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가루녹차) 타는 법
말차(抹茶), 가루녹차라고도 불리며 일본 가면 맛챠-라고 발음합니다.
일본 녹차 중 전차에 해당하는 증제차를 맷돌로 가루 낸 가루녹차인데
차의 섬유소까지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있지요.
찻집 가서 말차빙수 말고 말차로 마시려면 다른 차에 비해서 비싸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홍차보다 덜 알려졌지만
일단 맛을 보고 나면 말차의 그 쌉싸름한 맛에 반하게 돼요.
차에 입문하면 홍차 우리기도 어렵지만 말차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마시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죠.
저 역시 정식 다도를 배워본 적도 없고,
책도 보고 남들이 타는 것도 보고 곁눈질로 배운 터라 흠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다도를 정식으로 배워야만 말차를 마실 수 있다-라고는 생각지 않으니까
나름대로 이렇게 해서 마신답니다.
한국 말차 다도나 일본 말차 다도나 복잡하고 어렵지요.
하지만 최소한의 다구만 있으면 이렇게라도 마실 수 있어요.
다구에 대한 설명을 제가 아는 선에서 좀 더 자세히 하도록 하지요.
사진 왼쪽에서부터 나쯔메, 소산원에서 나온 청람(아오아라시), 차꼬시,
가운데 차꼬시 부속물, 아래쪽에는 차시입니다.
1. 나쯔메
임시로 가루녹차를 넣어두는 차통입니다.
차이레(茶入れ)라고 불리는데요, 나쯔메는 특별히 대추모양의 칠기랍니다.(제가 알기론)
차이레는 한국의 차호(차통)처럼 생겼더라구요.
전 만화책을 보고 나쯔메를 탐내왔던지라 왜색이 짙은데도 샀답니다.
겉에는 금박 장식이 있고 안쪽의 칠기의 검은색과 말차의 녹색이 대비되니 너무 멋있잖아요.
2. 말차
소산원 말차는 국내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일본 말차입니다.
다른 것도 들어오지만요. 인사동이나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참, 녹차라떼용 가루녹차와는 다릅니다. 라떼용은 좀 더 저급을 써도 되거든요.
그리고 설탕이나 그런 첨가물도 들어 있어서 다도용 말차와는 엄연히 다르지요.
3. 차꼬시
이건 구하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쇼핑몰 두 군데서 파는 건 발견했는데 크기가 맘에 안들었어요.
전시회 가서 여러 업체에 문의를 했는데 다 큰 것만 있더라구요.
어찌어찌해서 다헌정이라는 쇼핑몰을 통해 小 사이즈 차꼬시를 구입했습니다.
차꼬시는 티스트레이너예요.
가루녹차는 개봉과 동시에 공기와 접하면서 뭉치기 시작한답니다.
가루녹차는 유통기간이 짧아서 빨리 마셔야 하는데 보관하는 동안 계속 뭉치죠.
나중에는 말차를 타면 안에 건더기가 나올 정도로 뭉치다보니
손님께 낼 때에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차를 내기 전에 미리 차꼬시로 걸러서 나쯔메에 담아두는 겁니다.
바로 저 청람 통에서 떠도 되지만…점점 뭉치니까 걸러주는게 좋고요.
차꼬시는 없어도 돼요. 깨끗한 거름망이면 되거든요.
다만 제가 워낙 다구 욕심이 많고 구색 맞추길 좋아하다보니
몇 년전부터 탐내던 아이템이었답니다.
가운데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3조각은 차꼬시에 들어있는 부속물이랍니다.
뭣에 쓰는 물건인가 싶었는데 포장 안에 쓰는 법 종이가 들어 있어요.
다만 부속물 A, B, C는 이렇게 얹어서 쓴다-라는 그림만 달랑 있어서
차야 마스터께서 각자 쓰는 절차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걸 모르니
제 추측에 따라 풀어서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요. 용도는 맞을 거예요.^ㅂ^;
4. 차시
한국의 전통 차시와 일본의 차시는 생김새가 다릅니다.
요즘은 다 저런 모양의 차시를 쓰지만 한국의 그것은 자그마한 스푼처럼 생겼어요.
손잡이도 다르고요. 전에 쓰던게 그런 거였는데 회사에 가져갔다가 서랍에 걸려
부러지는 바람에-_-;; 이번에 다시 구입했답니다. 장미목으로 된 거예요.
차시는 대나무나 오죽 등으로 만드는데 그게 또 작품이 될 수 있지요.
독특한 모양의 오죽 차시는 정말 비싸요.
지금부터 나오는 과정은 생략 가능한 과정입니다만
좀더 부드럽고 맛있는 말차를 위해서라면 또 필요한 과정입니다.
첫째, 차꼬시 부속물 사용법입니다.
작은 바가지처럼 생긴 저것은 계량기예요.
농차 1인분이 담긴답니다. 3.4g 정도래요.
보통 말차를 2g 정도로 타니까 3.4면 무척 진하겠죠?
전 진하게 마시고 싶지 않아서 대충 담았습니다.
사실 전 저 정도로 2인분을 만들지요.^^;
둘째, 말차를 차꼬시에 넣고 부속물인 나무주걱(헤라)로 걸러줍니다.
가루녹차가 작게 덩이져 있네요. 곱게 잘 걸러주세요.
셋째, 나머지 부속물 사용법입니다.
이상한 링 모양의 도구와 깔데기같이 생긴 게 있죠?
링 모양의 도구를 나쯔메에 걸쳐놓고 그 위에 깔데기 같은 걸 놓으세요.
이렇게 하고 걸러낸 말차를 담으면 다른데 떨어지지 않고
나쯔메에 깨끗하게 옮겨 담을 수 있지요.
만약 나쯔메가 아닌 차이레(차호)라면 입구가 좁으니까
깔데기 모양의 도구만 사용하면 돼요.
여기까지가 말차 마시기 전단계였습니다. 생략 가능하지만 있음 좋은 옵션이에요.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단계예요.
당장 필요한 필수 다구는 말차, 차선, 다완, 깨끗한 다건입니다.
차시는 물기없는 티스푼으로 떠도 되니까요.
차선꽂이는 차선을 말릴 때 모양을 잡는 용도니까 있음 좋지요.
차선은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다구인데 무슨 빗자루처럼 생겼지요?
저 쪼개진 대나무살의 개수에 따라 80본, 100본, 120본이 있습니다.
120본은 많이 쪼개져 있으니까 당연히 거품 내는데 유리합니다.
달걀 거품기를 생각해보면 되지요.
단, 수명이 짧아요. 많이 쪼개져 있으니까 그만큼 금방 닳거든요.
그래서 보통 100본을 추천한다고 하네요. 저도 100본을 씁니다.
사용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몇 번 써본 건지 벌써 끝부분이 쪼개지고 있어요.
다완은 꼭 밥공기처럼 생겼죠? 저렇게 생긴 다완이 이도다완이래요.
다완 구입이 좀 문제겠네요. 전 도자기를 고를 줄 몰라서 그냥 차야에서 구입했답니다.
말차는 다른 녹차와 달리 뜨거운 물로 타요.
먼저 다완에 차선을 넣고 온수를 붓습니다. 차선을 미리 풀어주는 거예요.
차선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위해 뜨거운 물에 살짝 몇번 튕기듯이 적셔줘요.
예열에 쓰인 온수를 버리고 깨끗한 다건으로 다완 안쪽을 닦아줘요.
그래야 거품이 깨끗하게 일거든요.
이제 차통에서 말차를 떠서 다완에 넣습니다.
2g이라는데 글쎄, 전 보통 2~3숟갈 정도 넣어요.
온수를 50ml 정도 붓습니다.
눈대중이라 대충 맞는지는 모르지만 전 70ml쯤 담은게 아닌가 싶네요.
말차의 양과 물의 양을 조절하는건 자신의 기호에 맡겨야겠지요.
일단 거품을 내기 전에 차선으로 슬슬 저으면서 말차가 뭉친 것을 풀어줘요.
확실히 차꼬시로 걸러낸 다음에 말차를 타면 이 과정에서 무척 잘 풀린답니다.
본격적인 차유 내기. 격불한다-고 해요.
M자를 그리듯이 빠르게 솔바람 소리를 내면서 차선으로 젓는답니다.
그럼 점점 비취색 차유가 생기면서 말차향이 진하게 풍겨요.
너무 오래 저으면 또 거품이 삭거든요.
적당히 거품을 내는 것도 자꾸 해봐야 느는 것 같아요.
짠, 차유를 냈습니다. 전문적으로 다도를 배운 분이 낸 말차의 거품에는 비할 수가 없지만
나름대로 만족하고 마신답니다.
책을 보니 큰 거품은 달이라고 상상한다는데… 그건 모르겠고
입술 끝에 닿는 부드러운 차유는 정말 멋지지요.
찻집에 가서 다과랑 말차가 나오면 먼저 다과를 먹고 나서 말차를 마시세요.
그럼 말차부터 마셨을 때보다 더 맛있답니다.
엄청 단 다과, 화과자 등의 단맛이 입안에 남아 있을 때
말차를 한모금 머금으면 묘하게 어울리거든요.
다 마시고 나면 밑에 찻물과 거품이 좀 남지요.
온수를 약간 부어서 헹궈마신다고 해야 하나… 깨끗하게 마저 마신답니다.
말차를 집에서까지 마신다니 극성스러운 맛이 없잖아 있지만
가끔 홍차만 마시다가 이렇게 말차를 즐기면 또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디서 화과자가 들어왔을 때 딱 좋답니다.
그 다과들은 단독으로 먹으면 혀가 녹도록 달지만
말차랑 마시면 비로소 그 맛이 어우러지거든요.
그리고 말차는 하루 두 번 이상 마시기는 어려울 겁니다.
일본 말차는 국산 말차에 비해 더 진하다고 해야 하나…
차 전시회 때 한국제다에서 말차를 시음케 해 줬는데
제가 맛보기에는 연했거든요.
그런데 옆에서 맛보던 여자분은 너무 진하지 않냐고 하시더군요.
즉, 평소에 차를 마시던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차가 무척 진할 수 있답니다.
조금씩, 천천히 맛에 길이 들게 되니까 여유있게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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