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파이 만들기
냉장고에 일주일 넘은 아오리가 아무도 먹지 않아서
천덕꾸러기로 온몸에 멍이 든 채 굴러다니고 있다.
난 원래 아오리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가네.
게다가 애플파이는 옛날에 두 번인가 해봤지만 계속 실패했던 아이템.
일단 파이시트가 촉촉하면서 나풀나풀 일어나지 않는데다
계란물을 발라도 전혀 노릇해지지 않아서였지.
파이껍질은 그렇다치고 통 표면이 노릇노릇한 걸 겪어보지 못했던지라
새 오븐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만갔는데 이번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번거롭지만 애플파이에 도전!
방산시장에서 사온 앵커 무염버터가 드디어 동났다.
파이틀에 기름칠을 할 때 요렇게 다 쓴 버터포장지를 문질러주면
손에 기름도 덜 묻고 재활용도 된다구.
사진의 도자기 파이팬은 테플론 코팅된 파이팬보다는 도자기가 좋을 것 같은데다
예전 고기굽는 오븐엔 18cm 넘는 팬에 굽다가 자꾸 설익다보니
반으로 나눠서 익히려고 13cm 지름의 신지카토 도기팬 2개를 구입했던 것이다.
[재료 ; 18cm 파이틀 1개 분량]
-파이 생지 Pie crust-
박력분 200g, 소금 1/2t, 무염버터 100g,
냉수 3~4T(농후한 맛을 원한다면 달걀노른자 1개 추가)
강력분 or 중력분 약간
-애플파이 필링-
사과 2개, 레몬즙 1T, 설탕 2T, 무염버터 20g, 시나몬파우더 1/2t
계란 노른자 약간
[파이 생지 만드는 법]
1. 박력분과 버터는 냉장고에 냉장해둔다.
난 생략했지만.
2. 볼에 박력분과 소금을 함께 체친다.
3. ②의 볼에 차가운 버터를 넣고 손끝으로 녹지 않게 비벼주거나
스크래퍼로 잘게 쪼개서 보슬보슬 섞는다.
4. 버터와 밀가루가 고루 섞일 때까지 소보루로 만든다.
녹지 않게 최대한 잘게 쪼갠다. 푸드 프로세서로 갈면 편리하다고 하네.
5. 물을 분량의 3/4쯤 넣어서 반죽의 되기를 보면서 조절한다.
농후한 맛을 원한다면 계란을 물에 풀어서 섞어도 된다.
원래 레시피는 물 1~2T였는데 반죽해보니 틀렸더라.-_-;
난 4큰술까지 넣었다.
6. 반죽은 버터가 녹지 않도록 너무 주무르지 말고
질지 않고 뭉쳐지는 정도까지만 한다. 휴지를 하고 나면 좀더 촉촉해진다.
냉장고에 30분 이상 휴지한다.
원래 여기까지인데 난 30분 후에 꺼내서 여러 번 밀어접어서
다시 10분쯤 더 휴지했다. 보통 뭘 만들 때 꼭 요리책 서너권을 비교해보면서
요리조리 다른 시도를 더하다보니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인지는 나중에 다시 다른 방법으로 해봐야 알 것 같다.
[애플파이 필링 만들기]
1. 사과는 4등분을 해서 껍질과 씨를 깎아내고
한 조각을 반으로 갈라서 저렇게 작은 부채꼴 모양으로, 5mm 두께로 슬라이스한다.
반죽을 밀 도마가 젖으면 안 되니까 접시에 놓고 썰었다.
2. 냄비에 슬라이스 한 사과를 넣고 레몬즙, 설탕, 버터를 넣는다.
3. 약불에 약 10분가량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졸이면
물기가 졸아서 점점 잦아들면서 사과 부피도 반 이하로 줄어든다.
4. 가스불을 끄고 계피가루를 뿌려서 재빨리 섞어준 다음 그대로 식힌다.
[애플파이 만들기]
오븐을 180도로 예열하는 10분 동안 타이머를 맞춰놓고 보면서
파이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좀 부족하다.
예열시간을 늘리던지 잘 조절하길.
1. 도마에 강력분이나 중력분을 뿌려놓고 차가운 반죽을 꺼내
버터가 녹지 않게 조심해서 3mm 정도 두께로 민다.
2. 버터를 칠해둔 파이틀에 밀어놓은 반죽을 깔고 모양을 잡아준 다음
가장자리에 남는 부분은 잘라내고 안쪽 바닥에는 포크로 구멍을 좀 찍어준다.
난 먹기 편하려고 지름 12cm 정도 되는 미니 파이팬 2개에 나눠서 했다.
그리고 가장자리 잘라내고 손질하기 귀찮아서 대충…-_-a
3. 굽는 동안 파이필링이 건조해지니까 위에 덮을 뚜껑을 만드는데
완전히 막히면 부풀어오르니까 몇 군데 구멍을 뚫어준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바구니 짜기를 해보았는데…
반죽이 모자라서 남은 한 판은 모양이 영~
4. 필링을 채운 파이 위에 뚜껑을 덮어 가장자리를 만져준다.
꽤 그럴싸하게 된 듯. 후후훗
5. 파이 겉에 노른자 약간에 물을 탄 계란물을 붓으로 발라준다.
이때 파이생지에 계란노른자를 넣으면서 약간 남겨뒀다가 발라주면 좋을 것 같다.
난 모양 좀 노릇하게 내보겠다고 아까운 계란을 하나 깨서
노른자 반에 물 1큰술을 넣어서 계란물을 만들었는데…
계란물이 남아서 버렸다. 그러니 노른자는 1/3쯤에 물은 1/2티스푼 정도로
정말 아주 약간만 있어도 될 것 같다.
6. 일반오븐 모드로 중간단에 놓고
180도에 20~25분 혹은 200도에 15~20분 굽는다.
난 180도에 20분 굽되 타이머 끝나고 나서도 5분 더 있다가 꺼냈는데
별로 노릇하지 않아서 결국 다음날 먹기 전에 다시 데워줬다.
그랬더니 더 노릇해지는 것이… 좀 덜 구웠었단 얘기지.
필링 때문에 축축한 편이라 쉽게 타지는 않는다.
레시피가 상당히 길어서 복잡해보이지만
잘 읽어보고 나의 실패기나-_-; 주의사항을 숙지한 다음
메모지엔 간단히 옮겨적어서 그걸 보면서 하면 편하다.
난 영어 사이트에 있는 그런 간단한 레시피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외국책 보고 만들다가 실패한 게 얼마나 많았던지.-_-a
그리고 애플파이 필링의 경우 시나몬 파우더 약간-은 도대체 얼마나 약간이냐고!
그냥 내 맘대로 1/2티스푼으로 했는데 1티스푼까지 해도 될 듯 하다.
취향에 따라 가감하라는 소리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소금 집어서 넣듯이 살짝 집어서 넣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레시피는 일본책 보고 한 것이다. 대충 알아볼 수 있는 글자만 보고
나머지는 다른 레시피 보고 감으로 한 것이라 허둥대긴 했다.
오늘 20년도 넘게 집에 있던 요리책(일본 요리책을 번역한 시리즈물로 보임)을 보니
거기에 나온 애플파이는 강력분과 박력분을 섞어서
나랑 비슷한 방식으로 중간에 몇 번 접어서 밀어주는 방식이네?
내가 이번에 보고 한 책에는 중간에 접어서 밀란 얘기는 없던데…
이리저리 시도해보고 내 입맛에 맞는 걸 찾을 수 밖에…;;
참고로 저 파이생지 분량의 반만 있으면
충전물 더 만들어서 호두파이나 피칸파이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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