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재 번개
2005년 3월 12일
차사랑 다촌에서 상고재 번개가 있어서
내 친구랑 같이 참석했다.
각자 다과를 챙겨오기로 하고 장소와 차를 제공해주신 셈인데
떡이며 과자며 포장 뜯어서 예쁘게 세팅해 놓으니
그냥 티파티 분위기가 물씬 난다.
왼쪽은 상고재에 있던 매실 절임.
오른쪽은 내가 사간 고구맛? 하여튼 그 과자랑 뽀또.
여기서 쓰는 다구들은 하나같이 송나라, 조선 초기 뭐 이런 골동다구들인데다
찻잔 받침이며 찻상이며 원목들이라 운치도 있고
눈요기만으로도 벅찼다.
운영자이신 강지형님께서 손수 말차를 타주셨다.
그런데 다들 말차 한 사발을 한 모금씩 마시고 돌려마시는 것이 아닌가.
난 꿋꿋이 기다려서-_-; 새로 타주신 것을 혼자 다 마셨다. 에헤헤~
저게 1인분인데..왜 한모금씩들만 마시는 건지.
어떤 남자 회원도 처음 마신다면서 그렇게 또 혼자 다 마시는데 잘 마시더군…
고정차 혹은 일엽차라고 알려진 아주 쓴맛이 나는 차.
하지만 실제 차나무를 제다해서 만든 차는 아니므로 정확히는 茶가 아니다.
이건 야생고정차였는데… 고정차 중엔 일엽차라고 잎 하나만 돌돌 말린 게 있고
이런 어린 순 같은 걸로 된 것도 있다.
초록색 어린 순이 말라서 비틀어져 있으나
온수를 담은 유리다관에 뿌려넣으면
물에 닿으면서 너풀너풀 춤을 추며 풀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苦丁茶라서 쓴맛에 대한 겁이 나지만
첫맛은 써도 그에 비례해 뒷맛이 달콤하게 다가오는 차로 나름대로
중독성도 생기는 그런 맛이다. 고진감래라 이 차를 마시며 감상에 잠기는 것도…
이날 사람이 많아서 테이블이 둘로 나뉘어 한 쪽은 엉겁결에 내가 팽주를 했는데
고정차를 우려본 건 처음이라 적량을 몰라서 아까운 고정차를
듬~뿍 넣어버렸다.^^;;;
상고재에 진열된 다구 중 하나인데
엷은 옥색에 앙증맞고 여성스러운 모습이 무척 탐나는 다구다.
찻잔도 정말 작고 받침도 특이하게 이쁘고
다관이 특히 탐난다.^^;
차해도 뚜껑이 달려있고 안에 또 거름망이 있어서
저 차해 자체만으로도 차호로 쓸 수 있을 듯 하다.
밤에 할 일이 좀 있어서 마지막으로 국화차를 마시고 일어서야 했다.
쌉싸름한 맛이 나면서 마침 감기 기운이 돌고 있었는데 뭔가 보양도 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국화차였다.
이건…솔직히 거의 나 혼자 우려서 홀짝거리고 다 마시다 나왔다고 봐야한다.ㅋㅋ
다른 분들은 내가 가고 난 다음에 드셨을지 어떨지.
오는 길에 목동 현대백화점 지나면서
지하 푸드코트에서 또 지른게 있긴 하지만-_-;
4시간 정도 짦은 시간이었으나 무척 알차고
눈요기도 많은 즐거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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