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락배에 담긴 한잔의 차, 안계철관음 우리기

휴…정말 오랜만의 업데이트다.
요즘 야근이 잦고..(야근이래봐야 9시 정도지만 집에 오면 11시당)
마음이 바빠서 홈페이지 관리가 좀 소홀해진건 사실.
그래도 매일 수시로 몰래 들어와서 다 보고 있당.
다행인 건 차를 마실 때 찍어둘 만한 건 다 찍어놨다는 점이다.

2월1일…설날인데
그 전날 일 도우러가는데
그곳까지 차를 들고갔다.-_-
저번 추석 때 임프라 티백을 들고 갔었는데
송편 빚다가 차 마시고 싶을 때 마시려고 갖고 간 건데
도대체 우릴 데가 없어서 머그컵에 접시 덮고 우렸었다.-_-
주전자는 양은주전자라 온수기 물로 했더니 미지근하고..
그럼에도 맛있다고 마셔준 외숙모들..

그래서 1월 31일에는 집에 있는 하리오 포트800ml쯤 들어가는 거랑
티코지, 타이머랑 티메저를 들고 간 것이다.
일람티랑 트와이닝 쥬빌레를 들고갔는데
처음에 온수기 물에 일람티를 우렸다가 녹차 비슷한 느낌이 되어버렸고
두번째는 양은주전자에 끓였다가 차맛 다 버리구
세번째는 내가 가져간 포트에 물 끓이고 바로 찻잎을 우려서 그럭저럭 맛있게 우러났다.
어쨌든 이렇게 부산을 떠니 눈에 띌 수 밖에.
할머니께서 선물로 들어온 게 있다면서 다 마시라고 차를 주시겠단다.
옷, 받자마자 보니 내가 잘 아는 한자다.
안계철관음이라고 적혀있는 것이다.
청차중에 좋아하는 거라서 너무 기뻤다. 100g은 족히 넘겠던데. 우훗

고이 갖고 있다가 설날 낮에 집에 왔는데
바로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설날이라고 안 할 리는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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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문향배랑 품명배를 쓸 수 있게 되었군.
공짜로 받은 것들이지만 예쁘게 쓰기 위해 문향배용 차탁도 사놓고 별러왔는데
이제야 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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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은…짙은 녹색을 띄고 동글동글 말려있다.
한번 세차를 해주어 불순물도 제거하면서 찻잎도 좀 풀어줘야 한다.
찻잎 향은 구수하고 찻잎에 윤기가 돔..나쁘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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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은 2~3인용 자사호에 차칙으로 2번쯤 떠서 넣었다.
바닥에 자잘하게 깔리도록.(나중에 너무 진하게 우렸다는걸 배우게 됨-_-;)
문향배에 담긴 안계철관음. 황금색이 도는 연한 연두빛 주황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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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배를 품명배에 거꾸로 놓고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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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산 어락배.
얇고 넓적한 모양의 백도자기에 물고기 2마리가 노닐고 있다.
경덕진산인데 모양이 이뻐서 냉큼 샀었다.
그러나 원래 중국차는 저런 대접(?)에 마시면 안 된다고도 하네.
그래도 청차를 담으니 너무 폼난다.
전에 화과자 찍을 때 보리차 부어놓고 찍은 것에 비하면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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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쯤 우려냈을 때의 모습.
찻물이 약간 연해졌지만 더 감칠맛나는 구수함이 느껴진다.
오미자 한과던가..그걸 다과로 놓고 같이 즐겼는데 무척 맛있음.^^

나중에 인사동 차포에 가서
내가 철관음을 너무 진하게 우렸다는걸 알기 전까지는
참 괜찮게 우렸다고 믿고 있었음….-,.-
어쩐지 문향배로 향을 맡는데 왠 찝찔한 냄새인가 했네.
첫맛도 혀끝이 아려오는 순간적인 찝찔하면서 강렬한..그 맛이라니.
중국차도 연하게 마셔야 하는데 벌써부터 농차에 길들여져서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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