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파이와 스파이스 차이



10월 3일
밀크티를 마시려는데… 좋은 스트레이트들을 쓰기는 아깝고
아삼을 개봉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립톤 옐로라벨 티백을 또 썼다.
그리고 이번에 사온 팔각도 써봤다.
팔각… 향이 너무너무 맘에 든다. 나만 그런진 몰라도
어릴 때 맡아봤던 굉장히 익숙한 향인데…했는데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그게 바로 젤리빈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검은색의 것이라는 걸.
난 이 향을 너무 좋아했거든….

이 스파이스 차이엔 립톤 옐로라벨 티백 3개(6g)를 이용했다.
눈금이 그려진 법랑 밀크팬에
카르다몸 7개 껍질 까서 넣고, 정향 2개, 팔각 1/8조각이랑 씨앗 한 알,
시나몬스틱 반토막 그리고 물 200ml를 붓고 끓였다.
물이 끓자 찻잎 넣고 1분 우리고
우유를… 대충 450~500ml 선까지 맘에 드는 색깔이 나오는 정도로 부었다.
우유가 정확히 몇 ml가 들어가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쭉 부었음.

홍차가 너무 진하게 우러날까봐 스트레이트 우리듯이 1분 우린 건데
좀더 우려야 홍차맛이 살아날 거 같다.
사실 밀크티를 혼자 500ml나 마시기에는 배불러서 찻잎을 많이 넣되
살짝 우린 건데 말이다.
향도 약하네..흠.. 팔각향이 아주 약하게 나서 더 넣어봐야겠다.
그래도 뒷맛이 뭔가 개운한 느낌이라 그게 팔각의 효과는 아닐까도 싶고.
아니면 평소처럼 향신료들을 미니절구에 갈아서 넣지 않아서 향이 약할 수도 있겠다.

10월 2일
드롱기 쿠킹클래스에서 배운 호두파이를 실습해봤다.
더 일찍 해보려고 했는데 쇼핑몰에서 호두가 잘못 와서 다시 오고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실수로 배송된 호두 그냥 쓰기로 했고…;;
평소에 늘 베이킹하면서 하나둘씩 바꾸는 게 많아서 정말 레시피를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중력분이 없어서 박력분으로 했다. 훔냐

집에 18cm 파이팬이랑 24cm 타트팬이 있다.
어디에 맞추는 게 좋을까 하다가 반죽이 남느니
얇게 밀거나 모자란 걸 우겨붙이면 되겠지
호두도 더 넣으면 되겠지 하고 24cm 타트팬을 선택했다.
파이랑 타트의 차이가 뭐냐고?
으음, 내가 지금까지 파악해서 말할 수 있는 것으로는…
(틀릴 수도 있다. 그런 건 자게에 지적해주시길)
pie는 밀가루반죽(파이껍질)을 만들어 소를 채운 것의 총칭으로 영국식 표현이고
tart도 파이와 비슷하지만 위에 뚜껑을 덮지 않고-_-
커스터드 크림이나 그외 단것으로 채워서 구운 디저트용이 많은 거 같다.
고기나 식사류가 될 만한 것을 채우면 키슈라고 할 수 있겠고…
타르트라고 많이 알려졌지만 외래어표기법에 맞춰서 그냥 계속 타트라고 칭하겠다.

이 레시피는 함부로 옮기면 안 될 거 같아서 비밀~
다음에 내가 다른 걸로 시도해보고 결론이 나면 맘에 드는 걸로 공개하겠다.
하여튼 밀가루에 버터를 쪼개다보니..아차, 소금을 깜빡했다.
그래서 결국 찬물 52g에 소금을 넣어 녹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시 버터 쪼개서 섞다가 뭉치는 감이 있어서 얼른 냉장고에 다시 넣어서 휴지시켜줬다.
그리고 나서 다시 더 쪼개고 소금물을 3/4쯤 섞는데 반죽이 질어지네?
쿠킹클래스에서는 반죽이 되다못해 막 쪼개졌는데
레시피 잘 안 지키는 내가 g 정확히 해서 했는데도.. 질어진당.
1시간 정도 휴지시키고 나서 도마 대신 그냥 반죽 넣었던 봉지를 찢어서
강력분 뿌리고 밀대로 밀었더니 좀 얌전해진다.
반죽이 너무 많다… 이걸 다 타트팬에 깔란 거였을까
나눠서 쓰란 거였을까, 설마 2인분이었던 걸까?
집에 타르틀렛 2개랑 브리오쉬틀 2개가 있어서 급한대로 그것도 썼다.
필링 남으면 더 채워서 미니 호두파이 만드는 거고
안 되면 구워뒀다가 다른데 써도 되니까.


일단 제일 이쁘게 매만진 파이는 유산지 깔고 타트 스톤까지 채워서
180도에서 10분 구워줬다.
타트 종류들 보면 필링이랑 같이 오래 굽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애플파이를 해본 경험으로도 그렇고
파이껍질이 좀더 바삭하길 원한다면 초벌구이처럼 시트를 먼저 좀 익혀주면
필링이 파이껍질에 스며서 질척이는 게 덜해진다.


굽는 동안 봤는데 바닥이 부풀락 말락하다가 누름돌에 못이겨서 부풀지 못하고
얌전히 구워지긴 했다만… 좀 덜 익은 느낌.
기름이 배어서 바닥이 비쳐보이고… 바닥을 넘 얇게 밀었나?
근데 타르트팬 높이도 생각해보면 파이지보다 필링이 듬뿍 든게 좋아서
제대로 민 거 같은데…


결국 필링도 남아서 미니 호두파이 4개를 더 만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설거지하고 정리하면서 딴짓하다가
은박지도 안 덮어주고 좀 더 익혀버린 감도 있어서
큰 호두파이는 열선 지나가는 자리가 꼬슬리고
미니 호두파이들은 겉이 다 타서 갉아내고 먹었다.-_-;;;


호두는 사실 정 레시피보다 더 넣었다…
원래 레시피는 21cm 1개분인데
난 24cm를 사용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할 거 같아서 그랬는데
별로 안 두툼하다.. 3cm 높이는 되어야 할 거 같음.
내건 틀 높이가 2cm라서… 그냥 18cm 파이팬에 할 걸 그랬네.
그럼 가장자리를 다듬을 수 있어서 파이껍질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탄 것도 꽤 맛있었지만 그나마 정성들여서 만든 큰 호두파이는 아주 굿~이었다.
1시간 식히고 먹은 것도 맛있었지만
다음날 오전에 홍차랑 먹으니…크윽!T^T
호두가 듬뿍 와작와작 씹히니 사치스러운 기분도 들고 맛도 좋다.
아참, 호두는 미리 볶아서 넣었는데 그래서인지 기름 쩐내 같은 거나
아린 맛 같은 것도 없고 고소하니 넘 좋았다만….
이상하게 어머니께서는 꼭 이거 먹고나면 갈증 난다고 더 이상 안 드셔서
나머지는 내가 다 먹었다는-_-a
집에 있는 요리책이랑 비교해보니 물엿양이 좀 다르네.
지금까지 먹었던 견과류 타트로는 페코티룸의 피칸타트가 젤 두툼하고
너무 달지 않고 맛있었는데 다음에 시도해볼 땐 파이껍질과 필링의 두께 조절하고
필링의 당도도 고려해봐야겠다.
그래도 한 판 사먹기 힘든 건데 2/3를 3일에 걸쳐서 다 먹다니 뿌듯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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