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27일 차야 번개 티 테이스팅

2002년 2월 27일(목) 다음 티테이블 차야 번개

 

이런 멋진 찻집에 간 건 오늘이 처음이다. 그 전부터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혼자 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티테이블 식구를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그 전 주에 슬쩍 잡담게시판에 같이 가실 분을 찾았는데 어찌어찌 공론화되어서 여러 명이 오기로 하고 차 시음회까지 한다지 않은가.
마침 NABI님이 근무하는 날이고, 마스터께서 특별히 시음회를 시켜준다고 하시고… 너무 기뻤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지하철 파업 때문에 신도림까지 꽉꽉 막혀서 땀을 줄줄 흘리며 왔다. 찜통 지옥철. 그래도 어쩌랴… 대책 없는 민영화는 안 되는걸. 어쨌든 2시반까진 제대로 갈 것 같다. 차야 커뮤니티에 있는 그림지도를 프린트해서 손에 들고 길을 찾았다. 그 지도..정말 대단하다.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차야는… 1층에 있었다.

딱 들어가니 3분이 계셨는데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행복한홍차님, 쿠키몬님, d백작님…^^
서로 통성명을 하고..(난 늦게 가입한 주제에 고참을 몰라봤다는..-_-;;;;)
2시반부터 3시쯤까지 사람들이 계속 왔다.
자신들이 가져온 홍차들을 꺼내놓고..NABI님과 차야 마스터님은 즐거워하셨다.^^

지금 어떤 홍차를 가져오셨는지 직접 밝힌 3분외에는 온 순서도, 가져온 홍차도 모르겠다.-_-;; 난.. 포트넘 크리스마스티랑
잭슨스를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포트넘은 없었고 대신 전부터 맛보고 싶었던 로네펠트 아이리쉬 몰트는 맛볼 수 있었다. 다양한 홍차들이 그득 쌓여가고.. 테스트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만빵이다.

 

오늘의 모임은 같은 종류의 홍차를 브랜드별로 맛보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기로 되어 있다.
마침 NABI님께서 근무하시는 날을 잡은 것이었고… 쿠키몬님의 핸드메이드 버터쿠키와 행복한홍차님의 초콜릿들은 회원들을 감동시켰다.♡

쿠키몬
AHMAD 실론 125g(오렌지페코) 애플 50g, 레몬 50g, 얼 그레이
Fauchon의 애플, JACKSONS 썸머티 + 직접 구운 버터쿠키

행복한홍차
포트넘 앨더플라워&샴페인, 위타드오브첼시아 애프터눈, 가을 다즐링 , 봄 다즐링
+ 미니셸 딸기맛, 요쿠르트맛과 투유초콜릿

d백작님…?

티앙팡
JACKSONS 크리스마스티, F&M 로얄블랜드, 정체불명 네팔산 다즐링

songforyou
AHMAD 다즐링, 애플티, F&M 실론(오렌지 페코)

chibiru:님 …?

쇼펜하우어의 인생론님 …?

 

햐~ 저 다양한 홍차를 보십쇼..^^ 차야 마스터 언니께서 작은 유리병(미에로화이바)에 담아온 건 예쁘다고 좋아하셨고..
많은 홍차가 모여서 또 좋아하셨고 거기다 직접 구운 버터쿠키까지..!

잭슨스 썸머티, 위타드 오브 첼시아의 애프터눈티, 포숑 애플, 아마드 애플, 버터쿠키 등등

 

아마드 레몬 미니틴, 실론 등

 

초콜릿이 가득한 접시와 핸드메이드 버터쿠키, 편강(얇게 저민 생강에 설탕을 묻힌), F&M 다즐링 티백 등등

 

시음회 시작 전! 저 나열된 홍차들을 곧 맛볼 것이다…

 

오늘의 모임은 같은 종류의 홍차를 브랜드별로 맛보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기로 되어 있다.
이래저래 비교할 만한 동종 홍차는 다즐링과 얼그레이. 세번째는 취향껏 4종류를 골라서 진행했다. 정확히 5g씩 재서 티타이머로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며 물도 매번 새물로 금방 펄펄 끓이고 진하게 우려서 시음한다.

마시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스트레이트, 두번째는 설탕을 한스푼 넣어서, 세번째는 우유를 한스푼 첨가해서 마셔 보았다.
매번 chibiru:님이 홍차를 계량하고 NABI님은 다구를 닦느라 수고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좋은 배울 자리를 마련해주신 차야 마스터님께 감사를^^♡

 

첫번째, 다즐링 Darjeeling

갈색 주전자쪽부터 1번으로 해서,

1번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 (고급)

2번 네팔산 다즐링(수확시기, 가공법 등은 불명이나 Tippy가 많다)

3번 가을에 수확한 다즐링…그럼.. Autumnal (우기가 끝난 후에 수확한 차)?

4번 First Flush : 봄에 수확한 차

 

시음용 도구들이다. 시음용 티포트는 머그컵처럼 생겼는데 작은 구멍이 하나 있어서 그 구멍으로 홍차를 따른다. 차야에서
사용하는건 중국차용이라고 한다. (원래는 구멍이 아니라 톱니모양이라고 한다)

왼쪽은 마스터 언니께서 준비하셨다는 특별 그래뉼당(각설탕처럼 입자가 굵은 설탕)과 오른쪽은 수공예로 가장자리 구슬을
달아서 처리한 밀크서버 덮개. 둘 다 일본에서 사오셨다고.

 

티타이머로 정확히 시간을 맞춰가면서 우리고 따른다.다즐링은 잎이 커서 5분 우렸다.

 

마지막 한방울(Golden Drop)까지 따라내는 모습.

 

3번의 색깔이 진하고 그외에는 예쁜 붉은색이 난다.

 

포트의 뚜껑에 붙은 찻잎의 향을 돌려가며 음미한다. 그리고 각자의 티스푼을 닦아가며 1번부터 차례로 시음한다.

 

설탕을 한스푼씩 넣어 시음한 후, 우유를 넣어본다.

 

1,2번은 비슷한 색깔과 맛이 나고 홍차잎도 완전히 우러났다.

 

3번은 홍차잎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볼때 오래된 잎이거나 덜 우려진 것이라고 한다.

첫번째는 모두 Straight tea 였지만 이번엔 Flavery tea 중 유명한 얼그레이를 마셔봤다.

 

두번째, 얼 그레이 Earl Grey

갈색 주전자쪽부터 1번으로 해서,

1번 JACKSONS 얼그레이

2번 AHMAD 얼그레이

3번 FORTNUM&MASON 얼그레이

4번 TWININGS 얼그레이

 

두번째 시음을 위해 준비해놓은 모습. 양쪽에 보이는 티스푼으로 시음했다. 각각의 티포트 앞에는 홍차명을 적은 명패가 놓여 있다.

 

마지막 한방울(Golden Drop)까지 따라내는 모습. 얼그레이는 4분 정도 우렸다.

 

차가 너무 진해서 물을 섞기도 한다.

 

설탕을 첨가한다.

 

우유까지 섞고나니 각각의 얼그레이 맛이 달라진다. 3번은 훈연향이 강하다.

 

같은 홍차를 브랜드별로 맛본 첫번째, 두번째와 달리 세번째는 각자 마셔보고 싶었던 차들을 골랐다.

 

세번째, 취.향.대.로

갈색 주전자쪽부터 1번으로 해서,

1번 로네펠트 아이리쉬 몰트 Irish Malt

2번 JACKSONS 크리스마스티

3번 HALSSEN & LYON 우바 Uva

4번 FORTNUM&MASON ELDERFLOWER & CHAMPAGNE

 

 

마지막 한방울(Golden Drop)까지 따라내는 모습.

 

다 우린 후, 설탕을 넣고 우유도 넣는다.

 

◈ 차 시음회를 하면서 느낀 감상들…

티테이블을 멋지게 세팅하고 나니 정말 사치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행복해졌다.^^이런 때 아니면 언제 하겠는고. 귀여운 밀크서버랑 수공예덮개, 티매트, 핸드메이드 쿠키까지..!
처음엔 다즐링을 시음했다. 시음한 순서와 내역들은 Tea taste를 참고하면 되겠고…
여기선 내가 각 차에서 느낀 감상만 적어보겠다.
다즐링 4가지 종류가 모두 스트레이트, 노블렌딩이었다.
원산지에서 가져온 다즐링들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가져온 네팔산 다즐링은 네팔 티하우스라과 찍힌 봉지만 집에 있을 뿐… 수확시기, 수확부위 등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전부터 다른 사람들이 마시는 다즐링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1번 다즐링은 집에 와서야 알았지만 TGFOP라고 고급이었다.
티피가 많은데다 잎도 굵었다. 맛은 내 다즐링보다 좀 더 강하다고 할까..
더 쌉싸름한 맛이 났다.
2번 다즐링은 내가 가져간 것이었는데 호응이 좋아서 기뻤다. 다행이다.. 이상한 맛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더 가져가서 나눠줄걸. (냉동실에 꾸역꾸역 쌓였다)
3번 다즐링은 가을에 수확한 다즐링이라고 하던데.. 집에 와서 알아보니 우기가 지나서 수확한 것인가 보다. 다른 다즐링과의 차이가 확연했다. 색깔도 더 짙고 맛은 보리차+결명자랄까.. 설탕을 넣어도, 우유를 넣어도..그다지 맛있진 않았다. 그런데 3가지 다즐링과는 다른 맛이어서 이걸 즐기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
4번 다즐링은 봄에 수확한 퍼스트 플러시. 1,2번과의 차이를 잘 못 느끼겠다.
맛있는 다즐링은 설탕을 넣어도, 우유를 넣어도 맛있다는 것이 결론. 그리고 다즐링이라는 것이 약간 쌉싸름하면서 풀잎향이 난다는게 제맛인가보다.  네팔 다즐링은 맛이 순하고 고소해서 좋았다.

두번째, 얼그레이.
얼그레이는 트와이닝 티백만 마셔본지라 이것도 기대가 컸다.
1번은 얼그레이를 처음 제조했던 잭슨스답다고 할까.. 가장 무난했다.
2번은 어째 로션바른 손으로 저은 듯한-_-; 베르가못향이 좀 강했다.
다른 분들은 너무 가볍다는 표현도.
3번은 …헉, 이 훈연향은..! 아니, 얼그레이에도 랍상소총이 들어가나? 얼그레이 맛이..이럴수가..쿨럭-_-; 다들 당황해서 설탕도 넣어보고 우유도 넣어봤지만… 정로환 냄새는 도통 가시지 않는다.
4번은 트와이닝 잎차인데..티백보다 맛이 분명 다른데..음… 맛이 약한 것 같기도 하고… 대부분 잭슨스에 손을 들어 주었다.
마스터님께서 시음할때 1에서 4번 순서로 건너뛰지 말고 차례로 마셔봐야 맛을 익힐 수 있다고 하셨는데 대부분 3번은 건너뛰고 맛을 봤다.-_- NABI님은 포트넘 얼그레이 클래식은 그냥 얼그레이와 달리 맛있으니 꼭 마셔보라고 하셨다.

세번째는 비교해볼건 없고 각자 마셔보고 싶었던 것을 골랐는데 난 전부터 마셔보고 싶었던 로네펠트 아이리쉬 몰트가 기대가 컸다. 다른 분들은 단종된 앨더에 관심이 많았지만… 우바도..세계3대 홍차라니까… 잘 마셔봐야지.

와호~ 보통 크리스마스티는 의견이 분분한데..여기선 인기있었다.^^
이제 1,2번 자리는 명당자리고 3번 자리엔 이상한 차만 온다는 소리까지..훗
난 전에 마셔본대로 크리스마스티랑 초콜릿을 함께 마시면 궁합이 좋다고 권했고 초콜릿 남은걸 쪼개가며 같이 마셔보니.. 정말 맛있다.ㅠ.ㅠ 특히 songforyou님이 크리스마스티에 푹 빠지셨다는…  도대체 크리스마스티의 어디서 십전대보탕 맛이 난다는 것이여.. 이렇게 맛있는걸. 차야 마스터께서 “왜 크리스마스티라는 시즌티 이름이 붙을까?”라고 하셨다. 음… 굳이 크리스마스 때 마셔야 하는 걸까? 계피가 들어가서 겨울에 어울리는데다 정향(클로브)와 오렌지향도 겨울에 잘 어울리는 듯.

세 차례 차 시음회가 끝났다.
아무리 티스푼으로 맛을 본다지만 5g을 진하게 우린 홍차를 자꾸 마시다 보니.. 카페인에 약한 난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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