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그란구스토

3월 23일

국제 식품전을 보기 전에 대구 티플라워 나무아저씨께서 식품전 보러 오신다고 연락을 받아서
식품전 끝나고 뵙기로 했었다.
아저씨는 바이어 만나고 난 종일 전시회장을 빙빙 돌다가
5시쯤 만나서 나오는데
홍차 동호회 회원 두 분도 같이 계셨다.
그렇게 해서 4명이 모였고 서울에 사는 친구분께 저녁 대접을 받을 거라고…
대구에서부터 벼르고 오셨다는 곳이 바로 그란구스토.
난 처음 듣는데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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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을 보면 이렇게 전면이 유리창인데
바깥에 보이는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자연의 파이프 오르간처럼 운치있네.
나중엔 저 창에 프로젝터로 오케스트라 실황 DVD 같은 것도 보여주더라고.
식당이 조용하고 깔끔해서 좋았다. 화장실도 굿.
접시에 다소곳이 놓여있던 냅킨은 앙증맞게도 리본으로 묶여있었다.

메뉴를 고르는데 별도의 메뉴판에
A 세트, B 세트, 주방장 스페셜 이런 메뉴들이 있었고
나무아저씨 친구분께서 내신다는데 고맙고 미안해서
A 세트를 시켰다… 세트 안에서도 샐러드, 메인 등을 또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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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에 루콜라를 곁들인 것인데
예전에 피자에 얹어진 루콜라를 먹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시켜봤다.
문득… 루콜라 없이 단호박 쪄서 발사믹과 올리브유가 있으면
나도 집에서 해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생각도…;
외식도 좋은데 이거랑 비슷하게라도 집에서 해보면
무슨 맛이 날까 하는 생각부터 드네.
아아, 맛은… 루콜라가 쌉싸름하니 맛있긴 했는데
호박 따로 막 먹다가 루콜라 씹고 그러면서 먹다보니
토막내서 버무려 놓은, 세븐스프링스 샐러드 같은 게 먹기 편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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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저씨&친구분, 감사합니다…
화이트와인도 시켜주시고…
사과향이 살짝 풍기는 알콜이 첨가된 탄산수처럼 부담이 적어서 좋았다.
그나저나 맛있는 거 먹는 거 좋아하면 와인도 알긴 알아야 하나. 하아~
중간에 주문을 바꿔서 최종적으로 주문한 이 화이트와인이 뭔지는
나도 아저씨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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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브로콜리 수프. 사실 크림수프 종류는 다 좋아한다.
수프볼이 낯익어서 다 먹고 뒤집어보니 한국도자기. 탐난다…
크루통도 너무 푹 젖지 않고 바삭하고 수프도 맛있었다.
사실…. 오래 지나서 맛있었다-외에는 기억이 잘 안 난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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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주방장 스페셜을 시킨 아저씨나 그 친구분은
중간에 셔벗도 나오더라고.
언젠가 큰 맘 먹고 나도 스페셜 좀 맛보고 싶네.
어쨌든 가리비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골랐는데
스파게티 양이 딱 배부르진 않고 뭔가 약간 모자라는 감이 들게
절묘한 양이었다.
맛있긴 했는데… 그렇게 맛있기까지 한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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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닭고기로 골랐는데 난 생선으로.
무슨 생선이었더라.-_-a
생선도 이렇게 먹으니 정말 멋진 요리 같은 느낌.
집에서 생선을 자주 구워먹지만 늘 반찬으로나 먹었지
이걸 요리처럼 먹는다는 게 약간 낯설긴 하다.
원래 소금을 거의 안 뿌리고 담백하게 구운 생선을 먹어와서 그런지
그 비슷한 느낌의 생선요리에 소스 뿌리고 먹는 것도 괜찮구먼.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어디 갔다와서 정리하려면.. 일주일 내로는 해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우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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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이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우째 메인이 아니라 디저트만 기억에 남는 건지.
우유푸딩에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블루베리가 얹어져 나온다.
탱글탱글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우유푸딩.
티앙팡에서 먹었던 것보다 좀 더 탱탱하다.
일본 사람들이 제일 즐겨먹는 디저트가 푸딩이라는데
나도 식후에 푸딩 하나 먹는 이 즐거움에 빠질까 두려워지네.
시럽으로 데코한 건 이거 말고 다른 걸로 했으면
블루베리랑 더 잘 어울렸을 거 같다.

나무아저씨는 미식가답게 정말 음식을 맛있게 드셨고
와인이나 음식평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즐거운 것이지만
거기에 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더 즐거워진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간간히 들리는 대화 소리,
깔끔한 매너의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사과향에 달콤 톡 쏘는 와인 한 잔… 아이,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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