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첫 번째] 차 세계로의 여행

보통 홍차를 마신다고 하면 주위에서 상당히 신기하게 생각하더군요.
대중적인 커피나 녹차에 비해 아직도 홍차는 좀 더 매니악한 구석이 있죠.
그나마 일본만화, 야마다 난페이의 홍차왕자의 열풍으로
젊은 층이 홍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중화 되고
웰빙 열풍과 맞물려 홍차 시장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지요…

홍차왕자라는 만화를 잠깐 소개해 볼게요.
25권으로 완결된 상태인데
야마다 난페이의 동화 작가인 친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내용으로
보름달이 뜨는 밤, 홍찻잔에 달이 비치게 하고
은 스푼으로 저으면 자기가 마시고 있는 홍차의 왕자가 나타나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라는 내용이 기본입니다.
얼그레이를 마시고 있으면 얼그레이 홍차왕자가 나타난다는 것이죠.^^
만화의 무대는 국제고등학교.
승아(국내 연재 시작 당시 일본만화 정책 때문에 한글로 소개)라는 여주인공이
홍차 동호회 부원들과 함께 그 홍차왕자 불러내기를 시도합니다.
이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자기가 불러내고 싶은 홍차왕자가
다른 사람 소유면 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래서 믿기 어려운 일인데다 왕자가 비번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날 밤, 얼그레이와 아삼 왕자가 나타난답니다.
당장 소원을 빌 것도 없다보니 홍차 동호회 부원들과
이 홍차왕자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이 시작되고
홍차 왕국 내부의 여러 사건이 밝혀지죠.
이때 이 만화가 히트를 친 게
아이디어도 독특했고 그림체도 예쁜데다
각 홍차왕자들의 개성이 홍차와 연결돼 사람들이 홍차를 마시게 되면
그 개성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죠.
홍차왕자에 나오는 아삼을 좋아하는 팬이 처음 홍차를 마시게 되면
왠지 아삼을 마시면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야성적이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자상한 그런 맛일 거야-라고 상상하면서 말이에요.
정말로 당시에 홍차동호회에서 이 만화 때문에 초등학생까지 가입해서
홍차에 입문하려고 하더라고요. 후훗

그럼 전 어떻게 홍차를 마시게 되었냐고요?
저 역시 이 만화가 꽤 영향을 주었답니다.
원래 중학교 때부터 녹차가 맛있어서 마트에서 태평양 잎녹차도 사마시고
이모님이 중국에서 사오신 자스민 홍차(홍차인지 몰랐지만 마시고 나면 잠이 안 오던)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이 만화를 보고 나서
2001년 여름 남대문에 갔다가 작은 홍차 틴을 보고는
문득 나도 홍차를 마시기 시작할까 하고 충동적으로 시작했다가
빠져서 동호회, 홈페이지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랍니다.
빠지다보니 홍차 뿐 아니라 다기에 각종 다른 차들에 뭐 이것저것
연관된 것들도 같이 파고 들게 되고
일본 여행을 가도 찻집을 찾아서 1시간을 헤매고 그랬지요.
간다 진보쵸에 있는 타카노 티하우스에 가기 위해
비오는 날 밤 오차노미즈 역과 간다 역 사이에서 1시간을 헤맨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_-
어쨌든 이렇게 빠지고 파고들면서 주위 사람들한테도
홍차를 전파해서 그 사람들도 홍차를 좋아하게 되는 걸 보면 뿌듯했더랬어요.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홍차를 쉽게 접근하게 하고 싶었답니다.

홍차도 와인이나 커피와 다를 바 없어요.
일단 공통적으로 농산물이라는 점이죠.
품종과 작황에 영향을 받고 같은 다르질링이더라도
브랜드별, 다원별로 심지어 같은 다원 안에서도
차나무의 위치에 따라 맛이 다 달라요.
와인의 빈티지처럼 홍차도 빈티지라는 게 있고요.
커피 추출할 때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홍차도 그런 게 있지요.
일단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차를 우려마신다는 게 여러 변수가 있으니
만약 어떻게 선물로 홍차를 받아서 마셔봤는데
떫고 맛도 없더라 하면 꼭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시길 바래요.
분명 자기한테 맞는 그 부분이 있을 거예요.
밀크티나 아이스티로 해도 또 새로운 매력이 있죠.
거기에 어울리는 다과와 먹으면 훨씬 더 맛있어지고요.
제가 앞으로 소개할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시도들이지요.

제가 홍차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번잡한 예법이 없다는 점이에요.
다도라 하면 외국에선 일본식 다도나 중국식 다례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홍차에 있어선 정격화된 절차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재료로 정성껏 우려서 대접하면서
같이 즐기는 그 티타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터에서 빨리 마시려고 티백으로 마시는 것도 맛있고
친구들과 모여서 차를 우려 대접하면서 맛있는 다과와 함께
풍성한 티타임을 즐기는 것도 좋고요.

지브리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고양이 왕국의 남작, 바론이
오늘은 어쩐지 맛있게 됐어 하고 끓여주는 밀크티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정성껏 끓인 밀크티로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그런 묘미를 알게 되면 홍차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지요.^^

신세계 피숀
피숀에서 구입한 프랑스산 유리 잔이랍니다.
접시 가장자리의 물방울 포인트가 참 이쁘지요?
손잡이도 얼마나 우아하고 이쁜지~
여름에 아이스티를 마실 때 좋을 거 같네요.
유리잔의 단점은 도자기보다는 빨리 식는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이렇게 이쁜 찻물을 감상하기 좋다는 거예요.
찻잔과 받침이 닿는 소리가 싫으면 이렇게 코스터를
한장 깔아도 좋지요.
저 코스터 역시 피숀 제품이에요.^^

홍차에 발을 들여놓게 된 제 이야기들을 좀 해봤어요.
이제 홍차를 구입해야겠죠?
그에 대한 이야기들도 하도록 하지요.

카페 > 신세계 피숀 | 아리아
http://cafe.naver.com/pishon/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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