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랑 초콜릿이 숭숭 박힌 톨하우스 쿠키

보통 못난이 쿠키, 초코칩 쿠키로 유명한 이 쿠키에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우리 집에는 어머니께서 80년대에 방판으로 구입한 요리책 6권이 있다.
한국요리 3권, 서양요리 3권인데 정말 별별 요리가 다 나와있다.
어느 정도냐면 일식, 중식, 양식에 각종 파티요리, 도시락, 칵테일, 서양식사 에티켓,
그릇 가이드 등 탐나는 정보가 그득한데다
요리 과정샷도 충실하고 조리시간이나 팁, 메모까지 잘 나와있어서
내가 무척 탐내고 있지만…. 어머니는 아무한테도 안 주신댄다.-_-;;;
어릴 땐 동생이랑 사진보는 재미로 봤는데
지금 보면 어떻게 이런 요리책이 80년대에 나왔나 싶을 정도다.
이 요리책은 편집방식을 보면 아무래도 일본에서 만든 것을 번역한 것 같다.

어쨌든 거기 서양요리 3권에 톨하우스 쿠키(Tollhouse Cookie)라는게 있는데
이게 바로 호두랑 초콜릿이 들어간 초코칩 쿠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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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요리책을 찍어 봤다.
오른쪽 페이지엔 톨하우스 쿠키랑 오트밀 쿠키 사진,
쿠키 재료랑 재료사진, 조리시간, 팁 등이 표시돼 있다.
왼쪽엔 충실한 과정샷과 설명.
한식은 몇몇 중요한 요리에만 과정샷이 있고 대부분 레시피만 있지만
(국내에서 만들어서 그렇겠지)
양식 3권은 대부분의 요리에 과정샷이 나와있다.

왜 이름을 톨하우스라고 붙였을까 싶어서 검색해 봤다.
제과제빵에서 못난이 쿠키, 체크쿠키 이렇게 부르는 것들이
원래 이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재미있기도 하고
이런 건 좀 알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톨하우스 쿠키의 유래는 워낙 유명해서 성공사례, 이런 데도 많이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1930년의 어느 날, 미국 매사추세츠주 휘트먼 마을 톨하우스 식당의 주인이자 요리사였던
루스 웨이크필드는 당시 가장 인기있던 버터초콜릿쿠키를 굽고 있었다.
이 쿠키는 초콜릿을 녹여 과자 반죽과 한데 섞은 뒤 철판에 구워 만들었는데
그날따라 루스는 너무 바빠서 초콜릿을 녹일 겨를이 없어서
초콜릿을 손으로 대강 부순 다음 반죽에 그냥 털어넣었다.
오븐에 구우면 초콜릿도 함께 녹아서 반죽에 섞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운 후에도 초콜릿이 덩어리째 숭숭 박혀 있었던 것이다.
실망한 루스는 그 실패한 쿠키를 손님들과 함께 맛보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쿠키는 기막히게 맛있었고 루스의 초콜릿칩쿠키는 금방 유명해졌다.
당시 유명제과회사인 네슬레에서는 동부지역에서 갑자기 초콜릿이 많이 팔리길래
알아보니 루스 때문이었던 것이다.
루스의 부탁으로 네슬레는 초콜릿을 잘게 부수기 쉽도록
초콜릿에 자르는 선을 새겨넣기로 했다가 몇 년 뒤인 1939년에는
아예 초콜릿칩 제품을 선보이면서 루스의 톨하우스 쿠키 상표권을 사들였다고 한다.

아항, 그래서 톨하우스로 검색하면 네슬레 톨하우스 쿠키가 등장하는구나 싶었다.
그럼 정말 이 책의 레시피대로 제대로 구워서 그 맛을 즐겨봐야하지 않겠는고!
책에 나온 건 쿠키 50~60개 분량의 레시피지만
컨벡스 오븐으로 한 번 굽고 끝내게 양을 딱 반으로 줄여서 구웠다.
24개 정도 나오면 실온에 보관하면서 먹는데 보통 2~3일 걸린다.
난 이런 드롭쿠키 구울 땐 핸드믹서를 안 쓰고 그냥 다 나무주걱으로 저어서 만드는데
설거지거리가 적게 나와서 편하당.

[재료 : 지름 5~6cm 쿠키 24개분, 컨벡스 오븐 2판 1회 굽는 분량]
쇼트닝 40g(쇼트닝으로 하면 더 바삭하겠지만 건강을 위해 무염버터로 대체했음)
흑설탕 60g
달걀 1/2개(계란 1개를 풀어서 반만 사용)
박력분 90g
베이킹파우더 1/4ts
베이킹소다 1/4ts
호두 25~30g(호두 분태를 미리 굽거나 볶아서 사용하면 더 고소함. 30g 사용했음)
세미스위트초콜릿칩 50~60g(달 거 같아서 40g만 사용했음)

[만드는 법]
1. 버터는 스텐볼에 계량해 실온에 30분~1시간쯤 그리고 계란도 실온에
1시간쯤 꺼내놓는다.
다른 볼에는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베이킹소다를 함께 체쳐둔다.
2. 말랑해진 버터를 나무주걱으로 이겨서 매끈한 크림상태로 만들어 둔다.
3. 흑설탕을 나눠넣으며 주걱으로 버터랑 섞어준다.
설탕의 서걱거리는 느낌이 사라질 때까지 크리밍하면 된다.
4. ③에 계란을 두 번정도 나눠서 넣고 잘 섞어준다. 걸쭉한 곤죽상태가 된다.
5. 체쳐둔 가루류를 볼에 체쳐서 넣고 초코칩과 호두를 넣고
나무주걱과 알뜰주걱으로 자르듯이 재빨리 잘 섞는다.
6. 오븐은 180도로 컨벡션 모드로 10분 예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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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오븐팬 2개에 티스푼 2개로 지름 3~4cm 정도의 쿠키 24개가 되도록
소복하게 떠올린다.
소다가 들어가서 굽고나면 옆으로 퍼지므로 소복하게 작게 떠올리면 되며
포크 등으로 모양을 살짝 잡아줘도 된다.
8. 10분 동안 팬닝한 후 예열이 끝난 오븐에 쿠키팬을 넣고 10분 굽는다.
9. 10분 후, 위아래 팬을 서로 바꿔주고 문앞쪽과 뒷쪽도 바꿔서 넣은 후
상태를 봐서 3분쯤 더 굽는다.

난 온도 다이얼이 170도쯤으로 살짝 빗겨가 있어서 5분 더 구웠다.
오븐에 따라 구워지는 상태가 다르니까 책에는 170도에 10~15분 구우랬는데
정해진 시간의 3/4쯤까지 굽고 상태 봐서 위치도 바꾸고 더 굽거나 그만 끝내거나 한다.
쿠키를 구울 때 컨벡션 모드로 구우면 훨씬 더 바삭한 거 같은데
대신 윗판이 잘 탄다. 그래서 중간에 팬 위치를 한 번 바꿔줘야 되더라고.
초코칩 줄인 건 잘 한 거 같고 호두는 10g쯤 더 넣어도 됐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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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고 호두 알갱이와 달콤한 초코칩이 씹히는 두툼한 쿠키 완성.
컨벡스 오븐의 철망 하나를 꺼내서 뒤집은 후 식힘망으로 썼다.
사각식힘망 안 사도 되니까 너무 좋다~
충분히 식힌 후 락앤락에 넣으면 2~3일 동안 간간히 꺼내먹을 간식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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