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닝 레이디그레이 티백

아니, 지금껏 레이디그레이 티백만 2통은 마신 거 같은데
여태 시음기를 안 썼단 말인가…
가끔 시음기를 찬찬히 보면 소량으로 분양받은 것도 아닌데
시음기를 깜빡한 게 종종 있어서 특히 그게 선물받은 것일 땐
미안함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온다구..OTL
대표적인 예로..음… 헤로게이트 크리스마스… 시음기 쓴 줄 알았더니
티타임에 좀 언급한 걸 시음기로 깜빡하고 넘겨서..쿨럭
시음기를 안 써놓으면 가끔 나도 그게 무슨 맛이었더라?하고 기억이 안 날 땐
당혹스럽기까지 하지.
내가 뭐 맛의 달인도 아니고… 다 기억을 하기가 어렵다보니.

어쨌든 물란이 캐나다 갔을 때 선물로 사다준 트와이닝 5종 셀렉션 중 하나인
레이디그레이를 진중하게 마셔보기로 했다.
이 5종 셀렉션은 오픈케이스에도 올려놨지만 5개별 섹션으로 별도 포장돼 있다.
그 중에서 얼그레이는 스콘 만드느라 뜯어서 썼고…
향이 아주 강한 얼그레이라면야 우린 찻잎을 재활용할 수 있겠는데
난 그냥 새 티백을 뜯었던 거다.
레이디그레이는 똥깡아지님 맛보라고 분양하려고 뜯어놓고는
난 이제야 마시는 거지…

티백 2개를 400ml에 1분 우렸다.
황색이 도는 붉은 찻물에 오렌지 껍질향이 솔솔 난다.
베르가못과는 다르다.. 향긋하면서 달콤한 느낌의 오렌지향…
문득 황미나 만화가 떠오르더군.^^;
옛날에 르네상스에 연재한 엘 세뇨르라는 만화인데
안헬리나라는 비운의 여주인공이 늘 오렌지향이 나는 그녀-로 표현돼 있었거든.
생 오렌지향인지 이런 향인지는 모르지만
이 레이디그레이의 향은 향수로 써도 무방하겠다 싶을 정도로
적당히 은은하고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홍차 베이스가 딱 적당히 묵직하달까.
목넘김이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쓰거나 떫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그윽한 정도가 잘 맞는 거 같다.
뒷맛도 달큰하고… 마실 때 느껴지는 향이 너무 감미롭네.
트와이닝 티백들은 종이포장이라 각별히 신경써서 보관하고 빨리 마셔야 하는데
그간 아파서 한달간 방치하긴 했지만 풀비닐로 잘 포장해서인지
티백을 꺼낼 때도 향이 물씬물씬 참 좋았다.
아주 미약하지만 혀끝에 살짝 아린 기운이 도는 게
감귤류 껍질의 그 아리면서도 씁쓸한 그맛과 흡사하다.
홍차 마시던 초기에 이마트에서 레이디그레이를
두 통씩 사다 마시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Character
A sumptuous blend of oriental teas, orange and lemon peel, flavoured with a hint of Bergam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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