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지유가오카 피터래빗 티가든
친구는 S씨랑 같이 미타카 지브리 미술관에 먼저 일찍 출발했다.
그 전날 로손 편의점 가서 예매를 도와주는데
다행히 S씨랑 같은 시간이 비어 있어서 10시가 좋다고.
수조엄마는 출근 시간 껴 있어서 가기 힘들 거라고 12시로 하지 그랬냐고 하셨지만
10시에 가서 더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 동행도 생기고 말이다.
난 지브리에 또 갈 수도 있겠지만 2년 연달아 가긴 좀 그렇고
나 혼자 지유가오카를 공략하기로 했다.
그래서 꼼지락거리다가 8시 10분에야 일어났다.-_-;;
어차피 지유가오카 같은데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11시쯤부터 가게를 열 걸 고려한 건데
역시나 꿈지럭거리다가 또 10시 되어서야 아침 먹을 생각을 하고 말이지.
10시에 수조네집을 나오는데 유치원에 아들 데려다 주고 오시던 아줌마가
어디 가서 아침 먹을 거냐고 해서 오토야 간댔더니
안 된다고 맛있는 이탈리안이 있으니까 거기 가라고 하셔서
사이제리야라고 하는 가게에 가게 되었다.
다행히 거긴 10시부터 아침이 된다고 하네.
키타우라와 역 부근에 있는 사거리에 미스터 도넛이 있는데
그 옆 건물 2층에 있다.
샐러드와 선택 수프가 나오는 야채 세트(280엔)
그리고 치즈 포카치아를 추가(159엔)해서 시켰더니 439엔.
포카치아는 따뜻한 공갈빵을 눌러놓은 듯 안이 비어있었고
치즈는… 난 모짜렐라 같은 걸 기대한 건데 파마산이었다.
선택 수프는 시푸드 챠우더를 시켰는데
챠우더는… 내가 만든 게 더 맛있잖아.-,.-a
뭐 샐러드도 말끔히 다 먹고 포카치아에 느끼한 크림수프까지 먹었더니
이것도 꽤 배가 찬다.
10시 50분쯤에야 키타우라와를 출발, 시부야까지 450엔이고 11시 54분 도착.
시부야에서 도큐도요코센 12시 출발 급행을 타고 지유가오카까지(150엔) 8분이면 된다.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긴자 관광정보센터까지 가서 출력해온
세인트 크리스토퍼라는 찻집의 약도를 보고 헤매기 시작…
근처에 다 와가니 이런 팻말이 몇 개 붙어있다.
그러나… 막상 찾은 곳은 자그마한 양옥집인데 정원수를 정비중이었고
입구엔 뭐 이전한다 이런 문구가…OTL
아띠, 우째 찾는 찻집들마다 거의 제대로 그자리에 있는 게 없냐 정말.
간신히 또 이전한 곳으로 갔더니… 휴무. 크악!
그러고보니 세인트 크리스토퍼는 매월 첫째, 넷째 주 수요일 휴무인가 그랬는데
이날이 둘째 주 수요일인 줄 알고 설마하고 갔는데 첫째 주였던 건가… 바부팅
미치겠네. 지유가오카 구경도 구경이지만 이 찻집에서 2시간쯤 놀 생각도 하고 온 건데 으헝~
그러나 이 세인트 크리스토퍼를 찾아서 골목골목 헤매다가
다른 찻집을 하나 봐둔 게 있었다.
이런 찻집이 있다는 정보도 모른 채 왔다가 발견했는데
거기나 가보자 하고 다시 그곳을 더듬어 찾아갔다.
PETER RABBIT TEA GARDEN 自由が丘店
짠~ 바로 피터래빗 티가든!
가게 외관도 괜찮아 보이고 입구에 있는 피터래빗도 넘 귀엽지 않나.
거기에 애프터눈 티세트를 한단 말씀!
가격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아까 거기 대신 여기라도 가서 티세트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피터래빗을 보니 sspoon군이 떠오르던데…
메뉴는 꽤 다양한 편이었다.
홍차 종류야 그다지 다양하진 않았어도 이탈리안 식사 종류가 되고
애프터눈 티세트가 1인분에 2500엔이라 비싸지만
크림티 세트나 샌드위치 세트 등 1000엔대 세트 메뉴들도 있었다.
난 애프터눈 티세트를 시켰는데
오리지널 스콘 2개에 클로티드 크림과 유기농 딸기잼이 곁들여 나오고
믹스 샌드위치 세트에 유기농 재배 홍차 또는 커피(선택)
그리고 케이크는 6가지 정도 중에서 3종을 선택하란다.
홍차는 얼그레이, 케이크로는 베이크드 치즈케이크, 홍차 쉬폰, 특제 푸딩을 골랐다.
주문을 하고나서 사진을 찍으려면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창가를 마주 보다가 등지는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후
바로 세팅을 해준다.
디너 플레이트에는 피터래빗 글자가 찍혀있고 하얀 도자기들로 통일해서 나오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근데 따로 준 저 집게는 또 뭔지?(나중에야 알았지만)
티세트도 금방 나온다.
3단 케이크스탠드에 깔끔한 흰접시들로 통일해서
가지런히 이쁘게도 세팅돼 나오네.
케이크스탠드는… 뭐랄까… 그다지 양이 많지 않아도
많아보이고 있어보이게 하는 마력이 있는 거 같단 말야.
어쨌든 클로티드 크림도 동그랗게 떠서 담아온 게 너무 이쁘지 않나?
문득 잼을 담은 작은 램킨이 탐나기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내가 로레이즈 가서… 3단 케이크스탠드를 사왔거든.
이거랑 똑같이 꾸며보고 싶다.
일단 배가 고프니 샌드위치부터 먹기로 했다.
3단에서 시작해서 위로 올라가는 순서로 먹어볼까.
샌드위치는 겉이 약간 바삭해질 정도로 구워서 5개나 나온다.
3개는 생햄…인지는 모르겠고 햄이랑 오이, 토마토, 짭짤한 치즈를 껴서 나오고,
2개는 양상추와 토마토만으로 나온다.
베노아 샌드위치도 맛있었지만 여기 샌드위치도 넘 맛있다.
배가 고파서일지 모르지만… 적당한 두께가 일단 먹기 좋다는 점.
난 아무리 푸짐해도 티 샌드위치로는 두툼한 샌드위치보단
야박해도 먹기 좋은 사이즈로 나오는 샌드위치가 좋거든.
그리고 작은 집게의 용도는 티푸드를 집는 데 쓰는 거였다.
샌드위치나 그런 걸 디너 플레이트 위에 놓인 빵 접시에 덜어가며 먹으라는 듯.
그래서 샌드위치는 그렇게 집어서 먹긴 했는데…
케이크는 이쁘게 옮기기 힘들 거 같아서 그냥 접시째
디너 플레이트 위에 올려놓고 먹기로 했다.
홍차 쉬폰 케이크를 보라구… 저 귀여운 토끼 쿠키가 크림을 붙들고 있는데
모양 망치지 않고 옮기기 힘들지 않겠나.
정말 넘 귀여운 세팅이다~ >.<
치즈케이크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치즈맛도 농후한데 크림까지 얹어먹으니 느끼~
그래도 생각만큼 크게 느끼한 건 아니었고… 뭔가 부드러움을 더하고자 한 게 아닐지.
치즈케이크는 그럭저럭.
홍차 쉬폰은 귀여운 세팅이 한몫했고 폭신폭신한 쉬폰에 크림을 발라가며 먹으니 맛있네.
쉬폰케이크에 발라야 할 크림을 따로 같이 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로군. 음…
근데 홍차 쉬폰은 맞는데 무슨 찻잎이 들어간 건지는 기억이…
특제 푸딩이라는 것도 맛있었다.
푸딩 한 스푼 떠먹을 때 딸기 한 조각씩 얹어먹는데
밑에 깔린 캐러멜 시럽이 그다지 달지 않아서 좋고
몰캉몰캉 부드럽고 달지 않은 푸딩과 새콤한 딸기, 캐러멜 시럽…
하~ 좋구나… 마리아쥬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찻집들 티세트는
다 가게에서 만드는 수제 느낌이 강하고 맛도 좋아서 너무 좋다.
가격의 압박은 있지만…
얼그레이는 굉장히 낯익은 맛이었는데…
얼그레이 향이 그다지 진하지 않으면서 마실만 했다.
은도금 스트레이너에 비해 찻집이 자잘해서 좀 빠져나오긴 하지만
찻물이 진해질 것을 고려해 핫워터저그까지 나오는 게 참 배려깊다.
우유나 레몬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난 우유를 타마시기로 했고
베노아의 티세팅도 멋졌지만 역시 흰도자기로 통일하는 게 제일 깔끔하고 이쁜 거 같다.
홍차도 꽤 양이 많았는데 400~500ml쯤 되나… 점점 진해지니까 온수로 희석도 해보고
우유도 넣어보고 하면서 마시는데 배가 불러온다뇽.
2단의 케이크를 다 먹고 접시를 다시 스탠드에 올려놓고
1단의 스콘 접시를 디너 플레이트 위에 놓고 스콘을 먹기 시작.
베이킹파우더 냄새도 거의 안 나고 따끈하니 내온 스콘이 참 이쁘게도 만들었다.
맛은… 난 베노아 스콘보다 이 스콘이 더 좋았다.
그리고 뭣보다 딸기잼이 잼이 아닌겨…
딸기가 통째로 들어있다. 스콘을 반으로 갈라서 크림을 듬뿍 바르고
딸기잼을 바른다기보다 얹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
으허~ 맛있구나…
여기 클로티드 크림도 뭐 베노아랑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난 앞으로 클로티드 크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좋은 버터를 실온에 좀 녹여서 크리밍해서 쓰는 게 편할 거 같다.
내 미각으론 차이를 모르겠다…
어쨌든 스콘 1개 남기고 배가 불러서 헉헉댔다.
역시 이거 2인분인가 봐! 아무리 배가 고파서 점심 대용으로 시켜먹었지만 이건…
그러다 더 허덕스러웠던 건 아기 유모차를 끌고온 어떤 젊은 아줌마였는데
혼자서 이 티세트를 시키더라고.
일본 여자들 무척 말랐던데… 다 44사이즈 기준…
나도 꽤나 먹지만 일본 여자들한테는 KO다 정말.
남은 스콘 하나를 먹을까말까 무척 고민하다가
테이크아웃 가능하냐고 했더니 된다면서 은박지에 싸서 자그마한 봉투에 넣어준다. 땡큐~
가게 내부는 일단 그냥 이탈리안 식당 비슷하달까.. 딱히 티룸 분위기가 나는 건 아니고
단 하나 차이라면 벽마다 피터래빗 일러스트 액자가 걸려 있다는 것과
화장실이 예쁘고 입구에 있는 매대에 피터래빗 제품들을 파는 정도.
홍차 파는 건 못 봤고 딱히 가게를 찍고 싶다고 얘기하진 않았는데
가게 내부 몇 장면은 은근슬쩍 도촬은 좀 해봤다.
막판에 웬 아줌마들이 모임을 한다고 들어오는 바람에 가뜩이나 바쁜 거 같아 보이는데
거기에 사진 찍겠다고 하는 것도 좀 그래서..
혼자 먹고 있어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점,
따뜻한 햇살이 전면 유리창으로 따스하게 비춰들어온다는 점,
아주 맛있지는 않아도 전반적으로 다 맛좋았던 티푸드들과 무난한 홍차들,
다양한 메뉴(식사메뉴도 탐났음),
단 1명이 티세트를 시켜도 각종 필요에 따른 커트러리를 다 갖춰주는 점 등등
타카노 티하우스 이후로 여기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