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앤손스 포트의 8명

2007년 7월 13일

차사마님께 분양받은 홍차.
5g이라서 어떻게 마실까 고민하다가 한 번에 다 마시기로…^^;
특별한 가향은 없고 블렌디드 티였다.
실버팁스가 간간히 보여서 다르질링이 들어간 건 알겠고..
아삼이 들었을 수도 있겠는데 딱히 몰트향이 느껴지는 거 같지 않아서
나머지는 뭐가 들었을까 궁금했더랬지.


덤불 향이 나고 OP급 찻잎이다.
5g을 480ml 정도에 4분 우렸다.
다 우리고 나니 확 풍겨오는 그윽한 훈연향에서
운남도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운남과 아삼 블렌딩의 홍차들에서 느꼈던
그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흠.. 아삼도 들었을라나…? 딱히 몰트향이 느껴지는지는…
공식사이트 들어가서 봐도 이 홍차의 블렌딩 배경만
소개돼 있지 베이스가 안 나와 있네…
다르질링, 운남 그외에도 뭔가 더 들어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어쨌거나 eight만 봤을 땐 저녁에 마셔도 좋은
부드러운 차인가 했건만 그건 아니더군.
진하게 우렸을 수도 있지만… 그 묵직한 맛과 향은
오전에 참 잘 어울릴 거 같다..
설탕을 넣으면 백설탕인데도 캐러멜맛이 나고
우유를 넣어도 참 잘 어울렸다.


한 잔 분량은 그대로 2분 더 우렸다가
얼음이 담긴 찻잔에 넣고 아이스티로 만들어 마셨는데
다르질링이 들어간 걸 진하게 우려서 아이스티로 해서 그런지
첫맛은 좀 떫었더랬지.
시간이 좀 지나서 얼음이 녹으니까 그제서야 좀 마실만 하더라고..

블렌딩도 궁금하고 이 차의 이름에 들어가는 eight가
8시를 뜻하는 게 아니길래 공식사이트를 좀 찾아봤다…
1997년 6월 20~27일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리게 되는데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세계의 정상 7명이 세계평화를 위해
덴버에서 모인 것이다.
하니앤손스에서 그 정상들을 대접하기 위한 차를 의뢰받아
8가지 차의 특별한 블렌딩으로 이 Eight At The Fort 홍차를 만들게 되었고
지금껏 그들이 만든 블렌딩 중 가장 역사적인 것이 될 거라나.

이때 열린 회의가 바로 서방7개국정상회담으로
세계의 부와 무역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7개 선진공업국(G-7)이 1975년 프랑스에서 회의를 가진 후 매년 모여왔는데
1997년 회의부터는 러시아도 참여해 G-8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차의 이름은 아마도 ‘포트에 모인 8명의 정상’ 정도가 아닐런지.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쓰이도록 의뢰받는 건
기업이라면 누구나 노릴 만한 것일 텐데
역사적인 회담에 선진국 수뇌들이 마실 차를 의뢰받는,
그것도 홍차문화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도 맛보는
그 자리에 나가는 홍차를 의뢰받는다니 참 뜻깊고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거 같다.

농후하고 깊은 바디감이 가볍지 않고
스트레이트에서 밀크티까지 천천히 즐기며 음미할 수 있는
그 그윽한 향취가 이 회담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하니앤손스에서 자부심을 갖고 내놓을 만한 차라는 게 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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