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대구 티플라워
찻집 순례를 한다더니 대구까지 내려갔다!
그동안 휴일, 격주휴무, 주일까지 일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평일 이틀을 쉴 수 있게 되었거든.
그 첫날 바로 기차타고 내려갔다 왔던 것이다.
그동안 소문과 사진만으로 알고있던 대구의 유명 찻집.
다들 일할 때 혼자 놀면서 간 건 좀 심심했지만
도착해서는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일단 그 전날인 월요일.
제품 촬영이 있어서 휴가가 밀리는가 했는데 그냥 쉬라고 하셔서
밤엔 철도청 사이트 가서 내내 시간표 보고 가격 체크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시간표도 적어두고.
일단 내려갈 땐 영등포-대구 코스 새마을호를 타고 가고,
올라올 땐 동대구-광명 코스 KTX를 타기로 했다.
새마을호 23,800원하고 KTX 32,800원이군. KTX는 한 번 타보고 싶어서리.^ㅂ^;
그리고 가는 동안 심심하겠다 싶어서 mp3도 굽고,
사진도 많이 찍어오려고 디카 배터리 충전하고 메모리도 싹 비워뒀다.
화요일 오전.
으으…7시에 깨워달라고 해서 일어난 건 좋은데 왜 이렇게 졸린지.
하긴 계획 세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흥분해서 3시에 잔 게 문제 아닌감.
모처럼 휴일 같은게 생기면 그 전날은 꼭 이렇게 무리를 해서 잔다니깐.
어쨌든 아침 먹고 다시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일어나니 8시 45분!
허겁지겁 준비하고 나왔다. 집에서 9시 15분에 나왔고
다행히 용산행 직통이 있어서 그걸 타고 영등포에 도착하니 45분쯤?
서둘러 표 사고 9시 59분에 출발하는 새마을호 1035를 여유있게 탔다.^^v
그런데말이지…. MP3CDP 배터리를 충전을 안해와서 짐만 됐네.-_-;;
읽다만 책 두 권을 가져왔는데 한 권만 봤구.
가는 동안 계속 자다깨다 하니 책을 다 볼 수 있나.
또 번뜩 생각이 나서 디카를 열어보니 충전한 배터리를 두고 왔다.-ㅂ-;;
추가배터리, 추가메모리 지갑을 가져와서 그걸 쓰면 되긴 하지만.
설마 사진을 백 장 이상 찍기나 하겠어?
부천역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랑 빵 산건 11시 반쯤에 꺼내먹었다.
나 말고도 옆줄에 혼자 가는 여자분도 있고…뭐, 혼자 기차 타는 것도 괜찮네.
13:24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32분에 도착했다.
대구가 아닌 동대구에 내리게 되었는데 어쨌거나… 왜 이렇게 더운 건지!
확 끼치는 열기. 맞다, 대구는….덥지.-_-; 우띵, 난 더운건 못 참는데 큰일인걸.
약간 예상은 하고 민소매 옷을 입긴 했지만 선글래스는 준비를 못했단 말이다.
택시를 잡아타고 경북대 북문을 향해 출발.
기본 요금이 1500원. 서울보다 100원 싸네.
근데 도착했을 때 미터기에 2500원 찍힌 걸 봤는데
내리고 나서 거스름돈을 보니 400원. 뭐냐-_-+
파출소만 찾으면 금방이라고 하셨는데 물어봐도 이상한 곳으로 간 건지 못찾겠다.
나무아저씨께 전화를 해보니 근처 커피나무에 가 있으면 된다고 하셨다.
경북대 북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대구은행 나오기 전, 분식몰이라는 가게 바로 전에 골목이 나온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면 커피나무가 있는 건물이 나온다.
은은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커피 냄새가 물씬.
커피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의 카페라면 좋지.
세트 메뉴가 있길래 궁금해서 시켰다. 가격은 5000원.
좀 있음 홍차를 잔뜩 마시겠지만 그래도 대구의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 왔는데
커피맛은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오늘의 커피인 모카랑 레어치즈케이크를 시켰다.
서울에 비하면 가격들이 괜찮아서 참 마음에 든다.
치즈케이크가 먼저 나왔다. 우아..모양도 반듯하고 맛있어 보이는걸.
커피 나오면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사진 찍는 재미 때문에 메모리도 싹 비워서 왔는데 사진은 찍어야 하잖아~
마일드하게 뽑은 모카가 나왔다. 수줍게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하시네.
홋홋 좋아, 좋아.
모카는 탄맛, 신맛, 쓴맛이 느껴지던데 그냥 마셔도 좋고,
설탕 세 스푼을 타서 마셔도 좋았다.
그렇잖아도 요즘 실론t님께 선물받은 원두를 내려서 좀 마시다보니
커피 마시는데 대한 거부감도 많이 없어지고 맛도 있더란 말이지.
레어치즈케이크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케이크시트도 바삭하면서 촉촉하구.
매번 내올 때마다 이렇게 시럽으로 꾸며주는지? 어쨌든 좋네.
장을 보고 돌아오신 나무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글로만 본 이중 스트레이너도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촘촘하고 좋아서 무척 탐났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 남은걸 이미 다른 분께 넘기셨다고 하니 아깝네.
이렇게 괜찮을 줄이야. 사진 좀 찍어서 공개라도 하시지…
커피나무 인테리어가 참 정감있고 좋은데다 각종 소품이 또 빛을 발한다.
그 중에서 번뜩 눈에 띈건 책으로만 본 베트남 커피 드리퍼.
애홍차님께서 베트남 가서 커피는 사왔지만 이건 못 구하셨다던데.
이건 한 잔용 드리퍼인데 여기에 커피가루를 넣고 내리는거다.
편의점 일회용 원두커피랑 비슷한 원리라고 하신다.
책에서 보기론 잔에 먼저 연유를 부어놓고 그 위에 커피를 내려서 섞어마신다고.
티플라워로 이동했다. 커피나무에서 나와서 탄두리라는 음식점을 지나 계림이라는
음식점 옆에 있는 골목으로 올라가면 파출소가 나온다.
파출소 바로 앞건물 3층이 티플라워다.
眞다즐님 사진으로만 봐왔는데
날씨가 맑아서 더 환해보인다.
유리창이 커서 채광이 좋고 크기와 모양이 다른 테이블과 의자들이 편하게 배치되어 있다.
구석에 있는 6인용 테이블은 강좌나 파티용으로 딱이던데.
각종 소품도 멋있고 영국풍 찻집 느낌이랄까? 내 취향에 잘 맞는다. 너무 좋네.
무엇보다도 채광이 좋아서 사진찍기 좋겠는걸…
다구와 소품, 인테리어 다 너무 좋아서 구경하기 바빴다.
압끼 영버드 여름 다즐링 연하게 부탁했는데
서빙할 때 보니 향이 확 끼치는게 장난이 아니다.
향이 무척 강하다. 찻물색은 맑은 레몬색이랄까? 고급 다즐링의 진면목을 보여주는구낭.
여름 다즐링인데도 향이 이렇게 강하다니.
한 모금씩 입 안에서 굴려봤다.
내가 심각한 얼굴로 찻잔을 내려놓지도 않고 맛보니 좀 이상해 보이겠지만^^;
한 달 동안 야근하면서 차를 제대로 못마셨더니 감각도 둔해지고 말이지.-_-;
떫은 맛이 무척 강하다.
차나무 생잎을 씹어서 그 씁쓸하고 떫은 즙액을 맛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떫은 맛이 가시고 난 혀끝에는 단맛이 은은히 돈다. 호~
팁스도 맛봤는데 그건….맛이 기억 안남..-_-;
어쨌든 나무님인가 티테이블 회원분이신데 홍차를 정성껏 우리고 서빙해주셨다.
내 취향을 물어보시고 연하고 맛있게 잘 우려주시구.^^
가토 쇼콜라인가? 쵸콜릿케이크도 느끼하고 달지 않으면서 진한 쵸콜릿맛이 난다.
토핑인 생크림이 어우러져 부드럽게 중화시켜 준다.
땅콩쿠기는 바삭하고 땅콩 맛이 진하게 살아 있다. 흠…땅콩버터로 반죽한건가?
그런데 내 입맛엔 땅콩쿠키는 다즐링하고는 좀 안맞는 것 같다.
저녁으로는 돼지갈비를 먹게 되었다.
저녁까지 얻어먹고 고맙고도 미안하네.
저녁도 참 유쾌하고 맛있게 먹었다.
커피나무 케이크를 만드시는 분들도 뵙고,
티테이블 회원분인 제제님도 오셨다.
에궁… 이럴 줄 알았으면 티테이블에 대구 간다고 알리고 갈 걸 그랬나보네.
티아님도 부르고…곧 시끌벅적한 티타임이 될 듯.^^
압끼 프레지던트를 맛봤다. 조명 때문인지는 몰라도 레몬빛이 돌던 아까의 홍차와 달리
환타색 비스무리한, 캐슬턴 머스케털 수색과 비슷해 보이네.
오렌지향이 확 끼친다. 압끼 홍차들은 향이 압권이다.
그리고 다즐링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떫은 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차이를 마시려고 벼르고 내려왔기 때문에 차이를 마시게 되었다.
내 취향에 맞춰서 연하게 내오신 것 같은데 향신료향이 강해도 괜찮은데^ㅂ^;
우유의 비릿한 향도 안나면서 무척 부드럽다. 우유와 홍차를 잘 맞추는게 정말 어렵던데.
티테이블 회원이신 티아님도 오시고 정신없이 얘기하다보니 8시가 넘었다.ㅜ.ㅜ
내려올 때 설마 그렇게 많이 놀겠냐 싶어서 6, 7시 시간대 표만 알아왔는데
저녁 먹다보니 늦어져서 제제님이 8시 39분 표를 예매해 주셨거든.
그리고 차로 데려다주셔서 아슬아슬했지만 안전하게 KTX를 탈 수 있었다.
서울에서 내려오신 분은 5천원 내고 홍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고 한사코
5천원만 받으신다. 에궁… 저녁 식사에다 홍차들 마신거 생각하면… 고마워서 어쩌나…
게다가 선물까지.^ㅂ^a
차야에 가서 맛보라면서 2004년 압끼 프레지던트 약간을 주시면서
내 선물로 압끼 티벨(거즈로 만두처럼 싼 고급수제티백) 열개들이 한 봉지랑
은도금 스트레이너를 주셨다.
평소 내 홈을 자주 오시는지 이미 내 취향을 파악하고 계셔서 놀랐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도 내내 하룻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흐뭇하고 기쁘다.
이렇게 알려진 찻집들 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니
차 마시는 즐거움이 더욱더 커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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