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kur Tee Spezial

예전에 내 홈에 자주 와주시는 실론t님께서 보내주신 터키 홍차이다.
포장지에는 순 터키어 내지는 독일어처럼 보이는 낯선 글씨만 가득해서
어떤 홍차인지 추측할 순 없으나
눈에 띄는 글씨만으로 추측컨대
리제 홍차 500g인데 스페셜티- 뭐 이런 것 같다.
한달 전엔가 차야에 가서 개봉했는데
보통 홍차 우리듯이 우렸더니 맛이 굉장히 연하면서도 나뭇잎 냄새가 났던 게 기억나는데
차야와 수질이 다른 집에서 우리면 어떨까 해서
마침 어제 야근해서 오늘 외출도 못하겠다-_-;
집에서 터키 홍차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평소라면 400ml에 4g 정도 우리는데
오늘은 5g 정도를 400ml에 3분 우렸다.
BOP급이라 대충 2분 30초가 맞을 것 같지만
너무 진한건 좀 그렇고 평소 우리던 것보다 좀더 진하게 우려서
희석을 시켜서라도 마셔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다 우리고 따르는데 확 끼쳐오는 한약 비스무리한 나무 냄새..
진하게 우린건가, 우리집 물 때문인가 저번이랑은 느낌이 다르네?
누가 터키 수질에 대해 알면 좀 알려주~
어쨌든 확 풍기는 냄새가 싫지만은 않은데 맛은 과연…

갈색빛이 도는 적동색이랄까, 구릿빛이 돈다.
BOP급이라 부스러기가 찻잔 아래에 가라앉네.
2/3잔 정도를 스트레이트로 마셔본다.
맛은… 그다지 진하지 않군. 순한건가, 잘못 우린건가?
낙엽을 우려마시는 느낌같이 싱그러움이라기보다 그윽한 가을 느낌이다.
계절을 잘못 선택해서 개봉했구랴.
그런데 첫맛은 그렇고 뒷맛이…어랏, 이거 상당히 낯익은데 하고
머리를 굴리다가 떠오른 알갱이들은….! 결명자.-0-;
집에서 식수로 마시는 결명자차 맛이잖아. 뒷맛이 결명자라..
약간 미역 우려마시는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결명자가 더 지배적이다.
그래도 나무 우려마시는 느낌이 드는 일부 다즐링들보다는 낫네.

두 번째 잔을 따라서 설탕을 한 스푼 넣어본다.
설탕을 넣자 확 나무향이 풍긴다. 흠..설탕을 넣으니 순간 향이 진해진다?
한 스푼으로는 뭔가 안어울리는 듯하고 맛이 안난다.
한 스푼 더 넣자 설탕맛이 강하긴 하지만 괜찮네.
요즘 아침에는 설탕을 두세 스푼 넣어서 밀크티를 해마시다보니
설탕맛으로 홍차를 마시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설탕까지는…나쁘지 않고
우유를 넣어본다.
어, 우유도 꽤 괜찮네. 밀크티용으로 낙찰.
다음에는 팬에 차이 만들듯이 해보고
실론t님께서 보내주신 시나몬스틱도 사용해봐야지. 후후후
(과연 시간이 날까…)
이렇게 해서 세 잔 정도를 배부르게 마시면서
과자를 먹었더니
아점 먹고 허기진 배가 절로 채워지는구나.

2004년 12월 22일 재시도
5g 정도를 400ml에 3분 우린 건 같지만
우리는 방법을 바꿔봤다.
바로 터키 2단 포트를 흉내낸 것!
밑에는 큼직한 스텐레스 주전자,
주전자 위에 찜통용 삼발이를 얹고
그 위에 찻잎을 넣은 예나글래스 내열유리포트를 얹었다.
스텐레스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 자동적으로 위에 있는 예나글래스 포트의
찻잎이 쪄지는 효과를 내고 동시에 포트 예열도 된다.
물이 다 끓은 후, 예나글래스 포트에 끓은 물을 붓고 3분 우리는 거다.
그리고 다 우러난 홍차는 걸러서 스칸돌렛 포트에 담아두고 마셨다.
그렇게 우렸는데도 그다지 진한 것 같진 않고
저번과 달리 뭔가 좀더 쑥냄새 같은 것도 나고
맛이 달라진 것 같다.
결론은..마음에 든다는 것.
터키 홍차는 살짝 쪄(?) 주어야 하는가 보네.
각설탕 2개를 넣으니 꽤 괜찮다.
나무향은 덜해지고 풀냄새 같은 것만 살짝 나는 정도로
너무 진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2005년 1월 24일 시도
터키 홍차를 마셔야겠고 주전자를 위에 얹는 건 귀찮았다.
어떻게 할까.. 그런데 어머니께서 스텐레스 주전자에 커피물을 끓이고 남은 온수가 있네.
평소에 내열유리 주전자에 물을 끓인 후 찻잎을 우릴 티포트에
온수를 약간 부어 예열하고 나서 찻잎 넣고 온수를 부어왔는데
이번에는 내열유리 주전자에 물을 끓일 동안
준비된 온수로 웨지우드 티포트를 예열하기로 했다.
주전자의 물이 끓을 무렵 티포트를 만져보니 평소보다 무척 뜨겁게 예열되어 있었다.
오호라, 이 상태에 찻잎을 넣어두면 또 살짝 쪄지겠군.
찻잎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물이 끓은 다음 뚜껑을 열고 온수를 부은 후 우려서 걸러마셨다.
참, 찻잎은 아마도 6g 정도… 400ml에 2분 우렸다.
맛을 보니 이번 홍차가 지금까지 중에 젤 진하다.
그런데 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감칠맛 난다고 해야하나…
두 번째잔까지 스트레이트로 마셨다.
그리고 설탕을 두 스푼 넣었는데 이태원 터키 음식점에서 맛본
그 홍차까지는 아니겠지만…달달한 설탕맛이 잘 느껴지는^^;
터키 홍차로 손색이 없다…
너무 연해서 맹맹하지도 않고(처음의 결명자맛도 아님)
이 정도 진하기면 나한테 딱 맞고…진하면 온수로 희석하면 되니까…
앞으론 티포트 예열을 잘 해서 살짝 쪄주고 우리면 될 것 같다.
주전자 위에 삼발이 놓고 우리는 번거로움은 이제 해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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