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긴자 마츠자카야 베노아 티룸
마츠자카야 백화점 4층에 올라가니
부인복 매장에 파묻혀 저 멀리 자그마한 베노아 매장이 보인다.
지금까진 베노아 간판이나 티룸 내부 사진만 봐서
얼마나 작은지 얼마나 눈에 띄는지 정도를 몰랐는데
알고 가지 않으면 이거 찾기 어렵겠는데?
2시쯤이니 딱 애프터눈 티세트를 맛볼 수 있겠지.
시간 늦어서 티세트 놓친 것들이 많았던 작년을 생각해 볼 때
올해는 하나라도 제대로 거하게 티세트를 먹어 봐야
집에 가서도 눈에 밟히지 않을 게 아닌가.
난 애프터눈 티세트에 아삼을,
친구는 스콘 세트 B에 아이스티를 시켰다.
베노아 애프터눈 티세트는 12~18시까지 하는데
디저트, 스콘,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홍차 또는 커피로 구성돼 있다.
세금 포함 1,89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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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 티세트
은도금 티포트와 양식기, 은제 스트레이너가 나온다.
오.. 이 은제 스트레이너는 상당히 깔끔하고
받침볼도 있고 타공도 적당하고 깊이도 있고 여러모로 실생활에서
막 쓰기에도 괜찮겠는데? @_@ 탐난다…
받침볼에 있던 문양이나 찍어올걸. 어딘가 나름대로 브랜드가 아닐까 싶은데.
아깝다… 근자에 스트레이너 모으는 데 관심을 안 뒀는데
저렇게 쓰기 편한 디자인을 보니 불길이 치솟는다.
어쨌거나 큰 티포트에 홍차가 담겨 있고
작은 티포트는 핫 워터 저그이다.
차를 마스터가 걸러 내오는 곳도 나름대로 개성있지만
손님이 알아서 걸러 마시라고 하는 게
가게 입장이나 손님 입장에서 다 편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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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 3단 케이크 스탠드
스트레이너 보고 사진 찍고 놀고 있는데
바로 티세트가 나온다.
티세트 주문했는데도 꽤 빨리 나오는 게 참 좋구먼.
맨 윗단엔 멜론과 블루베리, 산딸기 그리고 구움과자.
2단엔 스콘… 한 개를 반으로 갈라서-_-;
그리고 그 유명한 베노아의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
3단엔 샌드위치 3쪽이 나온다.
접시들이 어디 거였더라… 로열 알버트였던가?
찻잔이랑 접시랑 뒤집어보긴 했는데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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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 스콘
스콘이 큼직하니 뭐 반으로 갈라놓으니 2개나 다름없어 보인다.
반쪽에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바르고 잼도 듬뿍 발라서 앙~
냐하하~ 천국이로세~ T^Tb
클로티드 크림을 바르면서 낼름 맛봤는데
우유 냄새가 폴폴 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뭔가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러나 딱히 무슨 맛이라고 형용하기는 좀 애매한 맛이었다.
꾸덕꾸덕하고 우유맛이 진한, 뭐 이런 걸 기대했더니 더 그런가.
친구가 시킨 스콘 세트는 스콘이 2가지 종류인데
플레인이 없길래 시나몬이었나… 다른 맛이 나는 스콘 반쪽과 바꿔 먹어봤다.
근데 베노아 스콘 극찬을 받는 듯 했지만…
국내 찻집들 스콘에 비해 맛있긴 한데 제일 맛있는 거 같진 않던데.
그래도 베이킹파우더 냄새도 덜 나고 꾸덕..한 정도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발라먹는데 느끼하지도 않고 정말 맛있었다.
거기에 진하게 우러난 아삼 첫 잔을 홀짝.
아, 찻잔… 이 애프터눈 티세트 음료가 커피 아니면 홍차라서
양쪽으로 활용하려고 저 찻잔을 쓰는 거 같다.
하지만 홍찻잔으로도 괜찮으니 뭐.
그리고 샌드위치 빵이 정말 촉촉해서 폭신폭신한 게 정말 맛있었다.
안에 들은 거라곤 오이와 햄, 풀(양상추는 아닌 듯) 정도 뿐인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오묘하게 맛있는 건지!
내가 아흥~ 하고 너무 맛있게 먹으니 친구가 재미있어 했다.

베노아 키위 셔벗
다 먹고 진하게 우러난 차를 온수로 희석해서 마시기도 하고
우유를 타보기도 하면서 즐기고 있는데
웬 키위 셔벗을 내놓는다.
아이스크림도 나온다더니 그것이로군?
에스프레소잔에 동그랗게 떠서 내온 셔벗은 정말 이쁘고 맛도 깔끔했다만
문제는 내가 신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거구
키위는…음… 뭐, 이 셔벗은 깔끔하고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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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 티룸 전경
티세트도 맛있고 백화점 안에 있는 찻집 치고는 꽤 분위기 있고 다 좋은
이 베노아 티룸은 딱 하나 단점이 있다.
바로… 흡연석!
입구에서 안내할 때 금연석으로 드릴까요? 해서 네~ 했는데
그거 다 소용없더란 말이지.
창가 자리는 흡연석인데 이 좁은 가게 안에서 금연, 흡연을 나눈들 무슨 소용이오!
혼자 와서도 담배 피우면서 차 마시는 아줌마,
여럿이서 신나서 담배 피우는 테이블…우욱~
친구를 이런 티룸에 데려와 같이 차를 마시게 되어서 정말 민망하고 미안했다.
근데 1시간이 흘러 3시쯤 되니 아줌마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가서
사진의 모습처럼 티룸이 텅 비어버렸다.
1시간 늦게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나저나 이렇게 텅빈 티룸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아서
사진 찍어도 되냐니까 된다고 하네.
문득… 전차남에서 오타쿠들이 여기 와서 티세트를 시켜 즐기는 모습이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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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 티룸 입구
입구에 있는 매대.
부탁받은 클로티드 크림을 사야 해서 물어보니
그건 지하 매장에 있다고.
으음, 지하에도 홍차가 있나 어떤가 잘 모르겠고 해서
내가 사야 할 홍차들은 여기서 다 샀다.
매대 옆에 있는 애프터눈 티세트에 있는 은 스트레이너는 또 다른 모양이길래
살 수 있냐니까 파는 게 아니라고.
하여튼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데 매장 간판을 찍으려는 순간
그건 또 안 된다고 하네? 왜 그런지까지는 물어봐야 못 알아듣겠고-_-
으음, 매장 내부는 되는데 간판은 안 된다? 특이하네.
내가 맛보고 싶은 것도 3가지 정도 샀는데
문제는 이 베노아 홍차가 양은 적은 주제에 다 캐디나 티백들이라 부피가 꽤 된다는 점.
대량으로 사기 어렵더라구.
어쨌든 지하 매장도 찾아가서 클로티드 크림을 사려는데
반드시 냉장을 해야한다고 해서 그냥 못 샀고
스콘도 살까말까 하다가 유통기한도 짧고
그냥 만들어먹자-_-라는 생각에 홍차까지만 사고 끝.
베노아 티룸에서 먹은 티세트 양이 꽤 돼서
바로 다른 티룸을 가는 건 무리라 근처를 더 보기로 했다.
긴자에 있다는 쌀 갤러리에 무료로 배포하는 레시피라든가
3색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등의 정보를 입수하고
거기를 찾아 20~30분 헤맸는데…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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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쌀 갤러리 폐관
3월 26일자로 폐관…! OTL
난 여기서 저 개 밥공기도 사야했는데…
10월 1일에 새로 이전한 곳에서 개관한다고 한다.
폐관되어 내려진 철창 뒤로 보이는 건물 내부의 황량함. 으흑
저 크게 걸린 사람의 모습은… 농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 후기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곳 같아서
긴자에도 저런 곳이 있다니 신기하다 하면서
그 비싼 땅덩이에서 저걸로 무슨 돈을…? 했더니 역시나~
아깝다. 작년에 이곳을 알았으면 바뀌기 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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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코도 문구점
다시 쭉 돌아오면서 예전에 못 본 곳 중 체크해둔 곳이 바로 규코도.
일본풍 문구류를 판다길래 얼마나 기대를 하고 왔는데
하라주쿠에서 시부야까지 오모테산도였는지 내려오면서 본 그 동양풍 가게랑 비슷하네.
인사동에 있을 법한 기념품 가게가 고급화된 모습이랄까.
그래도 역사도 오래 되고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손님이 바글거렸다.
일본풍 문구류가 아니라 부채라든가 손거울, 화장품지갑 같은 건
아사쿠사에 있는 나카미세도리가 더 쌀 듯.
여긴 번잡하지 않아서 구경하고 즐기기엔 좋지만..
자, 이제 4시가 다 되어가고 소화도 좀 된 듯?
다시 한 번 마리아쥬 긴자점으로…
나야 뭐 두 번째지만 이왕 긴자까지 왔으니
마리아쥬 본점도 구경하라고 가기로 한 건데 티세트를 먹으려고 서둔 것이 또 물거품…
긴자 베노아 티룸 주소
도쿄도 츄오구 긴자 3-6-1 4층
2013년(헤이세이 25년) 6월 30일 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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