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나와의 티타임
7월 19일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늘 비만 오고 선선하던 여름 어느 날 메나네 집에
놀러가서 즐겼던 티타임.
원래 한 명 더 오기로 했는데 차질이 생겨서 티파티가 좀 조촐해졌지만
둘이서 이쁘게 세팅하며 그 분위기와 차맛을 만끽하며 재미있게 보냈었지.
늘 친구한테 말차를 맛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안 되어서 힘들었건만
드디어 메나한테는 직접 격불한 말차를 맛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정성껏 해주고 싶어서 차꼬시에 다완, 차칙, 다건, 나쯔메까지
바리바리 피크닉바구니에 챙겨서 가져갔다.^^a
개봉했을 때 바로 격불해줬으면 신선한 수박향이 나는 말차를
맛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한 달이 지난 점은 좀 아쉬웠다.
이 사진부터 4개의 사진은 메나 사진인데 내 홈에 올려도 된다길래…
메나는 사진을 참 감각적으로 이쁘게 찍는다.
난 복도 많지. 사진 잘 찍는 친구가 셋이나 되니… 오호호
말차는 유우잔을 가져갔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건 박차라고.
분명 구입할 때 진한 걸로 달랬는데…
하지만 뭐 옛날에 마셨던 아오아라시보다는 더 진한 맛이면서 뒤끝이 부드러워
비싼 값은 하는구나 싶었던 그런 말차-였지.
과거형으로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왠일로 말차를 유통기한 내로 다 마셔서..;;
8월 19일까지였는데 그 전에 다 마셨다. 홋홋
8월이 되니 안타깝게도 차유색이 좀 이상해지기도 해서
말차는 정말 함부로 개봉해서 마시기 어려운 차라는 걸 새삼 느꼈다.
거의 매일 마셔야 다 없앨 수 있는 듯 하다.
참, 말차는 달콤한 다과가 필수인데 유통기한이 넉넉하고 상태가
좋은 건 니닌스즈카 뿐이라 그걸 가져갔다.
다완에 온수를 붓고 예열하는 모습.
차선도 같이 예열해야 차유를 낼 때 부드럽게 거품이 잘 일어나고
차선 대나뭇살에 무리가 가지 않게 된다.
예열을 마친 다완은 다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차꼬시로 걸러낸 말차를 넣은 다음
물은 100ml 안 되게… 50ml라는데 여튼 약간 붓고
M자 모양을 그리듯이 열심히 차선을 젓는다.
격불을 자주 하다보니 열심히 저은 다음 마무리하는 것까지
대강 감이 오더라고.
풍성한 차유 완성.
다 마시는 순간까지 꺼지지 않는 두꺼운 차유… 수준으로는
못 만들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두텁게 낼 수 있게 되었다.
히가시를 맛보며 말차를 한 모금씩 맛보는
메나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ㅎㅎ
그간 내 시음기를 보고 궁금했는데 정말 히가시를 녹여가면서
말차를 한 모금 곁들이니 이해가 되더라나.
와삼봉으로 만드는 히가시는 뭐랄까, 황설탕맛 비스무리하기도 하고
사르르 녹는 게 분설탕 같으면서 아주 잘 녹는 건 아니고
하여튼 식감과 맛과 향이 참 독특하다.
여기까지 메나의 사진. 땡큐~♡
말차는 다 마셨으니 이젠 누구한테도 직접 격불해서 맛보여줄 수가
없으니 참 안타깝다.
아아, 소분해서 팔고 남은 20g을 밀봉해서 보관해놓긴 했는데
그게 잘 보관되어 있는지 아직 안 뜯어봐서 모르겠다.
누구든 일본 가서 말차 사와서 맛보고 싶으면 날 부르라고 하고 싶은…쿨럭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
스콘과 곰돌이 브라우니를 구워 가져갔지.
메나의 샹달프 무화과 잼과 애프터눈티 허니버터를 곁들였다.
다구들도 저번에 메나가 일본 갔을 때 애프터눈티에서 풀셋으로 샀다는
세트였는데 본차이나 특유의 견고함과 이쁜 우윳빛이 참 이뻤다.
일본에서 사온 곰돌이 틀을 개시해 처음 쓰는 거라
브라우니를 어느 정도 구워야 할지 감이 잘 안 와서 살짝 꼬슬렸다.;;
그래도 코코넛 슬라이스를 넣어서 쫀득하면서 끈적한 독특한
식감이 났는데 하루나 이틀 지나서 먹으면 나름대로 맛있다.
스콘은 당일 아침에 만들다가 허둥대는 바람에 위에 바른 우유가 흘러서
밑이 타버리고… 으흑
곁들인 홍차는 페닌슐라 애프터눈티.
기문이나 얼그레이 종류거나 그냥 그럴 거라고
큰 기대는 안 하고 홀짝 마셨는데 의외로 운남이 블렌딩되어 있다.
연하게 우린 건지 다른 게 블렌딩되어서 운남의
맛과 향이 진하지 않은 건지 몰라도
운남 특유의 훈연향과 맛이 너무 진하지 않고 살짝 풍긴다.
설탕을 한 번 시도해봤음 좋았을 텐데
부담스럽지 않아서 홀짝홀짝 다 마셔버렸네.
말차에 스트레이트티까지 다 즐겼으니 밀크티도 맛봐야지.
트와이닝 차이 티백이 있더라고.
메나가 아끼는 곰돌이 밀크팬에 차이를 만들어왔다.
야채빵을 곁들여서 진하게 끓인 차이를 곁들이니 배가 든든해진다.
나무로 된 찻잔받침과 귀여운 잔도 일본에서 사왔다는 애프터눈티 다구.
본차이나 풀셋에 이 잔 세트도 사오느라 힘들었을듯.^^;
근데 투박한 디자인의 잔과 나무 받침이 밀크티와 무척 잘 어울렸다.
겨울에 마시면 더욱더 포근한 느낌이 들 거 같다.
흠… 이건 무슨 허브티였더라… 기억이..;;
과일조각과 히비스커스가 블렌딩되어 있다.
내가 탐내는 예나글래스 페티트 티포트 필터에 차를 넣고
물은 소량 부어 진하게 우려냈다.
어릴 때 먹었던 감기약 시럽과 비슷한 색인 형광빛이 도는
붉은 찻물이 우러난다. 맛도 실제 그와 비슷하게 느껴졌음.
다 우리고 얼음까지 넣으니
얼음 때문에 좀 연해지긴 했지만 시원한 음료처럼 된다.
이쁜 유리컵에 따라 마시니 너무 귀엽다~>.<
파인애플도 잘라오고 자두도 곁들여
비타민C가 풍성하게 느껴지는 그런 티타임이 되었다.
저녁이니 홍차보다는 무카페인으로 마무리하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
사실 얘기하느라 정신없어서 차맛을 음미하고 그 맛을 기억하고
찍으면서 놀기엔 무리였다.
일찍 일어나겠다고 해놓고는 저녁까지 다 먹고서야 일어난..;;
점심부터 저녁까지 정말 징하게 놀고 먹고 마시면서 즐겼다.
사람이 좀 더 많았으면 아마 밤을 샜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느껴질 만큼 말이다. 푸힛
아으…너무너무 시원해 보이고..너무너무 맛나보이고…(난..언제나..저리 마셔볼까나..)
로코님도 하실 수 있답니다! 저도 제가 한 게 아니라 메나님이 차려주신 건데용.;; 이쁜 다구도 있으면 좋지만 제 생각엔 집에 있는 걸 최대한 정갈하게 세팅하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메나님이 오렌지 페코에 글 올렸을때도 느꼈던 거지만 사진이 넘 화사하고 또 차분해서 느낌이 좋아요. 특히나 말차 거품내는 사진하고 다소곳이 손 모으고 앉아계신 사진…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