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서른한 번째] 한가위 낮에 홍목단을 불러봐요

한국과 일본에 홍차 열풍을 불게 한 유명한 만화가 있습니다.
야마다 난페이의 홍차왕자라는 만화지요.
보름달 뜨는 밤에 달이 담긴 홍차를 은 티스푼으로 저으면
자기가 마시고 있는 홍차의 왕자가 나타나 주인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라는 플롯에서 시작된 만화랍니다.
얼그레이, 아삼 등 여러 홍차 왕자와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내용이죠.
다만, 홍차왕자를 소환하려면 그 홍차왕자가 비번이어야 한답니다.^^;
유명한 홍차들은 많이 불려나가기 때문에 소환되기 어렵다보니
여 주인공의 친구가 흔치 않은 홍차를 찾던 중 나오는 게 바로
중국산 홍차 홍목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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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은 모란으로도 불리는 꽃 이름이에요.
홍목단은 중국의 여러 가지 공예차 중 하나인데
안휘성 기문의 차엽을 사용해 납작한 수세미처럼 생긴 홍차예요.
난꽃향 같은 상품의 향을 갖고 있으며 단맛이 돌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목단꽃처럼 피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지요.

홍찻잎을 실로 묶어서 만들지는데 납작한 수세미 같죠?
이걸 큰 포트에 넣고 재탕까지 해서 마실 수 있어요.
대부분 공예차는 물을 약간 넣고 잠깐 우려내 버리는 세차를 해주면 좀더 안심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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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ml 정도의 물에 5분쯤 우렸을 때의 모습입니다.
주황색 찻물이 말갛게 익은 곶감을 연상시키네요.
달큰한 향이 솔솔 풍겨요.
정말 은은한 단내와 함께 달큰한 뒷맛이 곶감의 속살을 먹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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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했는데 물에 우러나면서 팅팅 불어서 꽃처럼 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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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쯤 더 지나니까 수색이 짙어졌어요.
하지만 크게 떫어지진 않아서 그대로 마셔도 괜찮더군요.
밤에 마시면서 은 티스푼으로 저으며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벌건 대낮에 스푼으로 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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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건 진하건 그대로 마시기 좋네요.
그래도 우유를 한 번 넣어봤어요.
색은 허연 밀크티지만 홍차 본연의 향과 맛이 크게 사라지지 않고
달큰한 뒷맛이 살짝 도는 향긋한 밀크티가 됐어요.
홍목단이 달큰한 냄새도 나지만 살짝 훈연향 같은 것도 풍기거든요.
그게 우유랑 잘 어울리네요.
다만 아삼이나 케냐 같은 것보단 바디감이 약하고 향이 독특해서
자칫 비릿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약간 단점이긴 해요.

밤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홍차왕자를 생각하며 홍목단을 즐겼답니다.
가끔 홍차왕자로 나오는 홍차를 마시면서 만화의 캐릭터를 연상해보곤 하지요.
그렇게 의인화한 만화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홍차를 마실 때마다 좀더 섬세하고 재미있게 느껴져서 재미있답니다.
카페 > 신세계 피숀 |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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