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캐러밴

예전에…(좀 됐는데) 홍차사랑님께 받은 홍차.
차 전문샵에서 소분해서 파는 홍차였는데
밀봉이 된 것이 아니라 얼른 소진했어야 했지만…
랍상 계열을 잘 마시기는 해도 막 마시고 싶어진다거나 할 만큼
매니아는 아닌지라 언제 한 번 개봉했다가 위타드 랍상 다 마신 후에
그 통에 넣어놨는데… 마시기 적당한 날 찾다가 자꾸 까먹은 거 같다.
아마 위타드 랍상 다 마신 시기를 알아내면 대강 개봉시기를 알 수 있을 듯.-_-a
하여튼 랍상 계열은… 그 그윽한 훈연향과 맛 때문에
좀 가라앉는 기분이 들게 하다보니
날씨가 맑은 날보다 좀 흐릿하거나 비오는 날 진가를 발휘하더라고.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비가 퍼붓더니 천둥 번개까지 치네.
슬프지만 좀 뽀송뽀송한 날을 기약하며..
이 우울감을 달래볼까 하고 러시안 캐러밴을 꺼냈다.
5g을 420ml 정도에 4분 우렸다.
BOP치고는 좀 크고 빨간 꽃잎 같은 것이 블렌딩되어 있다.
랍상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훈연향…
날이 날인지라 금세 진하게 우러나고
맛이 좀 떫고 텁텁하네… 다음엔 30초 줄여서 우려봐야지.
첫잔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데
랍상은 정로환향이 넘 진해서 차맛보다 향에 취해서 마셨던 거 같은데
러시안 캐러밴은 훈연향은 그보다 약하고 차맛이 좀 진한 듯.
스트레이트는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서 설탕을 2스푼 듬뿍 넣었다.
참, 내 티스푼은 좀 크니까 통상적인 우리나라 티스푼(데미태스용 스푼)으론
3스푼쯤 될 거 같다. 하여튼 그렇게 넣으니까 캐러멜 맛이 진하게 풍기면서
잘 어울리는 것이다.
모든 홍차에 설탕이 어울리는 게 아니거든…. 어떤 건 스트레이트는 맛있다가
설탕을 넣으면 묘하게 맛의 균형이 와락 깨지면서 이상해지는 것도 있다.
흠흠, 캐러멜.. 좋았어.. 1스푼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단거 귀신인 나한테는
캐러멜맛이 농후한 게 좋지롱.
마지막 한 잔에는 우유를 다방커피보다 약간 연한 색이 될 때까지 부어서 마셨다.
우유, 잘 어울림.^^b
2년 전인가 차야에서 정모할 때 내가 랍상에 우유를 넣는 걸 보더니 다들 놀랐는데
(실험 정신이 강해서-_-) 의외로 시원한 정로환향이 나는 밀크티도 독특하고
맛이 괜찮았단 말씀.
러시안 캐러밴은 그때만큼 묘한 것도 아니고 하여튼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
다음엔 잼을 넣고 러시안 티를 시도해봐도 좋을 듯.

러시안 캐러밴에 대한 유래를 책과 외국쇼핑몰에서 찾아서 정리해봤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에서는 보드카를 마신 후 가장 중요한 음료가 러시안 캐러밴이었다고 한다. 19세기 제정 러시아에서는 대상들이 차를 낙타 등에 싣고 중국에서 모스크바까지 16개월이나 걸리는 오랜 여행을 했다. 대상들이 여행 중 밤에 잠깐 정착해서 쉬면서 캠프파이어를 즐겼는데 차가 그 캠프파이어의 훈연향을 흡수해서 그 향이 느껴지는 차로 유명하다. 무역을 하면서 대중의 취향에 맞게 차의 블렌딩이 변해왔고 현대에는 랍상수숑에 치먼이나 아삼 등을 블렌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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