 같은 이치란다. 춥지 말라고.
일본의 절이나 궁 유적을 보면 지붕 꼭대기에 뿔처럼 되어 있는데
저게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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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전 안에 들어가서 불상의 뒷편까지 다 돌아봤는데
안에는 이런 동대사 축소판이 있고 기와나 불교에 나오는 수호신인 사천왕들이 있다.
또 각종 부적을 파는 가게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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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을 지킨다는 다문천.. 친구가 생각나서 찍어왔다.
북방다문천은 지물로 비파를 든다는데 이건 탑을 든 것인지?
다른 쪽에는 서쪽을 지킨다는 광목천이 있는데 보탑 대신 붓과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흠… 안에 있는 진짜 거대한 대불상말이지. 그 옆에 있는 금불상도..
왜 찍은 사진마다 다 흔들렸는지 모르겠다.-_-a
불가사의하지만… 패스. 검색엔진이나 각종 책자에 다 나오니까 그걸 보면 된다.
딱 하나 아쉬운건 이 대불전 안에 대불의 콧구멍이라는 게 있다는데 그걸 못 보고 왔네.
여길 과연 나중에 다시 돈내고 들어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콧구멍을 통과해볼 생각은 없어도 크기가 어떤지는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토오다이지에는 4시쯤 들어갔었는데 다시 남대문으로 나와서
나라공원 입구의 오른쪽 대로로 1.1km 내려가면 킨테츠나라 역이다.
사실 토오다이지 근처에 요시키엔 정원이 있대서 그걸 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헤매도 보이질 않아서 포기.ㅠ.ㅜ
지금 지도를 보니 내가 다른 곳을 헤맸던 것이지만.
킨테츠나라 역쪽으로 내려가다보니 왼쪽에 나라국립박물관이 있었다.
하… 여기도 우리나라 유물도 있고 볼 거 많다던데…시간이 지나서 못 본 게 아쉽다.
코오후쿠지도 유명하다는데 닫혀 있었구…
그러게 빨리빨리 좀 일어나서 관광을 하란 말이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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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40분쯤 킨테츠나라 역에 도착했다.
역 왼쪽에 보면 저런 아케이드로 된 상점가가 있는데 위쪽에 보니
사슴 문양으로 꾸며놔서 찍었다. 여기 상점가도 재미있어 보이지만…쩝~

이제 내 다음 목적지는 Musica teahouse.
여기도 티하우스 타카노 못지않게 무척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도쿄가 아니라 이쪽 킨키에 있는 것이라니 무척 행운이지 않은가.
마지막날 내가 바라던 찻집에서 마감하나보다 하고 얼마나 기뻤던지.

킨테츠나라 역 → 킨테츠 선 세미익스프레스 → 남바(500엔) 6:36
→ (요츠바시 선) 6:46 → 니시우메다(230엔) 6:55
남쪽 출구 근처라는데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근처 백화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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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포숑, 웨지우드, 레피시에 매장이 나란히 있다.
8시쯤까지 구경하면서 포숑 매장에서 프리스티지 애플 미니틴이랑
웨지우드 미니틴 2개, 그리고 정말 고르기 어려웠지만 피터래빗 미니틴 1개
스트렌드티 매장도 있길래 거기서 티메저 하나랑 설탕집게 등을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사도 됐을텐데… 이미 우체국 가느라 삽질한 걸 생각하면
짐 늘어나는 건 질색이라 어쩔 수 없지만서두.

무지카 티하우스가 9시 반까지인가 한대서 이렇게 느긋하게 백화점까지 구경한 건
좋았지만 막상 밖에 나오니 이제 컴컴해지고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당.
남쪽 출구를 찾아 무슨 강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뒤져봤지만
무슨 그랜드빌딩이라는 걸 찾았더니… 무지카 티하우스가 없는 것이다.
전화를 해보니…뭐라뭐라 하는데 결번..같다.ㅠ.ㅜ
뭐야, 설마 이사를 간 건가? 일본 가게들은 보통 한 곳에서 오래 하는 줄 알고
방심했는데 없어진 것 같진 않고…이사간 거 같다. 끄앙!
정말 너무 허무했다… 뭐 재미없게 보낸 하루는 아니었지만…
여기 오려고 그 전날 다른 찻집 가보려다가 JR 노선이라 까다로워서
그냥 포기한 것도 있는데 이럴수가~~~
거하게 먹은 점심도 다 꺼져서 배도 고프고 숙소로 돌아갈까 하고 지하도를 통해
역으로 가는데… 우잉, 다도교실 1일 체험?!
식당에 들어가려다가 그걸 보고는 뭐에 홀린듯 들어가서
다짜고짜 나도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이래저래 설명을 해주는데 응응, 그래서 지금 해볼 수 있다는 거야 뭐야..했더니만
다음 주에 스케줄이 빈다고..응?
알고 보니 예약제.-_-;; 하긴 거기가 늦게까지 한다지만 지금 수업듣는 학생들을
보니 내 차례가 올 수 없긴 했다만…
나 여행 와서 내일이면 돌아가는데용.했더니 차라도 들겠냔다.
흑흑… 그럼 고맙다고 하고 유리창 밖에서 수업을 지켜보기로 했다.
곱게 차유를 낸 말차와 큼직한 다과를 준다. 헛.. 고..공짜일까나?
뭐 돈내면 어때.. 한국만큼은 안 비싸겠지.
야금야금 다과를 잘라먹으면서 말차를 마셨다… 정말 맛있고나.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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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의 차유도 끝내줬지만 이 물고기 모양의 다과…
빵 안에는 흰색의 끈적한 앙금이 들어있는데 팥은 아니고… 뭔지 잘 모르겠네.
하여튼 배가 고프던 참인데 다과가 크니까 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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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안에 있는 교실에서 두 차례 수업이 있었는데
난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뚫어져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대략 약식이라고 하는 것이지만 저것도 절차가 꽤 복잡하네.
들어와서 인사하고 다과 돌리고 차 대접하는데 차칙 잡는 방법도 다 정해져있고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무척 복잡했고 그 안에서도 초심자와 좀 배운 사람이 눈에 띄더군.
어쨌든 구경만 1시간쯤 했지만 무척 재미있었고 말차 얻어마시고 수업도 공짜로
보는데 눈치를 안 주니까 슬쩍 미안해졌다.
여기서는 수업에 사용되는 다구도 팔고 있었는데
입구 왼쪽에 있는 진열장에 있는 다완 중 그나마 가격이 낮고 귀여운 사쿠라 다완을
사고 싶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오동나무 상자에 든 다완을 갖고 싶어서
교토 기온, 산조도오리에 있던 다구 상점에서도 많이 물어봤지만
도통 내 마음에 드는 건 오동나무 상자가 아니라 종이상자에 넣어주고
오동나무에 든 다완은 넘 비싸고… 그냥 맘이 가는 걸 사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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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정말 잘 마셨고 수업도 재미있었다니까 웃으면서 그렇냐고 하네.
말차는 한국에서 와서 사비스-란다. 냐하하…고맙소이다.
꼭 고마워서 그런 건 아니지만 다완을 하나 샀다.
원래 다완을 하나 사오는 것도 목적이었으므로.
뭔가 대화를 이어야 하는데 마땅치 않아서 당신이 입은 옷이 뭐냐고 물어봤다.
바람의 검심을 봤다면 알겠지만 하카마라고.
내부를 찍어도 되냐니까 된다고 해서 찍으려는데 폼도 잡아줘서 고맙다고 같이 찍었다.
업로드해도 된다고 해서 이렇게 공개하는데…정말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지나가는 여행객인데 친절히 대해주고 공짜로 말차도 주고 수업도 보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이거라도 건졌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10시 12분에 요츠바시 선을 타고 출발해서 하나조노쵸에 왔다.(230엔)
1시 40분쯤 취침. 이렇게 하루가 끝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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