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귀국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짐은 그 전날 거의 다 싸놨고 7시 40분쯤 일어나 정리하고
세면도구, 화장품 등을 끝으로 넣어 준비가 다 끝났다.
일주일 넘게 외국에 나와있었더니 너무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어째 상당히 피곤하면서 더 이상의 여행이 귀찮기도 하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
친구랑 묵은 오사카 이모네 민박집.
도쿄 수조네와 달리 주인은 옆집에 살고 아파트 한 채를 민박집으로 쓰는 건데
방에는 저렇게 옷걸이와 이불을 놓을 수 있는 행거와 바닥엔
전기장판만 놓여 있어서 상당히 썰렁하긴 하다.
그래도 장점은… 남쪽으로 내려온 거라서 습할 줄 알았는데
방 안에서 빨래가 마를 정도라 너무 다행이었다는 것이지.
도쿄에서 걸레가 되어버린 수건을 다 빨아서 탈수하고 말려서 쓸 수 있었다.
비행기는 3시 10분에 출발하는 것이었고 공항엔 적어도 1시반까지는
도착해야 할 것 같은데 남은 시간이 또 상당히 애매해진다.
일단 9시 40분쯤 나와서 남바역에 도착하니 10시.
이 시간에 어디 유적을 보겠냐 싶어서 마지막으로 쇼핑이나 하자고
남바역에 있는 코인라커에 짐을 넣고(600엔*1/2)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들어갔다.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 입구에 있는 CREMERCY 뉴욕이라는 디저트 전문점.
하.. 일본에 와서 그 이쁜 케이크들…하나도 맛도 못보고
초밥도 제대로 못 먹어보고..ㅠ.ㅜ
친구도 빵의 고장으로 유명하다는 고베에 가서 빵을 못 먹었단다.
각자 뭔가 제대로 못 먹은 한이 있는지라 이 예쁜 디저트에 혹해서 구입 결정.
난 무슨 하얀 두부 같은 게 있는 거랑 도자기컵에 들어있는 무스 같은 것을 샀다.
사실 도자기컵이 테이크아웃해도 가능하다고 해서… 그 컵이 탐나서 샀달까. 홋~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해서 찍어왔음.
남바역에서 출발하는 난카이 선을 타고 간사이 공항까지 대략 50분쯤 걸린다고 해서
적어도 12시 반에는 출발해야 한다.
쇼핑하는데 뭐 시간이 그리 걸리겠냐 싶었는데…
지하 식품매장에서 친구랑 열심히 화과자를 사다가 생각해보니
그동안 식품매장만 봤지 식기매장은 하나도 안 본 것이다.
다과를 담을 예쁜 칠기접시도 사야하는데 하고 7층에 올라갔더니
또 무슨 도자기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네.
친구랑 그거 슬쩍 구경하고 나와보니… 일반적인 일식기도 이쁜 게 많았고
유명한 크리스털, 도자기 제품도 많았고…하~
칠기 그릇들이 예술인 것이다. 당연히…값도..OTL
마지막으로 지르자고 다과 접시 하나 사고보니 12시를 넘기고 있다.
급히 내려오면서 보니 내가 모으고 있는 웨지우드 블루플럼 찻잔이 6300엔.
어, 괜찮은 값이네…하고 지나쳤는데 당시엔 CJ몰에서 이보다는 비싸도
백화점보다는 싸게 살 수 있으니 그냥 그거 사지 뭐 하고 왔던 건데
한국에 돌아와서보니 수입처가 바뀌어서 값이 8만 얼마로 바뀌었더라구.ㅠ.ㅜ
어차피 돈도 바보같이 남겨왔는데 그냥 사올걸 그랬다. 흑흑
오른쪽에 있는 파란색 열차는 난카이 선 중에서 가장 빠른 라피도.
간사이 쓰룻토 패스로 타려면 500엔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만약 시간이 없다면 저걸 타면 된다던데..30분 만에 간다고.
우리는 왼쪽에 있는 12시 36분에 출발하는 급행을 타기로 했다.
급행이라봐야 우리나라 용산 직통 열차처럼 역을 거의 지나친다는 정도.
음료수 자판기에 욘사마가 있길래 재미있어서 찍어왔다.
그러고보니 그 전날인가 민박집에서 이 욘사마의 음료 광고를 잠깐 봤었는데
7가지 맛이 나는 차라나 뭐라나.
내가 일본에 와서 매일 홍차음료를 하나씩은 사마셔봤는데 어째 밀크티는 하나도
안 마셔봐서 이걸 뽑아마시려다가 무겁기도 하고 고민하다가 공항에서 뽑아먹기로 하고
그냥 왔는데… 공항 자판기에는 홍차 음료가 없었다.ㅠ.ㅜ
원래 지하철 안에서 음식을 먹는 건 예절이 아니지만
생각 외로 백화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먹은 게 없다 보니
염치불구하고… 친구랑 같이 아까 구입한 디저트를 꺼냈다.
예쁜 상자에 녹지 않도록 냉매를 껴서 쏟아지지 않게 잘 포장해줬네.
왼쪽에 있는 흰색 두부같이 생긴 것은 기내에서 먹기로 하고
우선 컵을 비우기로 했다. 위에 있는 건 시럽에 졸인 매실.
매실을 먹으면서 푸딩을 떠먹는데…. 딱히 확 튀지는 않지만…맛좋다.
50분이나 간댔지… 친구랑 난 또다시 잠의 세계로…;;
나중에 눈을 떠보니…헛?! 바다를 건너고 있다!
모르고 갔는데-_-; 간사이 공항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처럼
바다 한가운데 공항이 있더란 말씀.
마침 운 좋게 바다를 건너기 전에 눈을 떠서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1시 20분 공항 도착.
나리타도 깨끗하고 좋았지만 간사이 공항이 더 깨끗한 느낌…
비수기라 덜 붐벼서 그런 건지 낮시간인데도 한가하다.
천장에는 저런 글라이더 모빌 같은 게 달려있었다.
1시 30분쯤 보딩 패스로 바꾸고 짐을 부쳤다.
간사이 지방, 헤이안 시대 수도였던 교토가 있는 이곳…
헤이안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하겠지.
공항 내에 요런 귀여운 인형들이 있어서 찍어봤다.
나도 헤이안 시대라하면 아무래도 만화의 영향 때문인지
그 특이한 옷도 그렇고..(여러 겹 겹쳐입는 레이어드룩에 영향을 줬다나 뭐라나)
관심이 많다구.
2층은 국내선, 3층이 국제선 승강장이다.
배는 아직도 고프고…기내식을 생각하니 좀 애매하고
그래도 약간 요기는 해야할 것 같아서 헤맸는데 2층에 식당가가 있다.
그리고 각종 기념품, 과자 파는 곳도 있는데 제대로 된 화과자를 사려면
역시 백화점에서 사야한다. 왜냐하면 정통화과자점들이 본점이 교토에 많은데
대형백화점에도 체인으로 들어와서 같은 제품을 팔고 있기 때문.
공항에서는 제대로 된 화과자를 보기는 힘든 거 같다.
하여튼 공항내 식당가를 헤매다보니 2시 20분쯤…시간이 또 촉박..;;
뭔가 화려한 정식들도 많고 면류도 많았는데 시간 때문에 그냥 만만해 보이는
소바를 먹기로 했다.
이나카 소바라는 것인데 무슨 야채 조림 같은 거랑 김, 튀김조각
메밀국수에 마 갈은 것이 얹어져 있다.
보통 메밀국수랑은 먹는 방법이 다를 거 같은데…
와사비를 반 정도 떠서 국수그릇에 담고 장국을 부어서 비벼먹었다.
흠~ 갈은 마를 들이킬 때 X 들이키는 느낌이긴 하지만…^^;
원래 마의 아삭거리는 식감을 좋아하는지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일본 어디를 가도 생와사비가 나오는 건 참 좋았단 말씀.
그냥 떠서 맛봐도 가루를 개어서 만든 그런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메밀국수도 면발이 두툼하던데 일본인들이 소바를 먹을 땐 씹지않고 후루룩 들이킨다더만
장이 약한 나로서는 도저히 그것만은 못하겠더라고.
이건 친구가 사줬당.^^
역시나 또 보딩 시간에 지각… 그러나 붐비지 않아서 출국심사니 뭐니 금세 끝나서
2시 55분에 기내에 탑승했고, 3시 10분 이륙인데 25분쯤 이륙했다.
30분쯤 자다보니 난 통로쪽에 앉았는데 머리 오른쪽이 뭔가에 닿아서 깼다.
깊이 잠들면 옆으로 기대는 습성이 있어서-_-a 누가 뭘로 막았나 하고 깼더니
음료를 나눠주고 있네. 그런데…아무리 봐도 기내식이 아니라
오츠마미만 달랑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
아마 3시 비행기는… 기내식이 없나 보다.
인천공항-나리타 구간보다 인천공항-간사이 구간이 더 저렴한데
거리도 그렇지만 기내식도 없어서 그런 것이려나?
어쨌든 오츠마미는 더 달래서 먹고 우린 점심 먹고 들어오길 정말 잘 했다고 자조했다.
난 아껴뒀던 디저트를 꺼내서 먹고~
친구가 와인을 달래서 받는 걸 보고는
좀 창피하긴 했지만 나도 하나 달라고 해서 받아왔다.
다른 것이었으면 관심 없었겠지만 까르보나라라든가 무슨 화이트 소스 같은 거
만들 때 화이트와인이 필요했는데 양도 적당하고 공짜라길래.;;
왼쪽의 음료는 사과주스인데 맛있음. 도쿄에 갈 땐 센차를 마셨는데
이 사과주스는 단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한테나 맞을 거 같다.
5시 13분.. 드디어 한국 도착!
딱 착륙하는 순간 가슴도 내려앉는 느낌이었달까?
뭔가 굉장히 안도감이 들면서 서운함도 밀려왔다.
피곤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건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어쨌거나 친구랑 헤어져 리무진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핸드폰을 켰다.
공항 도착했다고 전화하고 버스를 탔는데 퇴근시간이라 그랬는지 길이 막혀서
송내역 도착하니 7시 18분이나 됐다.
짐 질질 끌고 전철을 타고 부천까지 오는데 비수기에 눈에 띄는 여행객인지라
가방에 붙은 JAL 표딱지 보고는 몇몇 사람들이 수군수군.
그래도..반갑네… 다 알아들을 수 있고 알아볼 수 있는 한국이라서 말이다.^^
역시 집이 최고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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