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타트

사실 이 전에 슈크림을 만들어 봤는데
워낙 좋아하는 것이면서도 잘 부풀릴 자신이 없어서
한 번도 안 해보다가 새 오븐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에 시도하고는 대실패-_-;;
슈 반죽을 짜주머니에 넣고 짜다가 주머니가 터져서
급히 스푼으로 대충 팬에 떠올렸더니 슈가 부풀지도 않고
밀가루맛만 나고 커스터드 크림은 2컵은 되게 많이 남음.
커스터드 크림도 덩이지고 체로 걸러봤으나 제대로 식히지 않아서 금방 상할 거 같고
설탕도 10g쯤 줄여서 넣어서 맛도 싱겁고… 미치겠다.
그래서 남은 커스터드 크림을 어떻게 한 번에 없앨까 고민하다가
타트를 만들려고 했는데 우띠, 아몬드 크림이나 생크림으로 하는 건 많은데
커스터드 크림을 넣고 할 만한 게 도통 눈에 안 띄는 것이다.
복숭아가 젤 만만해보여서 하게 되었는데
황도 통조림을 사기는 아깝고 복숭아 중 제일 물렁거리는 걸 골라서 졸인 후 채우기로 결정했다.
한 번에 조금씩 여러 번 먹기 편하게 하려고 13cm 미니팬에 구운 걸 4등분 해서
올려놓고 찍었더니 옆에 있는 쿠키가 더 눈에 띄네.-_-;;;;

이 레시피는 내가 멋대로 남은 재료를 활용하면서 만든 거라서
타트만 제대로 되면 나머지는 대충 만들어져도 먹을 만해진달까?
너무 분량이나 그런데 치중하지 않아도 되긴 하는데 커스터드 크림은 미완이다.

[재료; (아마도) 18cm 파이틀 1개 분량]
-타트 생지-
박력분 100g, 가염버터 50g, 냉수 2T 정도

-커스터드 크림-
1컵 정도. 만드는 법은 알아서 대충-_-;

-복숭아 필링-
복숭아 1개, 레몬즙 1/2T, 설탕 1T, 무염버터 1T

애플파이 레시피를 참고해서
윗부분이 오픈된 타트라서 반죽은 대충 반으로 줄여서 만들었다.
파이 생지 만드는 과정샷도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되고
이번엔 소금과 무염버터 대신 그냥 가염버터를 써버렸다.

[타트 생지 만드는 법]
1. 박력분과 버터는 냉장고에 냉장해두면 좋다.
2. 볼에 박력분과 소금을 함께 체친다.
3. ②의 볼에 냉장해둔 차가운 버터를 넣고 손끝으로 녹지 않게 비벼주거나
스크래퍼로 잘게 쪼개거나 믹서기로 갈아서 보슬보슬 섞어 소보루 상태로 만든다.
4. 중심에 찬물 1큰술 정도를 넣고 가운데서부터 뭉치면서
물을 더 추가하는데 난 2큰술 좀 넘게 들어갔다.
5. 반죽은 버터가 녹지 않도록 너무 주무르지 말고
질지 않게 대충 뭉쳐지는 정도까지만 한다.
냉장고에 30분 이상 휴지한다. 난 1시간 반 했음.
6. 바삭한 층을 원한다면 휴지 후 꺼내서 길게 밀어서 3단으로 접고
다시 30분 정도 냉장한다.
난 반죽이 아주 차갑고 단단하길래 밀방망이로 살살 두들겨 펴서 3절 접기를 하고
또 접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복숭아 필링 만드는 법]
애플파이 필링과 동일하다. 복숭아 통조림이 있으면 물기를 빼고
설탕 좀 더 넣고 졸여준 다음 사용하면 될 것 같다.

20050908_peach_tart01

1. 복숭아는 5mm 정도 두께로 슬라이스 해서
소스팬에 설탕과 버터, 레몬즙 혹은 리큐르 종류를 같이 넣고
약불에서 10분간 졸인다.
난 워낙 물렁이는 복숭아로 해서 레몬즙은 안 넣어도 됐던 것 같다.
뭔가 잘 어울리는 리큐르가 있었으면 해볼 텐데.

20050908_peach_tart02

2. 약불에 10분쯤 졸인 후 그대로 식힌다.
흠.. 설탕, 버터랑 같이 넣고 졸이니까 색이 붉어진다.
사과와 달리 복숭아는 유난히 더 물컹거리는 거 같다.
단단하고 맛없는 복숭아 처치할 때 이 타트를 만들면 좋을 것 같네.

3. 냉장해뒀던 타트 생지를 꺼내서 3mm 정도 두께로 민다.

20050908_peach_tart03

4. 유지류를 발라둔 파이팬에 반죽을 얹고 모양을 잡아준 다음
포크로 피케해준다.
이번에는 가장자리도 제대로 자르고 버터가 녹아서 질척이자
냉장고에 살짝 넣어주기도 했다.

20050908_peach_tart04

5. 반죽을 얹은 후 구울 때 밑판이 부풀어오르지 않도록
유산지나 은박지를 깔고 그 위에 마른 콩을 채운다.
사진의 은색 알갱이는 일본에서 사온 타트 스톤.
서양 요리책이나 사이트 보면 베이킹 빈이라고 세라믹 재질로 된 것도 있다.
국내 요리책엔 마른콩을 채우라지만 저렇게 구워서 쓴 콩은 이후에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한 번 씻어둔 콩은 물기도 있을 것 같고 타트를 자주 굽는 것도 아니고
필링을 바로 채워서 굽자니 시트가 질척이는 게 싫고..하던 중
일본 요리책을 보니 타트에 뭔 금속 돌멩이 같은 걸 채우는 것이 아닌가?
일본에 가면 분명 저것도 팔 거라고 꼭 사오겠다고 벼르고는… 사왔지롱. 하하
한 봉지에 300g씩 들어있는데 그거 2봉지랑 이것저것 샀다가 넘 무거워져서
그날 발목이 붓고 고생을 했더랬지. 나중엔 들고다니기 힘들어서 소포로 부쳤고.
그래도 부탁하기도 애매한 물건이라 잘 사왔다고 생각한다.^^
아참, 저 돌, 이날 처음 사용하는 거라서 알미늄 냄새 때문에 씻었는데
좀 젖은 채로 유산지 위에 올려놓고 굽는 바람에 반죽이 유산지에 늘러붙더라구.ㅠ.ㅜ
그냥 은박지를 위에 깔고 사용하는 게 안전할 듯.

6. 예열했던 오븐에 180도로 10~15분 정도 구워준다.

20050908_peach_tart05

7. 다 구워진 시트는 식힌 후 커스터드 크림을 채우는데
오븐 식기 전에 다 처리하려고 그냥 급히 발라버렸다.
돌멩이를 얹은 건데도 밑판이 확 부풀고 옆구리도 저리 통통하게..
많이 연습해봐야 모양이 잘 날 듯.

20050908_peach_tart06

8. 복숭아 필링을 얹는다.
흠..여기까지는 꽤 괜찮아보이는데 문제는 여전히 커스터드 크림이 많이 남아서…

20050908_peach_tart07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겉에도 다 발랐다는 거지.
딱 파이팬 높이 정도까지 채우고 싶었지만 다 소진해야 해서 요 모양이 되었다.
그래도 다시 굽는 거니까 커스터드 크림도 밀가루맛 덜 나고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나?
반죽을 얇게 밀었더니 좀 남아서 브리오쉬 틀에도 넣어서 타르틀렛처럼 만들었다.

20050908_peach_tart08

190도로 온도를 올려서 20분 구웠던가…? 앗 기억이..-_-a
그 정도 굽다가 막판에 색깔 봐서 별로면 좀 더 굽거나
좀 있다가 꺼내면 될 거 같다.
한참 온도 올라가서 익으면 커스터드 크림이 끓으면서
오븐 내부에 자잘한 물방울이 튀면서 부풀어 오른다.
철망에 식힌 후 냉장고에 넣고 더 식힌 후 먹었는데
으흠, 커스터드 크림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서 그렇지 괜찮네.
그리고 커스터드 크림 싱거운 줄 알았는데 식으니 달게 느껴진다.
시트가 살짝 바삭한 게 마음에 들었음.
미리 구울 때 저 돌만 안 젖어있었어도 좀더 나았을 텐데.
커스터드 크림 양이 적당하고 복숭아도 많아서 겉에서도 빨갛게 잘 보이게 놨으면
모양도 이쁘고 좋았을텐데 속도 넘 물컹거려서 부드러운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점이 좀 아쉽다.
달콤하고 말랑거려서 식후 디저트로 좋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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