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긴자 마리아쥬 프레르 본점과 밤 거리
아아… 또 입구 모습을 보니 안습.
작년에 4시 넘어서였나 늦게서야 발견하고 또 비도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서
초라한 꼴로 들어갔는데… 지금이라고 뭐 다를 건 없지만;;
그나마 날씨가 나쁘지 않을 때 가게 되어서 뭔가 더 기쁘다.
그리고 그때 친절했던 점원도 아직 있을까나?
작년 말에 거기 갔다오신 언니 얘기론 그분 안 보였다고…
뭐 어쨌든 마리아쥬 티룸의 그림같은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이런 컨셉을 전점에 계속 유지하는 게 쉽진 않으니까.
입구로 조심스레 들어가는데 어라, 입구 왼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저기도 매장인가 하고 내려가보니 지하 티룸인데 깨끗하게 정리돼 있고 아무도 없다.
아마 손님이 넘치면 사용하게 될까 평소에는 그냥 비워놓는 거 같은데
벽면엔 골동품들이 진열돼 있어서 티포투 같은 느낌도 준다.
2층으로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3층에서도 먹어볼걸.
어쨌든 또다시 창가 자리로 인도됐는데 순간 그리움이 사무친당…!
아아, 여기 내가 작년에 앉았던 그 자리야…
이번에는 그래도 홍차를 좋아하게 된 친구랑 오니 더 기쁘네…
우리가 자리에 앉으니 외국인인 게 티가 났는지
영어를 할 줄 아는 서버가 온 건 좋았는데
영어를 잘 하는 내 친구가 반가웠는지 너무 빠르게 쏼라거려서
난 좀 못 알아듣겠더라고.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_-
그래도 실생활에서 쓰는 회화 정도는 감이라도 잡지
이거 뭔 소린지? 그냥 응응 하고 결국 메뉴를 고르는데
따로 애프터눈 티세트는 없는 거 같고
저번에 먹었던 그 스놉 샐러드를 비롯해 뭔가 단품 하나에 홍차 포트를 묶은
그런 세트만 눈에 보인다.
그래서 배도 부르고 다 비싸기도 해서 하나 고른 세트가 뭔지 기억은 안 난다만..
바로 이거.
스콘 하나와 선택 케이크였던가?
근데 이게 뭔고… 또 저번처럼 처음 보는 거다.
카타카나를 제대로 안 보고 아무거나 고른 건데 처음 보는 거라 또 약간의 두려움이 드네.
그래도 잼을 두 가지나 내오는 건 마음에 들었다.
잼은 잼인데 뭔가 젤리도 아닌 것이 네모난 것들이 들어있는 게 신기하긴 했지만.
가운데 있는 볼의 뚜껑을 여니 사각으로 이쁘게 자른
버터를 차곡차곡 놨고 그게 실온에 녹아서 녹진하게 되어 있었다.
스콘 하나에 바르기엔 좀 과하게 주네.
은도금된 버터나이프와 디저트 포크, 잼 스푼이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마리아쥬 특유의 결명자 크기의 설탕이 든 슈가볼, 밀크저그.
내가 시킨 홍차는 샹데나고르.
이거 내가 마리아쥬 사이트에서 장바구니 놀이 하고 놀았던 거 아니던가.
이것만 향이 진해서 다른 거랑 같이 시키기 애매하겠다고 걱정했던.
온김에 마셔보고 마음에 들면 사가고 아님 말자 하고 시켰는데
포트넘 차이랑 비슷하면서도 뭔가 약간 심심한 맛.
난 막 정향, 시나몬 향이 강한 잭슨스 크리스마스티 수준을 기대했는데 좀 밍밍한데.
설탕도 넣고 우유도 넣어봤지만 그래도 좀 부족하다.
서버를 불러서 몇 분 우렸냐니까 3분이랬던가?
혹시 여기, 모든 홍차는 3분 우리는 그런 거 아닐까.
베노아에서도 몇 분 우리는지 물어봤는데 거긴 2분 30초라고 대답했던 듯.
아니 둘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기억이 가물거린다. 으~
스콘은 계란을 넣고 만든 스콘이라 내 취향은 아니고
차라리 베노아 스콘이 더 낫다.
근데 일본 스콘들은 아무리 맛없어도
작년의 시부야 애프터눈티 매장의 그 스콘을 제외하고는
국내 스콘들보다는 베이킹파우더 향도 덜하고
막 부스러지기만 하거나 그렇지 않고 다 나름대로 맛있었다.
그리고 이 마리아쥬의 잼 2가지.
색깔과 맛이 비슷한데 더 맛보니 하나는 얼그레이 홍차잼이었다.
그러고보니 마리아쥬에서 홍차잼이 나오지 않던가?
홍차잼이라… 그럼 홍차 진하게 우려서 설탕 잔뜩 넣고 젤라틴을 넣은?
어째 좀 너무 단 젤리 비슷한 맛이더라니…
나머지는 살구잼 비슷했고… 둘 다 특이하긴 했다.
얼그레이 잼..음..
아, 저 까만 특이한 거!
나중에 귀국해서 베이킹틀 더 갖고 싶어져서 사이트 돌아다니다가 저걸 만드는 틀을
단번에 알아봤는데 저게 카눌레라는 거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까만 겉부분은 아주 쫄깃하고 딱딱하면서 약간 탄맛이 나는 반면
안쪽은 해면처럼 듬성듬성하고 촉촉하고 달다. 트..특이하다..
뭐 그렇게 차 마시고 이리저리 발라 먹어보고
1층에 내려와서 차 쇼핑도 하고 구경하다가
작년의 그 친절한 점원을 다시 만났다. 후후
엉뚱한 곳에 배치돼 있더라고. 그러니 못 찾았지.
머리 스타일까지 바뀌어 있어서 N씨세요?하니까
날 빤히 보다가 어어? 하고 알아보는 눈치.
그 점원을 다시 만날 땐 내 일본어 실력이 늘어 있길 기대했는데
나도 뭐 이렇게 갑자기 일본을 또 찾게 될 줄도 몰랐고
작년과 달리 일드도 하나도 안 보고 미드만 보다가 일본을 갔으니
어째 작년보다 더 대화가 어렵다.-_-(그렇다고 영어회화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아쉽지만 뭐 몇 마디도 못 해보고….훔냐
5시쯤에 마리아쥬를 나왔나…
난 또 긴자에 있는 립톤티하우스 주소를 적어온 게 있어서 그걸 찾고 싶었고
친구는 다른 데를 구경하고 싶어해서
따로 구경하다가 5시 40분에 와코 시계탑 바로 밑에서 만나기로 했다.
문제는… 그노무 립톤티하우스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
그리고 작년에 갔다오신 milktea 언니 얘기론
도쿄 사람들이 길 찾는 사람한테 엄청 친절해서 좋았다고 하셨는데
난 아무리 지도를 들고 갸웃거려도 다들 그냥 지나치던걸.
사람들이 그때보다 더 야박해진 걸까?
설마… 언니께서 더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네.-_-a
어쨌든 너무 바삐 무표정한 표정으로 휙휙 지나치는 긴자 사람들.
간신히 하나 만만해 보이는(?) 언니를 붙잡고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고
여기저기 헤매다 백화점 경비 아저씨께 물어보니
지도책을 펼쳐놓고 알려준 것까진 좋았는데
그런 주소는 아예 없다고.OTL 그럼 또 이사갔거나 없어졌나보다.
결국 친구와 약속한 시간이 다 돼서 와코 앞에 갔고
민박집의 S씨가 이날 긴자를 혼자 더 구경한다고
이왕이면 같이 구경하자면서 6시에 프라다 매장 앞에서 보자고 했는데
친구랑 같이 S씨를 찾기로 했다.
여기서 프라다가 어딘지 어떻게 찾아 하다가 그래도 찾아보기로 했거든.
한글판 도쿄 관광책자에 나온 긴자 지도를 보면 프라다 매장이
우리가 있는 곳에서 아주 먼 유라쿠쵸 역 부근이란 말이지.
근데 S씨 묘사론 거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찾은 프라다는 간판 전면이 검은색.
약간 무슨 공사장 임시 간판 같달까 굉장히 간소한 모양인데
난 디자인 감각이 떨어져서 멋진지는 모르겠고…
너무 눈에 안 띄잖나.-_- 간신히 S씨를 발견.
와코 옆에 있는 키무라야 제과점으로 앞서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길 건너에서 다시 보니 건물 전체가 키무라야인가 보다.
오래된 제과점이라더니 이 비싼 긴자에서 건물을 다 쓸 정도면
정말 관록있고 잘 되는 집인 것 같다.
들어가보니 아줌마들이 바글바글.
빵을 시식할 수 있게 다 잘라놔서 단팥빵을 한 조각을 집어먹어봤는데
빵이 약간 푸석한 건 말랐다고 치고 단팥이 그다지 달지 않다.
고급스러운 맛이라고 해도 난 단팥은 좀 더 단 게 좋더라.
셋이서 긴자를 1가에서 8가까지 다 둘러본 거 같다.
와코 정각 종소리도 두 번 들었고…
여긴 어디 쇼윈도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보기엔 꽤 독특하고 공들인(!) 흔적이 보이는데다
옷도 내 스타일이라 찍어봤다.
양쪽 다 내 마음에 들긴 하는데 분홍색이라면 몰라도
빨간색은 잘 안 입어서 색이 받는지는 또 모르겠네… 라는 상상만 물씬물씬.
그 유명한 긴자 4가 교차로의 와코 백화점과 미츠코시 백화점.
어두워지면 빛나는 와코의 시계도 눈에 띄고
길을 가면서 구경하게 되는 명품 매장들은 어두워도 특이하고 멋있었다.
티파니 매장 옆에 있는 대형 문구매장 이토야.
쇼윈도의 곰돌이들이 움직이는 게 너무 귀여워서
신나서 구경하다가 들어가볼까 했더니 폐장. 으윽
규코도보다 여기가 더 구경할 게 많지 않았을까.
긴자 이토야 구글 지도 링크
샤넬 매장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멈춰서서 보는 저 간판은
우산을 쓴 여자와 남자가 막 위로 밀려 올라가고
샤넬 로고가 위로 올라가고 정말 특이한 네온사인이었다.
애플 매장.
정말 심플하다. 하얗게 빛나는 한입 베어문 사과.ㅎㅎ
딱히 들어가보진 않고 겉에서만 구경했는데
신제품들 진열된 거에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만지고 노느라
들어가서 보더라도 뭐 내가 할 건 없을 거 같았다.
그렇게 긴자를 대강 훑어보고 나니 8시 반쯤 신바시 역에까지 도달.
먹고 갈까 어쩔까 하다가 수조엄마께서 추천하신 초밥집에 가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유명한 초밥을 꼭 먹어야지 했는데
결국 못 먹고 있어서 어떻게든 초밥을 한국보다는 저렴하게
먹고 가야 한이 덜 맺힐 거 같아서리.
신바시에서 키타우라와에 도착하니 9시 20분쯤 됐다.
우리가 가기로 한 초밥집은 키타우라와 역 동쪽 출구 바로 오른편에
있는 건물 중간쯤.
대부분 200엔이고 한 접시에 초밥이 2개씩 나온단다.
100엔 초밥집 잘못 가면 허접하다고 차라리 거길 가라고 추천해주신 건데
딱히 아는 곳도 없고 당장 먹자니 여기 밖에는…
다만, 하나의 복병이 있었으니…
회전초밥집이 아니고 주방장한테 먹고 싶은 걸 말하면 바로 쥐어주는데
생선이름을 일본어로 모르잖나! 으헝
결국 메뉴판에 있는 세트메뉴를 시키기로 했다.
그래도 거기 있는 것도 한국의 일반 초밥집에는 없는 특이해 보이는 회라서
그거라도 함 맛보면 괜찮겠지 싶었고
난 보통 회전초밥집 가면 4~5접시로 1만원 안팎이 되도록 먹는데
이 貝ずくし 세트 메뉴를 보니 갯수로도 그렇고 더 저렴하더라. 924엔.
초밥을 먹다보니 나중에 이런 데 오면 그땐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뭐냐 저건 뭐냐, 아까건 뭐였냐 하고 물어보니
이 친절한 주방장 아저씨가 이젠 내가 먹으려고 집어들면 그건 뭐다라고 알려준다.^^
그래도 잘 못 알아들은 것도 있고 대강 적어온 것과 인터넷의 힘을 빌어 파악해보니
일단 맨 윗줄 오른쪽은 달걀말이이고 일본 달걀말이는 달콤하고 폭신하다.
그 옆에 살색빛 회가 ‘츠부가이’인데
나중에 숙소 와서 듣기론 ‘-가이’로 끝나는 건 다 조개라고.
내 초밥 중에선 이 츠부가이가 젤 맛있었다.
아삭아삭하니 그 식감이…
츠부가이 옆이 새조개인 ‘토리가이’ 끝부분이 좀 질기긴 했지만
이건 츠부가이 다음 가게 맛있었고.
토리가이 옆에 붉은 빛이 도는 건 피조개인 ‘아카가이’
아카가이 옆은 모르겠는데… 인터넷 사진들을 볼 때 가리비인 ‘호타테’인 듯.
호타테 옆은 전복인 ‘아와비’
아래쪽에 있는 두 가지는 잘 모르겠고…
오이가 든 마키의 높낮이를 보니 문득 초밥왕이 생각나더라.-_-;;;
어쨌든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맛있었는데 내 친구는
별로 신선하지 않았다고 하네. 음…;;
S씨는 계속 에비(새우)만 먹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후후
근데 옆에서 먹는 친구들이 나보다 많이 먹길래
나도 좀 부족한 감도 들고 해서 하나 더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연어알이라서 시켰는데 왜 오이가 들어있어서
연어알이 그만큼 많이 안 들어가는지… 흐흑
어릴 땐 그렇게 끔찍하게 느껴졌던 연어알인데 이제 맛있다.
다만 작년에 교토에서 먹은 그 벤토의 연어알보단 그다지..
시끌벅적하게 먹다가 계산하려고 일어서니
우리 왼쪽에서 혼자 엄청나게 시켜먹고 담배도 피우던-_-+ 아저씨가
갑자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이러는 거다.
우린 흠칫 놀라서 우리가 저 아저씨 많이도 드신다 하던 거 다 알아들은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고 우리가 한국어로 수다떠는 걸 보고
한국어로 말을 걸어보고 싶었는지 회화책을 뒤지는 걸 S씨가 봤다고.
그 아저씨가 인사하고 우리가 고맙다고 했나 그랬더니 천만에요라고 하네.
하긴 그 동네에 한국인이 없으니까 나름 신선했나 보다. ㅎㅎ
주방장 아저씨도 재미있고 친절하고 S씨가 사진 찍고 싶어해서
내가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김치~ 하면서 포즈도 잡아줬다.
다만 좀 이상하게 찍혀서 여기 올리기는 그렇고…
어쨌든 뛰어난 초밥집이 아닐지라도
벅적이지 않고 우리만 한국인이라 주목(?) 받으면서
나름 재미있게 먹고 놀다 왔네.
ㅋㅋ. 넘 재밌다. 글만 읽어두 같이 옆에 있떤것 처럼 느껴져. ^^
마리아쥬 프레르에 있는 다구들이 무척 심플하고 아기자기해 보여요+0+
쵸코칩쿠키/뎡말?ㅋㅋ 그렇게 느껴진다니 쓸맛이 나는구먼.
라떼님/마리아쥬 다구들 정말 이쁘죠. 근데 가격은..-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