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여섯 번째] 홍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도구(1)
저번엔 다르질링 시즌이고 해서 뜬금없이 그 얘기부터 했는데
홍차를 고르면서 같이 고를 중요한 아이템이 다구 아니겠어요?
그 얘기도 같이 하려고요.^^
홍차를 마시겠다는 마음이 들게 되면
어떤 도구가 필요한가 걱정?들기 시작하죠.
녹차 다구와 달리 어찌나 복잡해 보이고 살 것도 많은지~
간단히 시작하자면 머그컵 하나만으로도 충분하고
손을 뻗기 시작하면 명품까지도 손이 가는 법이지요.
1. 티포트(다관)
가장 기본적인 건 원형의 도자기 티포트입니다.
티포트 안에서 온수의 대류를 따라 찻잎이 넘실넘실 춤추듯 움직이는 걸
‘점핑’이라고 하는데 이 점핑이 잘 되어야 맛있게 우러나죠.
점핑이 잘 되려면 둥근 형태인 게 좋고
도자기는 우릴 때나 우린 후 보온이 잘 되어서 좋지요.
뭐, 점핑이 잘 안 되는 형태라 해도 크게 걱정은 마세요.
우린 다음에 긴 스푼으로 저어서 섞어줘도 되긴 합니다.
사진에 있는 건 350ml, 800ml 용량이에요.
뚜껑에 달린 저런 돌기를 스톱퍼라고 하는데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뚜껑을 티포트에 고정할 수 있으니
뜨거운 티포트를 잡고 따를 때 도움이 되지요.
뚜껑에 구멍이 있으면 따를 때 쿨럭이고 넘치지 않고요.
유리 티포트는 찻물색을 감상하며 우릴 수 있고
도자기보다 냄새가 덜 배는 장점이 있는데
도자기보다는 보온에 약한 게 단점이죠.
전 주로 우릴 때 유리포트에 우린 다음 도자기 티포트에
찻잎을 걸러낸 홍차를 담아 보온하면서 마신답니다.
밀크티를 담을 때도 도자기 티포트보다 부담도 없죠.
허브차를 우릴 땐 찻물색과 꽃잎이 피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고요.
300ml, 400ml, 500ml 용량별로 구비해놓고 필요에 따라 쓰고 있어요.
2. 티컵(찻잔)
기존에 갖고 있던 커피잔이나 머그를 사용해도 돼요.
하지만 와인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와인에 맞는 잔을 쓰듯이
홍차를 즐기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잔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죠.
홍차를 위한 기본 찻잔이라면
안쪽이 흰색이고 얇고 가벼운 도자기 재질이며
깊이가 얕고 나팔꽃처럼 밖으로 퍼진 형태지요.
잔 깊이가 얕고 안쪽이 흰색이어야 찻물색을 감상하기 좋고
특히 좋은 홍차에서 나타나는 골든링을 보려면 흰색이어야 잘 보이지요.
잔 깊이가 얕고 밖으로 퍼진 형태가 홍차의 섬세한 향을 느끼기 좋아요.
용량이 다양한 커피잔과 달리 홍찻잔의 용량이 200ml 안팎인 건
일본 도자기를 좋아하던 작센 선제후의 취향에 따라
마이센을 만들 때부터 정해진 용량이래요.
그리고 잔입술이 밖으로 퍼진 것, 위로 올라오는 것 등 모양이 다양한데
와인잔처럼 혀에 닿는 점이 달라서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홍차를 마시는 시간과 분위기에 따라 잔을 바꾸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지요.
아침엔 두툼하고 큰 용량의 잔이나 머그에
홍차를 진하게 우려서 우유를 넣어 마시거나
오후 티타임엔 티포트와 세트로 된 찻잔으로 즐기면 호사스럽지요.
유리잔은 도자기 잔에 비해 보온력이 떨어지지만
찻물색을 감상하기 좋고 허브차나 아이스티를 담으면 잘 어울리지요.
여름에 아이스티와 함께 과일조각도 같이 넣어서
유리잔에 담으면 풍성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고 맛도 좋고요.
3. 티 스트레이너 (찻잎 거름망)
티포트를 사면 안에 필터가 내장되어 있기도 한데
그 필터의 재질이 플라스틱이거나 철제, 스테인리스일 경우
티포트에 넣고 우려낼 때 차맛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플라스틱인 경우 환경호르몬 걱정도 되고
철제나 스테인리스 같은 금속은 차맛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금속제 다구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그런 필터가 내장되어 있다면 그냥 빼내서
차를 다 우린 후 거를 때 거름망으로 쓰시라고 하고 싶네요.
아니면 따로 이런 티 스트레이너를 마련하셔도 좋고요.
상단 왼쪽의 스테인리스 스트레이너가 구하기 쉽고요
오른쪽에 있는 건 이중망이라 아주 가는 찻잎도 걸러주지요.
하단 왼쪽은 은제 앤틱 스트레이너이고
이쁘긴 한데 실용성은 떨어지죠.;;
오른쪽과 같은 도자기 재질의 스트레이너도 있는데
찻잎이 좀 큰 경우에만 쓸 수 있어요.
어쨌든 작은 거름망을 차 전용으로 쓰시면 그게 티 스트레이너가 돼요.
or 인퓨저
인퓨저라고 간단히 티백처럼 쓸 수 있는 도구도 있어요.
저 안에 찻잎을 넣고 티포트나 찻잔에 넣고 우리는 거죠.
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게…
찻잎은 점핑이 되어야 맛있게 우러나는데
인퓨저는 무척 작아서 인퓨저로 우린 홍차는
가끔 덜 우린 듯한, 좀 연하게 우린 느낌을 받거든요.
사진의 것은 5년 전인가 선물받은 건데
은도금이라 겉부분이 변색됐네요…
하지만 딱 한 잔 분량으로 소량 우릴 거라면
이런 운치를 또 느껴보고 싶다면 써봐도 좋겠지요.
이런 다구들 없이
큰 머그에 찻잎을 우린 다음 조심스럽게 다른 컵에 따라내서 마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호식품이라는 게 맛도 중요하지만
그와 관련된 물품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잖아요?
그런 게 더 맛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쉽게 질리지 않는 단순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말 마음에 드는 다구를 모아가는 재미도
홍차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예요.
카페 > 신세계 피숀 | 아리아
http://cafe.naver.com/pishon/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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