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티가든 (폐점)

12월 7일 수요일

차 마시러 나가고 싶던 참에 데이트 신청이 들어와서
마침 대학로로 옮겼다는 티앙팡도 어떤지 궁금하고…
묻지마 번개를 때렸다.
모인 멤버들 본명도 몰라요, 전화번호도 몰라요, 나이도 몰라요…
참가 희망자들한테 그냥 2시에 대학로 티가든으로 모이던지 말던지
거기서 5시까진 죽치겠소 하고 약도를 보내주고 끝.
단둘이 노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더 오면 그만큼 더 재미있겠지만
난 번개를 주도하고 참가자들 챙기고 하는 건 부담스럽거든.
지각해도 상관없고 안 와도 상관없고
서로 신경 안 쓰고 부담 없는 게 편하당.

어쨌든 2시 전에 가서 기다리기로 한 내가…
약도 보고 찾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학로가 코엑스보다 가는데 더 오래 걸린다는 걸
깜빡한데다 왜 이렇게… 간판이 눈에 안 띄는 건지!
길치 아닌데ㅠ.ㅜ 10분은 오돌거리고 떨면서 헤맸다. 미쳐~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판타지움 극장 옆 건물 2층이다.
이대앞 티앙팡이 여기로 이전한 걸로 알고 있고.
그럼 이제 이대앞엔 오후의 홍차만 남는 건가?
상호명까지 티가든이면 티앙팡은 끝?
뭐 어쨌든 들어갔는데 가게 크기는 옛날 티앙팡이랑 비슷하게…작다..
티앙팡이 가기 싫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의자 때문이었는데
그때 그 의자 그대로네. 딱딱한 나무의자.
방석 깔고 앉는게 생활화된 나로서는
어디 가도 방바닥에 그냥 앉거나 딱딱한 의자에 앉는 건 넘 힘들거든.
그 엉덩이 배기는 게 며칠을 갈 정도라구.
패스트푸드점도 아니고 예전과 달리 방석마저 치워놓고
겨울에 나무의자만 놓은 건 얼른 마시고 나가란 소리인가?
에휴, 옮긴 지 얼마 안 돼서 경황이 없었나 보지 뭐…하고 그냥 앉았고
내가 세 번째로 도착했다.

20051207_01_teagarden

늦기로 한 사람 빼고 모이기로 한 멤버 다 모이고 주문을 했다.
내가 시킨 건 실론 페티아갈라 OP.
이케부쿠로 레피시에 갔을 때가 떠오르네.
흠…홍차는 오후의 홍차보다 약간 더 연하게 우려주는 거 같은데
달큼한 맛도 잘 살아있고 맛은 괜찮은 거 같다.
근데… 홍차만 달랑 나오니까..물론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4명이나 홍차를 시키는데 왜 설탕은 안 주는 거지?
이 차들은 모두 스트레이트가 정석이에요-라고 하려나?
물어보기도 요청하기도 귀찮아지고 있는 걸 보니
내 마음이 이미 떠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절주절에도 썼지만 난 마음이 떠나면 항의고 뭐고 안 하고
다시는 안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20051207_02_teagarden

손님도 하나도 없이 우리 넷만 있는데
과자도 한쪽 안 준다고 속으로 좀 섭섭해하고 있던 참에
앞으로 시판할 거라면서 와인 젤리를 맛보여줬다.
와인은 안 마셔봐서 모르지만 별로 알콜스럽지도 않고 향긋한 게
혹시 로제와인이 아닐까 싶지만….
이미 마음을 떠나고 있을 때 나온 거라서 그런지….
넷이서 다같이 퍼먹기도 참 그렇지 않은가?
설거지감을 줄이기 위함인지 원래 모르고 그냥 한 접시에 퍼줬는지는 몰라도
종지에라도 각자 덜어줬음 플러스 10점 먹고 들어갈텐데.
내가 너무 서비스 좋은 데만 다녀서 배가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20051207_03_teagarden

우린 다과로 스콘 2세트 시켰는데
내가 다녀본 국내 찻집 중 최고라 할 만큼 맛있었다!
따끈하게 데운 스콘에 호두가 콕콕 박혀 있는게
바삭하면서도 부스러지지 않고 아주 맛있더라구~
홍차보다 스콘에 반해버렸네.
다만….
버터랑 블루베리 덜어준 게 4명이 먹기엔 너무 적지 않은가?
모자란다고 하면 더 주는 거 맞는지?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했음 좋았잖아…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알아서 생각해주길 바라는 거야?
거기에 4명이 각자 스콘을 집어서 먹는데 개인 접시들 좀 주면 얼마나 좋냐구.
바구니에 냅킨 깔고 담아주면 설거지야 줄겠지..
하지만 먹는 손님들은 불편하고 뻘쭘한데 부탁하기엔
이상하게 눈치보이는 이 상황이 얼마나 이상한지..
우린 서로 소곤거리면서도 이상한 포스에 눌려서 결국 불편함을 감수하고
찻잔에 스콘 부스러기 흘려가면서…
넷이서 이 적은 블루베리와 버터로 사이좋게 나눠먹고 입 닫았다.

왜 이렇게 우리가 눈치를 보고 그랬냐고?
처음에 들어가서 메뉴 시킬 땐 우리가 초짜로 보였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긴 했다.
근데 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없는 메뉴가 많다고 해서
이거 있냐 저거 있냐 어떠냐 하고 우리가 자꾸 물어보니까
최대한 짜증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말하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그 눈초리나 싸늘한 분위기며 신경질적인 톤이며…
거참 손님이 이렇게 주눅들게 하는 포스를 풍기니
각자 홍차 한 포트씩 시키고 스콘도 시켜먹는데 뭔가 이상하네.
여기까진 억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근데 1시간쯤 지나서 홍차를 다 마셔갈 무렵 난방이 딱 끊겼다.-_-
어머 어째 좀 춥다..하면서도 수다꽃을 피우느라 모르던 우리는
그제야 난로가 꺼진 걸 봤는데 기름이 다 떨어졌다고 미안하다고.
뭐 그럴 수야 있긴 한데
4시가 넘어가도록 기름이.. 안 오는 것이다.;;
우린 그래도 5시까진 기다려야 해서 오돌오돌 떨면서도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미안하다고 넛츠밀크티를 한 잔씩 주긴 했지만
두 시간 정도 넘게 기름 때는 거랑 넛츠밀크티랑 가격이 계산되는 건 뭐지?-_-a
드디어 5시가 되고 마지막 멤버가 도착했다.
바로 메뉴판을 갖다줬는데 그 멤버가 차를 안 시키고
우리랑 수다만 떨고 있으니 갑자기 음악소리가 커지는 게 아닌가?
판 갈다가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몇 십초 이상 계속 크게 틀어놓은 데다
우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결국 몇 번이나 말하니까 그제야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있는 동안 음악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던 거 같긴 하다…헐~
5시 반이 됐고… 뭐 더 시켜먹을 필요도 없겠고 밥 먹기로 합의하고 일어나려고 하니
그때 기름이 배달되던데.-_-;;;
허탈하면서도 그때까지의 정황들을 돌이켜보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진열장을 좀 찍고 싶어서 사진 찍어도 돼요? 하니까 바로 “안돼요”
요거 한마디 하는데 그 앞에 오후의 홍차처럼
“매대라서 어쩌구 저쩌구 해서 안돼요” 라던가 하는
이유 좀 붙여주면 안 되는 거였던가.
그날따라 마스터가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홍차동호회 회원이란 티를 팍팍 풍긴데다 아니꼬와 보여서
얼른 내쫓고 싶었을 수도 있다.
더 있어봐야 난방비만 들고 매상 올려줄 손님도 아니고 말이다.
근데 잘 해주면 더 시켜먹을 수도 있는 건데… 왜 복을 발로 차는 걸까나?
그리고 화장실도…후~ 이번에 가면서 무척 기대했던 게 화장실인데
티앙팡 때는 그나마 변기 2개는 들어갈 공간에 세면대라도 있어서 손을 씻을 순 있었지만
이번 화장실은 변기 1개 딱 들어가는데다 세면대도 없이 호스 하나 달랑 있는게
너무 불편했다.
건물에서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을 쓰는 가게들은 이게 맹점이긴 하지만
차야 1대 사장님은 공동 화장실은 남자용으로 하고
내부에 여자전용으로 화장실을 새로 만들기까지 했을 정도로
화장실을 중요시했는데 비교가 안 되냐구…

2년 전엔가 처음 티앙팡에 나무아저씨 외의 분들과 같이 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티파티 가고도 별로라서 발 끊었는데
새로 옮겨서 좀 나아졌나 했더니 개선의 여지가 없구먼…

혹시라도 여기에 대해 토 다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왜 바보같이 요청 안 하고 나중에 와서 불평을 하느냐 등등.
세상에 소심한 손님도 있는 법인데-_- 처음 오는 손님인 거 눈치챘으면
손님도 아무도 없고 바쁘지도 않으면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면 어디가 덧나느냔 말이다.
그날 여러 가지 정황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영 아니었다니깐.
그동안 이 가게에 대한 안 좋은 소문 들은 거 다 무시하고
그래도 좋게 선전해주곤 했는데 멤버들 만나서 피해사례 듣고 내가 당해보니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구.

내가 음식점, 카페에 대해 주안점을 두는 건
맛보다 주인장 마인드, 서비스, 청결도, 화장실, 금연
이것만 괜찮으면 맛은 좀 없어도 다시 찾고 그러는데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 나머지가 영 아니면 다시는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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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쵸코칩쿠키 댓글:

    어머~~ 선물받은 나의 찻잔이랑 똑같구나.ㅋㅋ(이 뿌듯함)

  2. 티앙팡 댓글:

    쿄호홋, 잘 쓰고 있옹?

  3. 쵸코칩쿠키 댓글:

    우어, 정리중일때는 사진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다 쓰고나니 내용이 많네! 읽다보니 나까지 화난다. -_-;

  4. 쵸코칩쿠키 댓글:

    주인장이라면 손님한테 그렇게 못할텐데, 그냥 단기 알바일까? 흠. 정말 서비스 꽝이네. 아몬드크림차이도 이제 집에서 만들어야겠구먼 -_-;;

  5. 티앙팡 댓글:

    알바 아냐. 거기 마스터 맞아.-_-;;; 오후의 홍차가 그나마 좀 나으니까 아몬드크림차이는 거기 가서 시켜먹음 되고 대학로는 어쩔 수 없지.;;

  6. 쵸코칩쿠키 댓글:

    허걱 -_-;; 장사를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 거야. -_-;; 황당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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