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온 보이차와 중국다구들

어제 인사동에 있는 보이차 전문점에 혼자 가서 잘 놀다 왔다.
그 이야기는 홍차 게시판에 잡담처럼 써놨으니 참고하시길.

어제 집에 오자마자 다구를 풀어 사진 찍은 거랑
오늘 티타임 즐긴 사진을 모아서 올려본다.

옻칠 쟁반은 원래 집에 있던 건데
몇년간 냉장고 위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다가
부엌 싱크대 갈 때 발굴되어 버려질뻔했으나 앞으로 녹차나 중국차를 마실때
필요할 것 같아서 따로 챙겨두고 닦아둔 쟁반..^^
역시 동양차는 저런 쟁반에 챙겨마셔야 느낌이…


중국차용 포차세트인가, 포자세트인가…차 마실때 쓰는 소도구 세트도 사왔다.
왼쪽부터 차호에서 찻잎을 긁어내는 도구,
손님쪽에 뜨거운 찻잔을 낼때 집는 집게 같은 도구,
송곳 같은 부분으로는 차호 안쪽 거름망의 찻잎 찌꺼기를 소제하고
송곳 뒷부분의 넙적한 부분으로는 차호에 물을 따른 후 거품을 걷어낼 때 쓰는 도구,
마지막으로 찻잎을 넣는 차칙이다. 3가지 도구의 이름도 다 있는데..그건
나중에 책을 보고 정리를 해봐야겠고
평소에 사진으로만 보고 그 용도를 알고 있던 차도구를 직접 손에 넣고 해보니
감개무량이다.
찻잔은 3개가 있는데 보이차 바로 옆에 있는 문향배와 품명배는
그 보이차 전문점에서 선물받은 것이고^^
차탁을 받쳐둔 푸른 꽃무늬의 찻잔은 전에 차야에서 산 것,
그 아래쪽에 분홍 꽃잎이 수줍은 듯이 살짝 그려진 찻잔은 어제 사온 찻잔이다.
차선 혹은 다지라고 불리는 퇴수기를 겸한 도구와 자사호, 보이산차를 사왔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생긴 귀여운 자사호.^^
그 차포에서 미리 양호를 해뒀으니 기공을 열어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뜨거운 물로 한번 헹궈주고 바로 찻잎을 넣고 차를 우리기로 결정.


찻잔의 무늬를 잘 보라고 측면에서 찍어봤다.
난..찻잔 안쪽 바닥에 양각이나 음각 무늬가 있어서 찻물을 부었을 때 떠보이거나
찻잔 안쪽 위쪽에 무늬가 있는게 맘에 들더라~
그래서 수줍은 듯이 귀엽게 꽃무늬가 그려진 찻잔을 사왔는데…
전에 산 물고기가 노니는 찻잔은 언제 써보나.-_-
청차에 잘 어울릴텐데 보이차를 담으면 물고기는 안보일테구…힝~

자, 그럼 이제 보이차를 마셔볼까요? 우리는 법을 칭하는 표현이 있는데 까먹었구..-_-

먼저 물을 펄펄 끓여요.
찻잎은 한 2~3g 정도 준비한듯.. 저 찻잎을 담은 잔이 물고기 잔이다.
잔은 미리 예열해줘야 하고… 차호 역시 예열을 해둬야 함.


차호에 물을 자작하게 부어 세차를 해야하죠.
차호 가득 물을 부으면 거품이 올라오는데 그건 뚜껑이나 차도구로 살짝 걷어줘야 함.
뚜껑을 닫고 한번 슥 돌려준 다음 옆에 있는 거름망을 얹은 다해에 부어줍니다.
다해는 공도배-라고 하여 차의 농도를 균일하게 맞출 수 있죠.(녹차 다구에서 숙우 역할)
다시 차호에 물을 붓고 거품 걷고 우리면서 그 위에 처음 우린 찻물을 부어줍니다.
그렇게 계속 차호를 뜨겁게 하여 10초쯤 우려낸 보이차를 찻잔에 따르는 거죠.
청차의 경우 이것을 문향배에 따라 향을 음미하기도 하구요.


찻잔에 따르니.. 검붉은 색이 인상적이죠? 찻잔 주위에는
홍차처럼 골든링이 나타나는건 아니고 어두운 녹색빛 테두리가 보인답니다…
다해에 담긴 보이차는 흡사 와인 같은 느낌이지요.


마무리로 찻잔을 가까이서 찍어봤음.
보이차의 맛은..?
흠, 전에 마신 지푸라기 혹은 흙맛 나는 타차보다는 나음.
보이산차 같은 생차가 아무래도 좀 무난한 편이지요…
약하게 흙냄새 같으면서도 호두맛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머니 왈, “번데기 우린 물 같은데?”-_-;;;
곰팡내가 난다고 했음 치즈 때처럼 마시다 마는 사태가 벌어졌겠지만
번데기..까지는 그나마 나을지도. 쿨럭
곰팡이로 후발효시킨 차라고는 도저히 말은 못하겠고
몽고나 티벳에서 즐겨마시는 차라고 해버렸다…흠냐..
장에 좋다고 하니 제발 탈이 안 나길 바라며…

우유를 넣어보니 정말 황당한 분홍색 비스무리한 색이 되는데
나름대로 마실만 했다. 약간 청량감이 도는 느낌은..꼭 랍상소총에 우유 탔을 때랑
비슷하달까? 다음엔 설탕도 넣어봐야지. 근데 이 작은 찻잔에 설탕 넣고 휘젓는 건
좀 웃길 것 같다. (어이, 우유도 만만치 않어..)
어쨌든 과연 보이차에 길들까 염려되지만 이쁜 다구에 혹해서 사버린 보이차라서
귀여운 티타임은 계속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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