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하라주쿠 – 메이지진구
크리스티에 거의 2시간 넘게 뭉개다가 공기가 안 좋아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그래도 계속 앉아서 수첩도 정리할 순 있겠지만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면 그럴 순 없겠지.
다케시타도리를 나와서 대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스누피 타운이라는 유명한 캐릭터 상점이 보인다.
스누피에 관심 있으면 꼭 가보면 좋을 테고, 난 일단 패스.
이 가게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진구바시라고
메이지진구와 연결되는 다리가 나온다.
그리고 이 다리 위가 바로 코스프레어들이 진을 치는 곳으로 유명한 곳.
原宿 (Harazuku) 明治神宮 (Meiji Jingu) 메이지 신궁
일단 신궁도 신궁이지만 저런 울창한 숲길을 도심에서 산책할 수 있다니
정말 부럽고도 샘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라주쿠까지 왔고 달리 근처 어디 유적지를 구경하기도 애매하고…
어쩔 수 없이 구경은 하지만 속은 쓰리네.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저런 문이 도리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새가 영혼을 하늘까지 전달한다는 신앙이 있어서
하늘 천(天)자를 형상화한 기둥 문을 만들어 새가 그 위에 앉아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라네.
여기건 유난히도 큰 오도리이다.
자박자박 발에 밟히는 자잘한 자갈들을 밟으며 싱그런 녹음을 만끽하며 걸어들어갔다.
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빠지면 기념품 가게와 문화관 등이 나온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지.
안에 들어가서 일본풍 손수건도 사고
입구 옆에 있는 이런 차 파는 아줌마도 구경하고
사진엔 안 나왔지만 왼쪽엔 젓가락 장인이 그 자리에서 젓가락을 만들고 있다.
차는 그 자리에서 시음하고 살 수 있게 되어있던데
난 어차피 교토에 가서 살 생각이어서 그냥 패스.
기념품 가게를 나와서 또 가다보면 오른쪽에 웬 술통들이 가득히 있다.
나중에 책을 보고 알았는데 180개나 된다고 한다.
일본 전통 술을 담는 통으로 에도 시대에 술을 운반하면서
상하지 않도록 새끼줄로 통을 감싸고
다른 술과 섞이지 않도록 상표를 표시하면서 저런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멋스럽다고 술집이나 신사에 장식물로 많이 쓰인다네.
메이지진구의 진짜 볼거리가 본관보다 메이지진구교엔이라고 하길래
3시쯤이었는데…입장료가 500엔이나 하지만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마침 6월은 붓꽃이 한창일 때라고 하니까.
표가 붓꽃 모양이당~
메이지 천황이 황태후를 위해 지었다는 다실, 카쿠운테이다.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어 있고 소박하게 지어진 다실인데
이 다실의 경치가 얼마나 좋냐면
좀더 내려가서 나오는 메이지 천황이 애용했다는 낚시터
오츠리다이가 한 눈에 보인다는 사실.
오츠리다이는 산세의 흐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웅장한 자연미가 느껴지면서도
소박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김장무 만한 잉어들이 노닐고 있다.
그러고 보니 도쿄의 유명한 다른 정원도 많은데…. 여기라도 봤으니 만족해야지.
낚시터를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붓꽃밭이 길게 펼쳐진다.
난 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건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네.
그래도 밭을 메울 정도로 이렇게나 가득하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고
꽃이 심어져 있는 밭의 각 구역을 나눈 거나 작은 도랑 등에 흐르는 깨끗한 물…
구석구석 무척 정성들여 관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엔의 백미인 낚시터와 붓꽃밭을 지나면 끝에는
키요마사이도라는 작은 물웅덩이가 나온다.
에도 시대 때 만들어진 곳이라는데 가라앉는 방법이 특이하고 좋은 물이라서 유명했다고 한다.
본관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마당이 나온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나무를 보고 참 크네…했는데
집에 와서 책을 보니 메이지 천황과 쇼우켄 황태후를 상징하는 나무라고 한다.
오미쿠지는 알지만 이 나무판 이름은 몰랐는데 집에 와보고야
에마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이 집처럼 생긴 나무판에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으면 이뤄진다고들 하지.
슥 들여다 보니… 일본어 외에도 영어, 한국어로 써있는 패들이 보인다.
가족들 잘 되고 애들 입학 어쩌구 .. 하고 써있는 걸 보고 한숨이 나왔다.
한국인이면… 이 메이지진구가 뭔지 알면 여기 들어오는 것도 좀 그렇지만
에마에 소원을 빌면 어쩌냐고.-_-+
슬슬 나오는데 웬 궁도복을 입은 사람들이 활을 매고 지나간다.
그렇잖아도 하라주쿠 역에서도 보고 뭐 하는 건가 했는데
메이지진구 안내 팜플렛 보니 이 메이지진구 북쪽 끝에 궁도장이 있더라구.
엄청 크고 울창한 나무와 산책로, 본전도 모두 잘 보존돼 있어서
도심 속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궁을 보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우리나라도 경복궁이 무척 거대했는데… 다 너네때문에 줄어들고 타고 그랬잖아.-_-+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생활상으로는 크게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문화재를 관리하는 모습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일본도 우리처럼 외침으로 소실되고 그래봤으면 또 모르지만.
4시 50분쯤 메이지진구에서 나왔다.
근처에 요요기 공원도 있고 메이지진구 자체만도 더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게 정말 아쉬울 뿐이다.
하라주쿠의 코스프레가 유명하다는데
그다지 지켜봐야할 만큼 규모가 크고 재미있는 것 같진 않다.
그나마 주말이라 이 정도가 아닌가 싶은데 평일엔 어떨런지.
다들 옷은 뭔가로 갈아입고는 있는데 다 내가 모르는 캐릭터이고
죽치고 앉아서 담배 피우고 수다떨면서 자기들끼리 놀고
몇몇 코스프레어만 포즈를 취하니까
사방에서 남자들이 몰려서 좋은 디카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심지어 외국인도..;;
몇몇 여자들은 그걸 즐기는 것 같고
이상한 여장 코스프레를 한 남자는 익명성에 묻혀 같이 노는 걸 즐기는 것 같고
(외국에 오면 날 아는 사람이 없으니 대담해진다)
입술에 이쑤시개를 꽂은 피어싱을 한 사람도 있고
어쨌든 특이한 모습들은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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