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열일곱 번째] 홍차 백작님 얼그레이 Earl Grey

요즘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홍차 한 잔이 절로 생각납니다.
뭔가 가라앉는 분위기와 싸늘한 날씨가
찻잔을 양손으로 받치고 그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홀짝이기 딱 좋지요.
앞서 얘기한 홍차들도 다 유명한 것이긴 하지만
실론티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홍차가 바로 얼그레이지요.
중국 홍차를 베이스로 베르가못 엣센셜 오일로 가향한 전통적인 가향 홍차인데요
상큼한 감귤계 향이 폴폴 풍겨서 매력적일 뿐 아니라
오랜 역사 만큼이나 유래에 대한 얘기도 많답니다.

트와이닝 얼그레이

얼그레이는 찰스 그레이 백작(백작이라는 칭호는 미국에서는 count, 영국에서는 earl)의
이름을 딴 홍차예요.
요 사진에 보이는 분이 바로 그분입니다.^^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몇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이 사람은 1830년부터 1834년까지 영국의 수상이었고
외교관을 겸하게 되어 중국에 갔다가 중국 관리의 생명을 구해주게 되자
그 보답으로 홍차에 베르가못을 블렌딩하는 비밀 레시피를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중국 외교를 훌륭히 수행한 대가로 받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죠.
영국의 Jacksons라는 홍차 브랜드에선
1800년대 중국에 주대하던 영국의 한 외교관이 귀국하여 그레이 백작에게
중국 안휘성 치먼(祁門) 등지에서 제조되던 홍차를 선물하였는데
그것이 그레이 백작의 마음에 들었고 백작은 잭슨사로 하여금 동일한 홍차를 제조하도록 했고
그후 이 홍차가 차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자
잭슨사는 얼그레이를 상표화해서 유명해졌다고 해요.
하지만 중국은 수세기에 걸쳐 차에 여러 가지 것들을 가향해왔는데
거기엔 베르가못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마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현대의 홍차 브랜드 회사들은 얼그레이의 베이스로 쓰는 차를
중국산 홍차 대신 실론이나 다르질링, 백차 등으로 바꾸기도 하고
베르가못 뿐 아니라 콘플라워, 마리골드, 장미 등을 더 넣기도 해서
각 브랜드마다 나오는 얼그레이들이 아주 다양하답니다.

베르가못 향은 흡사 로션 향처럼 상큼하면서도 강렬하고 느끼하기도 해요.
그래서 얼그레이를 고를 때 향에 민감하다면
베르가못의 함량을 보고 고르면 도움이 된답니다.
익숙해지면 베르가못 함량이 높아도 참 그윽하게 느껴지고 맛있는데
처음엔 저도 익숙치 못해서 아이스티로나 간신히 마셨더랬죠.
얼그레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순한 것도 있고 강한 것도 있고
다른 향이 더 들어간 것도 있으니 다양한 얼그레이만 마셔보는 것도
홍차를 즐기는데 있어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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